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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with the label 나무와풀

가울과 겨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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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사라졌습니다. 계절이 가울과 겨을 사이입니다. 그럼에도 현명한 너무나 현명한 나무와 풀은 의연합니다. 며칠 따듯하다고 봄이라고 예단하지 않고, 며칠 춥다고 겨울이라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나무와 풀은 인간처럼 이기적이지 않고, 혹독할수록 더 나누려고 애쓰는 뿌리는 지독한 좌파 입니다. 어리섞은 인간만 가을이 사라졌다고 호들갑입니다. 나무와 풀은 굳세고 끄떡없이 알록달록하게 순응합니다.

시인의 말 - 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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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지옥은 내가 이 별에 왔는데 약속한 사람이 끝내 오지 않는 것이다. 사랑한다고, 그립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상처적 체질/류근/문학과지성사 20100408(20240126, 초판 20쇄) 162쪽 12,000원 나는 썩지 않기 위해 슬퍼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서 남김없이 썩기 위해 슬퍼하는 것이다 1 이제 그리운 것들은 모두 해가 지는 곳 어디쯤에서 그리운 제 별자리를 매달아두었으리라 2 모든 슬픔은 함부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 삼류가 된다 3 그대를 처음 보았을 때 내 삶은 방금 첫 꽃송이를 터뜨린 목련남무 같은 것이었다 아무렇게나 벗어놓아도 음악이 되는 황금의 시냇물 같은 것이었다 4 하루 종일 장래희망이 퇴근이었던 나는 풀려난 강아지처럼 성실하게 아랫도리를 흔든다 5 그러나 나는 또 이름 없이 다친다 상처는 나의 체질 6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시인에게 근황을 묻지 말자 시인이란 전과 다름없이 지내면서 대답할 필요도 없이 시를 쓰는 사람들이다 7 사람을 만나면 술을 마셨다 술자리가 끝나기 전까지는 떠나지 않으려는 기대 때문이었다 8 하늘이 함부로 죽지 않는 것은 아직 다 자라지 않는 별들이 제 품 안에 꽃피고 있기 때문이다 9 그 유행가 가사, 먼 전생에 내가 쓴 유서였다는 걸 너는 모른다 10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한다 하라는 대로만 하는 놈들은 오징어 꽁치 고등어 멸치 들처럼 삽시간에 한 그물에 잡혀들게 된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한번 생각해보라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는 오징어 꽁치 고등어 멸치가 대오를 이탈해 제멋대로 쏘다니는 편이 그나마 그 무지막지한 그물에 일망타진되는 수모를 조금이라도 면할 수 있지 않겠나 11 우리 캄캄한 벌판에서 하인의 언어로 거짓 증거와 발 빠른 변절을 꿈꾸고 있을 때 친구여 가을 나무들은 살아남기 위해 잎사귀를 버린다 살아있는 나무만이 잎사귀를 버린다 12 진실로 사랑한 사람과 작별할 때에는...

樂書 지지합니다

지지합니다 나는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1인 시위를 지지합니다. 트럼프를 규탄하는 손솔 의원을 지지합니다. 공공대출권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서적이 도서관에서 대출되는 경우에 주로 그 서적의 저작자에게 그 대출에 대해 보상받을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을 공공대출권(PLR: Public Lending Right)이라고 합니다. 유럽은 공공대출권 을 법으로 정했다지요. 우리도 꼭 필요합니다만 도서관은 예산 확보와 베스트셀러 작가가 독식할 우려가 있어 반대하네요. 내란공감범 김문수와 이준석이 받은 표가 절반입니다. 적어도 판사 둘 중 하나는 내란공감범이라는 말이지요. 두들겨 맞은 판사들이 내리는 서부지법 판결이 낯설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대한민국 판결은 판사 맘대로 하는 관심법이니까요. 실명은 개뿔 비시정부 총리 라발은 총살형을 피하려고 청산가리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지만, 2시간에 걸쳐 위를 세척하고 결국 총살형으로 심판했답니다. 반역자는 스스로 목숨을 결정할 기회조차 주지 말아야 합니다. 내란 수괴가 실명 위기 라면 한쪽 눈이라도 살려서 총알이 날아오는 걸 보게 만들어야 합니다. 걸레 맛 난 커피 맛을 몰라서 마루 훔친 걸레 맛이라도 색깔만 커피색이면 그냥 마십니다. 군다 영화 〈군다〉에는 소들이 둘씩 짝을 이뤄 서로 파리를 쫓아주는 장면 이 나옵니다. 난 이 장면을 좋아합니다. 언테임드 드라마 〈 언테임드 〉 줄거리는 그냥저냥 하지만, 배경인 요세미티 공원 풍경만 봐도 괜찮습디다. 질문 남편 면회는 언제 갈건가요, 혹은 빤쓰 논란에 대해 한말씀 해주세요! 라고 질문 했어야 한다. 아무튼 군밤 까먹으며 출두현장을 보니 군밤이 엄청 고소합디다. K-개발 Park를 만들기 시작해 parking으로 끝납디다. 내란 우두머리 특별법 검사정원법 이라고 있습니다. 단 두 줄입니다. 내란 우두머리 특별법을 단 한 줄로 만들어야 합니다.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는 관습법에 따라 조선시대 형벌로 다스린다....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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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한세상 살다 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어떤 의미가 있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할 때가 있다.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나 누구의 부모로 살면서 그 핏줄의 의무에만 충실하게 살다가 가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거라면 다른 동물들도 다 하는데 사람의 삶이라면 뭔가 달라야 하지 않을까. 세상이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수십억분의 1만큼은 좋아지길 바라고 수십억분의 1만큼만 힘을 보탠다면 사람으로서 살다 간 보람이 있는 것이 아닐까 정도로 나는 인생의 의미를 정리했다. (49)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것은 유전자 수나 인간이 만든 문명 때문은 아닐 것이다. 문명이 없어도 돈이 없어도 자존심을 갖고 남을 둘러보면서 사는 모습이 진정한 인간의 모습이며, 그런 지혜를 어떻게 얻었는지, 그렇게 살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는 결코 유전자로는 밝혀낼 수 없는 비밀의 영역일 것이다. (59) 뇌물도 선물이라고 우기고 받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지만, 선물도 뇌물일 거라고 생각하고 안 받는 사람도 있다. 올바르지 않은 일인지 알면서도, 좋은 게 좋은 거지, 라는 말을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오고 가는 현금 속에 싹트는 인정'이라는 사고방식이 내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63) 어떤 종교도 인류애보다 우선할 수 없다. 인류가 공동운명체며 모든 인간이 저마다의 천부적인 생명을 얻은 귀중한 존재임을 일깨우지 않는 종교는 종교라 할 수 없다. 빈 라덴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그런 테러를 저질렀다 해도 그가 주모자라면 그의 신이 무고한 생명을 빼앗은 그를 용서할 리 없다. 또한 미국이 아무리 정의와 정당방위를 외친다 하더라도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킨다면 미국인들이 믿는 신도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131) 젊은 세대들이 '사랑밖엔 난 몰라' 하고 사는 것도 곤란하지만 '사랑 따윈 난 몰라' 하면서 사는 것은 쓸쓸한 일이다. 젊은이들이여, 힘들지만 그래도 사랑은 할...

마거릿 생어의 여성과 새로운 인류 - 피임할 권리와 여성 해방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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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여성 운동은 노동 운동과 마찬가지로 18세기에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노동 운동은 인구 과잉, 무한 경쟁, 사회적 빈곤과 무질서를 낳은 산업혁명 때문에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전체적인 인권 신장 및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확장하는 프랑스 혁명의 부산물 정도로 경시되는 경향이 있었다. (9) 현대 사회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발전한 분야는 성적 구속에 대항하는 여성의 저항이다. 세상을 재건하는 가장 중추적인 힘은 자유로운 모성이다. (17) 여성은 스스로 깨닫고 무지의 결과에 대해 알아야만 이를 극복할 수 있다. 첫 단계가 산아제한이다. 산아제한을 통해 여성은 자발적인 모성에 도달할 수 있다. 여기에 도달할 때 기본적인 성적 자유를 찾을 수 있고 자신과 인류의 노예화가 중단될 것이다. 그러고 나서 내재된 본능을 이해함으로써 세상을 끊임없이 치유해 나갈 수 있다. 이를 통해 여성은 세상을 재편하게 될 것이다. (23) 피임에 대한 지식이 있는 여성은 모성이 되는 경험과 불행한 삶 중 어떤 선택도 강요받지 않는다. 또한 사회적 및 정신적 활동과 모성의 균형을 맞출 것을 강요받지도 않는다. 모성은 모든 여성이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여성이 어머니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해서 친구들로부터 고립되는 것이 아니며, 남편, 친구, 문화 그리고 삶의 기쁨에 필요한 모든 다양한 경험에서 멀어지는 것도 아니다. (75) 산아제한이라는 문제는 페미니즘 정신이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여성은 번식 능력을 통해 자신을 노예화하는 한편, 세상 사람들마저 속박하게 되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것은 여성이 겪는 육체적 고통이다. 지나친 다산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여성의 성생활이다. 인류의 미래는 여성에게 달려 있다. 인류가 번창할지 아니면 쇠퇴할지 여부는 여성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123) 세상의 가장 근본적인 자유는 여성의 자유다. 자유로운 인류는 노예나 다름없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날 수 없다. 속박당한 어머니...

핫스팟, 좀스러운 외계인의 동네 입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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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 언저리에 있는 레이크 호텔에서 일하는 키요미와 타카하시는 직장 동료입니다. 서로 말 섞을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닙니다. 키요미는 비뇨기과 간호사인 미나푸와 초등학교 교사인 하치와 절친입니다. 시간이 맞을 때 가끔 만나 수다를 떠는 삼인방입니다. 뜻밖의 사고로 키요미는 타카하시가 은둔형 외계인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둘만의 비밀은 삼인방과 공유하게 되어 함께 수다 떠는 사이로 발전합니다. 타카하시와 삼인방은 동네에서 일어난 사소한 일을 같이 해결합니다. 그러면서 삼인방은 열두 살 많은 타카하시를 꼰대 취급하며 재밌어합니다. 그럴수록 외계인 타카하시의 쪼잔한 성격이 드러납니다. 뇌를 쓰면 대머리가 되는 부작용이 있다며 망설이기도 합니다. 외계인을 믿지 않는 직장 동료에게 삐지기도 하고요. 타카하시 정체를 주위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알게 되자 아주 소소한 청탁들이 들어옵니다. 타카하시가 가진 초능력으로 해결하지만 기력이 쇠해집니다. 그러면 호텔에 있는 온천탕에서 몰래 기력을 보충합니다. 점점 입소문이 나며 타카하시가 외계인이라는 사실은 동네 사람 절반이나 알게 됩니다. 그럼에도 동네 사람들은 알면서도 모른 척합니다. 덕분에 동네 밖까지 그가 외계인이라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습니다. 좀스러운 은둔형 외계인이었던 타카하시는 점점 더 많은 동네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알고 보니 타카하시는 외계인 아버지와 지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외계인이었습니다.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은 "자기 분야에서 끊임없이 노력해 자기도 모르게 도의 경지에 이른 사람"인 생활 도인들 얘기를 합니다. 주변에 있는 생활 속 달인이나 의인 들은 외계인의 후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네마다 타카하시 같은 외계인이 한둘은 있을 겁니다. 요즘은 애사심 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모두 의로운 외계인으로 보입니다. 팍팍한 세상이 조금 살만하게 돌아가는 건 그들 덕분이니까요. 어떤 능력이 있는지 모르는 당신도 외계인 후손일 수 있습니다.

검은 고양이, 냥집사들에게 제일 끔찍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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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언급했는지 기억에 없지만 가장 공포스러운 소설로 《검은 고양이》를 꼽더군요. 에드거 앨런 포 소설을 언제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데요. 그래서 다시 읽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동물을 사랑한 화자(話者)인 나는 성정이 비슷한 아내와 결혼했습니다. 아내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이 눈에 띄면 바로 구해 왔습니다. 아내와 나는 "새와 금붕어와 훌륭한 개, 토끼와 작은 원숭이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게 됐습니다. 그중 몸이 칠흑같이 까맣고 영리한 플루토는 가장 사랑하는 친구가 됐습니다. 플루토는 나만 졸졸 따라다니는 고양이 이름입니다. 플루토와 몇 해를 잘 지내는 동안 나는 술 때문에 쉽게 화내는 성격으로 변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만취해서 주머니칼로 플루토를 잡아 한쪽 눈을 도려냈습니다. 플루토는 상처를 회복했지만 나를 혐오하며 피했습니다. 그런 플루토에게 짜증이 난 나는 아무 잘못 없는 고양이를 나뭇가지에 매달아 죽였습니다. 그날 밤 불이 나 집이 홀라당 탔습니다. 유일하게 타지 않은 벽에는 목에 밧줄이 둘려진 커다란 고양이의 모습이 부조처럼 새겨져 있었습니다. 여러 달이 지나자 고양이를 잃었다는 안타까운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집에서 플루토를 닮은 고양이를 데려왔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녀석은 플루토처럼 눈이 하나 없고 가슴에 커다란 하얀 반점이 있는 걸 알게 됐습니다. 나는 혐오감과 증오심이 들었습니다. 몇 주가 흐르자 고양이에게 있던 반점이 교수대 모양으로 변했습니다.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나는 참았던 공포와 함께 증오심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났습니다. 불이 나고 형편이 어려워 낡은 건물에서 지내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지하실로 내려가다 고양이 때문에 넘어질 뻔했습니다. 화가 난 나는 도끼를 쳐들어 고양이를 내리쳤습니다. 아내가 막았습니다. 더 화가 난 나는 아내의 머리를 도끼로 내려쳤습니다. 아내는 즉사했습니다. 나는 시체를 지하실 벽 속에 넣고 회반죽으로 발라버렸습니다. 회칠을 한 벽은 손을 댄 ...

쇳밥일지 - 청년공, 펜을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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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공은 오랜 기간 떠돌이로 살았습니다. 마산 바닥에서 월세살이하던 실업계 고3 시절, 공부도 싫고 등록금 낼 여유도 없어 취업하려고 했습니다. '대다수가 누린다는 사실조차 인지 못할 요소들이 기간제 상품(17)'일 만큼 가난해서였습니다. 교복을 벗는 순간만 고대했지만, 고민 끝에 진학하기로 했습니다. '고졸이란 딱지는 수갑이며 죄수복이자 족쇄나 다름없(18)'었기 때문입니다. 폴리텍대학에 진학해서도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돈만 주면 지옥 맨 아래층의 재래식 화장실 청소(39)'라도 할 정도로 간절했습니다. 졸업 후 산업 기능 요원으로 일하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 16일 소집 해제했습니다. 페인트칠 막노동을 하다 한국지엠 하청업체, SNT중공업 하청업체, ISO 탱크 컨테이너 정비업체, 현대로템 하청업체, 또 다른 SNT중공업과 현대로템 하청업체, 볼보 하청업체에 이르기까지 지난 12년 동안 수많은 공장을 전전했습니다. 그중 절반을 용접노동자로 살았습니다. 수중에 들어오는 급여는 200만 원 남짓이었습니다. '청년공으로 살아가기란 생각보다는 힘들고 꾸역꾸역 생존은 가능한 나날(9)'이었습니다. 동일노동동일임금을 해달라 절규하는 하청 직원들이 있는데 동일 노동조차 안 시켜주는 현실이었습니다. 하청업체 용접공 자리는 경력을 깡그리 무시하고 임금은 최저 시급으로 후려쳤습니다. '보이지 않는 재벌의 횡포가 아메리카노 정도라면 눈앞에서 직접 체험하는 차별은 에스프레소 원액(111)'만큼 썼습니다. 원청이 곡소리가 나면 하청업체는 이미 사십구재를 지낸 뒤였습니다. 이십대 남성은 공정론, 한탕주의, 일베와 펨코, 안티 페미니즘이란 문자의 감옥 안에 갇혔다. 젊은 친구들 말 좀 들어보자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결국 수도권 대학생들만 예시로 들 뿐. 지금껏 내 삶에서 함께해왔던 동료의 목소리는 바깥으로 가닿지 않았다. 능력주의를 비판하던 이들이 되레 능력주의의 시선으로 청년들을 ...

樂書 노벨평화상

노벨평화상 2025년 노벨평화상 후보에는 개인 244명, 단체 94개 등 총 338명이 후보에 올랐답니다. 후보 지명 마감일은 1월 31일이었고, 수상자는 10월 10일 금요일에 발표될 예정이고요. 후보자는 물론 선정 과정도 비밀이랍니다. 그럼에도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궁금합니다. 내 맘대로 정한 수상자는 대한민국 시민 입니다. 안귀령 선생이 대표로 수상했으면 싶습니다. 물먹는 하마 동해 수온이 올라 명태와 오징어가 사라지고 가까운 미래엔 눅눅한 김에서 물먹는 하마가 자연발생할지 싶다. 김용현 보석 (保釋)이 보석(寶石)이 된 경우 숙청 YS는 대통령 취임 11일째 되는 날 하나회 숙청을 하시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시라. 닭발가로수 닭발가로수 금지 특별법이 시급합니다. 나무 많이 심고, 심으면 자르지 마시라. 시골길 가로수도 닭발로 만들지 마시라. 나무엔 구름도 머물고 바람도 스쳐 갑디다. 법조계 법원, 윤석열 체포영장 기각 ! 김문수 득표율이 41.15%이라니 법조계도 내란공감범이 최소한 41%라니까요. 김영훈 철도기관사 김영훈 노동자가 노동부 장관 후보 가 됐다. 재벌 총수가 경영권을 보장하라며 고공농성을 하는 세상이면 정말 좋겠지만, 노동법 법조문에 나오는 근로자를 노동자로 먼저 바꿨으면 싶다. 제3차세계대전 세계전쟁주기설학회(?)에 따르면 지금이 세기적 전쟁이 일어날 적기라고 합디다. 그 중심에 망나니 트럼프가 있습니다. 2025년 여름 햇살이 화살(火殺)처럼 꽂힌다. 옷깃만 스쳐도 악연인 날씨다. 마주치는 눈빛으로 더 덥다. 눈을 깔자. 비가 12.3 내란처럼 내리니 더 덥다. 이런 날씨는 독방에 가둬야 한다. 네이밍 구조조정을 경영 합리화 혹은 선진화라고 하듯 검찰청 해체가 아니라 검찰 정상화라고 하시라. 러브버그 우주 나이가 138억년이고, 최소한 10²²개의 별이 있답니다. 태양계는 46억년 됐고, 그만큼 지나면 없어진다네요. 태양계는 지금이 전성기랍니다. 덕...

삶을 위한 정치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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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사람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다. 낡은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9) 양당제는 두 개의 지배적인 정당이 좌우하는 정치시스템을 말한다. 양당제의 문제점 중의 하나는, 더 우파 쪽이고 더 기득권에 가까운 쪽이 우위를 점하기 쉽다는 데 있다. (27) 신자유주의 흐름을 주도하거나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나라들은 양당제 국가들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렸던 미국, 영구,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뉴질랜드 등이 그렇다. 이들 나라들의 선거제도는 양당제를 낳는 소선거구제였다. (28) 다당제가 가져올 수 있는 효과 중의 하나는 정치 혐오나 정치 무관심이 줄어들고 투표율이 올라가는 것이다. 다양한 가치와 정책을 가진 정당들이 존재하므로 '찍을 데가 없어서 찍지 않는' 현상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46) 대한민국과 같은 최악의 양당제 정치시스템에서는 정치에서 논의되어야 할 주제 중에 극히 일부만 논의된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당장의 선거에 유리하냐 불리하냐만을 따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논의해야 할 중요한 주제는 '정치'의 공간에서 배제된다. (62) 양당제하에서는 유권자들도 사표 심리 때문에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택하는 전략적 투표를 반복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겪다 보면, 전반적으로 정치가 하향평준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양당제 구조하에서는 자기 자리를 영리하게 잘 챙기는 정치인이 성공을 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인의 행태와 유권자의 기대 사이에는 점점 거리가 벌어지게 된다. 63) 정치시스템이 양당제로 굳어지면서 점차 기득권 정당들이 정치를 독과점하게 되었다. 그와 함께 관료기득권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행정관료, 사법관료들은 1987년 민주화 과정에서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은 민주정이라기보다는 과두정의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과두정이란 몇몇 소수가 지배하는 체제를 말한다. (...) 대한민국 지배구조를 '기득권 정치...

2025, 나이를 먹는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건 뭘 자꾸 흘린다는 거다. 밥을 먹다 밥풀을 흘리거나 반찬을 떨어뜨려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엉덩이 힘도 빠져 방귀가 시도 때도 없이 나온다. 김금희 작가 에 의하면 서울은 방귀를 뀌고 싶어도 인간들이 너무 많아서 간격을 확보하지 못해 참아야 해서 별로라고 한다.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 시골로 내려가고 싶어 한다. 방귀를 무시로 흘려도 타박할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 무엇보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추억을 흘리고 기억을 떨어뜨린다. 부여잡으려고 끄적거려 놓지만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자꾸 뭔가를 흘리고 떨어뜨리다 주울 새도 없고 끝내 누구 하나 그리워할 틈도 없을 때 떠나는 것이다. 덧. 발효가 되면 누군가에게 이롭지만 썩어가면 주변에 고약한 냄새만 풍깁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발효가 되는지 부패가 되는지 스스로 냄새를 맡는 아량을 가지게 합니다. - 2009년에 생각한 나이를 먹는다는 것

죽으려고 살기를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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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나 방 청소는 엄마 마음에 꼭 들게 해놓지 못하는 딸이지만 장남처럼, 아들처럼, 사람 구실하는 자식처럼 엄마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가게 하는 그런 딸이고 싶었다. (11) 딸이 겪는 가족은 아들이 겪는 가족과는 다르다. 마치 같은 얼굴의 왼쪽과 오른쪽이 미묘하게 다른 것처럼, 그 미묘한 차이를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소름이 끼치는 것처럼. (15) 현대 교육은 불행히도 효율적인 소시오패스 배출 코스와 양심적인 문명인 양성 코스를 완벽하게 분리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27) 조건 없는 사랑은 사실 혈연관계에 제한되는 사랑과 가장 거리가 먼 사랑이다. (29) 서열 다툼 없이 내킬 때 왔다가 문득 떠날 수 있는 좋은 술자리 (52) 혼자인 여자가 여럿 모인 조합은 그 존재만으로 가부장제에 대항하는 힘이다. (72) 나는 아들들이 한국의 가정에서 받아들여지는 방식으로, 그렇게 똑같이 집안의 다른 아들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야생으로 보이고도 사랑받은 딸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78) 딸이 자라며 아들과 똑같은 취급을 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운이 좋아봐야 '아들 못지 않게' 길러질 뿐이다. (80) 복수하기 위해 멀어지는 것이 아니다. 계속 접촉하는 것이 서로에게 해롭기 때문에 거리를 두는 것이다. (85) 용서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저주와 앙심을 품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최소한의 자기방어에 가깝다. (88) 남이 나를 한 대 치는 것은 용서해도 내가 남을 한 대 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딸들의 불균형한 정신은 세상의 온갖 가스라이팅에 취약한 토대다. 나는 남의 정각이를 걷어차지 않을 것이며 그러므로 나의 정각이를 걷어찬 인간도 용서하거나 이해하지 않는다. 거기부터 출발해야 한다. (89) 먹이사슬 하위의 동물은 포식자에게 물어뜯겨도 죽지 않았음에 감사해야 하는 운명이다. 내가 평생 우울하고 화가 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이것이었다. 나는 여성이고 피식자라는 세상의 주문. "지나가...

첫 여름,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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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로 일하던 손열매는 마치 우는 사람의 어깨처럼 삶이 흔들렸습니다. 룸메이트이자 대학 선배였던 고수미가 돈을 떼먹고 자취를 감췄기 때문입니다. 시멘트공의 피가 흐르는 손열매는 떼인 돈 천삼백을 받을 요량으로 고수미의 고향인 완주로 갔습니다. 고수미의 엄마는 매점을 하며 장의사 일도 같이 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삶과 죽음의 동시성을 가진 매장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곳에 고수미는 없었고 엄마와도 연락하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손열매에게 서울은 방귀를 뀌고 싶어도 인간들이 너무 많아서 간격을 확보하지 못해 참아야 해서 별로였습니다. 갈 곳 없던 손열매는 매점에서 알바를 하며 얹혀 지내게 됐습니다. 잘생긴 리트리버 같은 동네 청년 어저귀, 아침마다 양미네 집 앞에서 잠을 깨우는 푸틴과 간디, 입이 자물통 같은 이장, 시고르자브종인 샤넬과 산책 나오는 은퇴한 배우랑도 터놓고 지내는 사이가 됐습니다. 어저귀는 스스로 나무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존재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나무는 "뿌리와 뿌리가 맞닿고 흙 속의 곰팡이가 연결선을 만들면서 안부를 전하고 서로 위급한 신호를 보내고 영양분을 빌려주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손열매에게 우드 와이드 웹( Wood Wide Web )을 알려줬습니다. 어저귀 덕분에 손열매는 "살아 있는 것들이 살아 있는 것들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는 신비한 체험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창인 고수미 눈에는 어릴 때부터 말이나 행동이 엉뚱해 외계인으로 보였습니다. "인생은 독고다이, 혼자 심으로 가는 거야. 닭알도 있잖여? 지가 깨서 나오면 병아리, 남이 깨서 나오면 후라이라고 했어." 한숨 쉬는 손열매에게 닭장집 할머니가 알려 줬습니다. 춤바람난 중학생 양미에게 배운 슬픈 얘기는 하지 말자는 말을 다시 만난 고수미에게도 그대로 해줬습니다. 손열매는 완주에서 맞은 첫 여름을 그렇게 완주했습니다. 내가 내 맘속에 지어 놓은 사랑은 잃는 게 아니라는 걸 배웠습니다. 손열매는...

조종이 울린다 - 자본주의라는 난파선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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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언제나 갈등과 모순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영원히 불안정하고 유동적이며, 역사적으로 우연히 나타나고 불확실하게 지지할 뿐만 아니라 제약하기도 하는 여러 사건과 제도들에 크게 좌우되는, 있을 법하지 않은 사회 형성체 social formation 였다. 자본주의 사회는 애덤 스미스와 계몽주의의 의미에서 '진보적인' 사회, 즉 자신의 '진보'를 생산적 자본의 지속적이고 무제한적인 생산과 축적에 연결하는 사회라고 간략하게 묘사할 수 있다. 이런 생산과 축적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과 국가의 보이는 손에 의해 물질적 탐욕의 사적인 악덕이 공공의 이익으로 전환됨으로써 이루어진다. (10) 실제로 현대 자본주의의 역사는 자본주의의 경제적·사회적 제도가 밑바닥에서부터 변형되는 대가를 치르고서야 살아남은 위기의 연속으로 서술할 수 있으며, 이 위기들은 예측할 수 없고 종종 의도치 않은 방식으로 자본주의를 파산에서 구해주었다. 이렇게 보면, 자본주의 질서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토록 자주 이 질서가 붕괴 직전으로 내몰리고 계속해서 변화해야 했다는 사실만큼 인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자본주의 질서는 종종 내부에서 동원할 수 없는 지지를 우연히 외부로부터 받으면서 겨우 살아남았을 뿐이다. 지금까지 자본주의는 임박한 죽음에 관한 온갖 예측을 뛰어넘어 생존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원히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다. (14) 꾸준한 성장과 건전한 화폐, 약간의 사회적 형평성 덕분에 자본주의가 낳은 혜택의 일부가 자본 없는 이들에게도 확산되었는데, 이런 사실은 오랫동안 자본주의 정치경제가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간주되었다. (...) 불평등의 증대가 생산성 향상을 방해하고 수요를 약화시켜서 성장을 둔화시키는 한 요인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늘고 있다. 거꾸로 저성장은 분배갈등을 격화시키면서 불평등을 강화한다.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양보하는 비용이 높아지는 한편, 부자들은 자유시장을 지배하는 '마태 원리 ...

최저임금과 최대임금은 연동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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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고소득자 연봉 제한 법안의 채택이 불발됐다. 스위스 언론들은 24일 실시된 '1대 12' 법안이 국민투표 결과 부결됐다고 전했다. 이 법안은 한 기업에서 최고 급여가 최저 급여의 12배를 넘지 못하게 제한하고 있다. 개표가 절반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반대가 66.9%, 찬성이 34%로 반대가 2배 가까이 많았다. 앞서 수 차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반대가 훨씬 많았다. 스위스 청년좌파단체 젊은사회민주주의(JUSO)가 주도한 이 법안은 2011년 3월 시민 11만3,005명의 서명을 받아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스위스는 직접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1년 6개월간 10만명 이상의 서명을 모으면 누구나 법안을 발의해 연방정부 및 연방의회 검토를 거쳐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JUSO는 스위스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7만8,881달러(8,369만원)로 세계에서 세번째로 잘 살지만 소득격차는 점점 더 벌어진다며 법안을 발의했다. 스위스는 앞서 3월 상장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기업간 연봉차이 제한 및 300만스위스프랑(34억8,744만원) 이상 보너스의 세금 부과 등 24가지 요구가 담긴 CEO고액연봉제한법을 국민투표에 부쳐 통과시킨 바 있다. - 한국일보 20131124 2013년 스위스에서 실시한 '임금비율제한' 법안은 경영진 월급이 그 회사에서 가장 임금이 낮은 노동자들의 1년 임금(12달 임금)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최대임금제에 관한 법안(1:12 initiative)입니다. 같은 회사에서 가장 낮은 급여를 받는 사람이 1년에 벌어들이는 것보다 한 달에 더 많은 돈은 벌지 말자는 발상의 전환입니다. 법안은 주민투표에서 34%만 찬성해서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부결된 원인 중 하나는 경영자 측에서 대대적인 반대 캠페인을 했다고 합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10,030원이고, 연봉은 25,155,240원(2,096,270원×12개월, 세전)입니다. 최저임금제가 있으면 최대임금제도 있어야 합니다. 최대...

탈코르셋 선언 - 일상의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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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코르셋 운동은 여성들이 가부장제의 유용한 여성-신체자원(자궁-여성 유기체로서의 대상)으로 동원, 소비, 착취, 억압되는 것을 거부하는 움직임일 뿐만 아니라, 이때껏 스스로의 신체의 교환가치를 더 높이고 적어도 남성의 성애적 욕망의 투여가 일어나지 않는 무가치한 몸(교환가치=0)으로 전락하지 않고자 지속적이며 의무적으로 수행하던, 일체의 꾸밈노동을 집단적으로 보이콧하는 행위입니다. (23) 여성의 신체 역시 남성적 담론과 실천의 장 안에서는 교환을 위한 '유용한 물건'이 되며, 따라서 일종의 상품으로 기능합니다. 그리하여 사실상 여성에게 자신의 '신체'는 남성 욕망경제 매트릭스 속에서 사회경제적으로 교환가치가 인정되는 상품으로 존립시켜야 할 대상이 됩니다. 달리 말해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자연적으로 여성-신체자원이라는 '천연적 노동대상물'을 타고 났으며 이를 보다 세련되게 관리하고 정교히 세공해내는 기술을 투입함으로써 스스로의 신체를 '가공된 노동대상'으로 탈바꿈하는 '꾸밈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33) 현재 탈코르셋 운동은 10대, 20대의 젊은 여성 페미니스트들을 주축으로 실천되고 있으며 이는 비혼-비연애-비출산-비섹스라는 4B(4非) 운동의 선언과 면밀히 연결된 운동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선언을 통해서 젊은 여성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몸이 더 이상 가부장제 사회의 결혼제도나 이성애적 연애 속으로 편입되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남성들이 지닌 '보슬아치' 환상의 가능조건 자체를 근본적으로 분쇄해버립니다. (51) 탈코르셋 운동은 가부장제에 의해 위계적이며 불균등하게 배치되어 왔던 여성의 신체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혀 다른 조건 아래에서, 전혀 다른 물질적 관계 속에서 새롭게 배치하려는 운동입니다. (69) 탈코르셋 운동을 실천하는 여성들에게 '남성이 되고 싶어서 그러느냐'라고 조롱을 던지는 것은 사실상 남성형...

나무와 돌과 어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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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많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뿌리, 줄기, 가지, 잎, 꽃, 열매. 그중에서도 요즘 단연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건 잎이다. 우리가 흔히 소리내어 말을 하듯 나무는 잎으로 소리 없는 말을 한다. 그 말을 알아들을 귀가 내게 없을 뿐이다. 뿌리가 없어 두리번거리는 우리는 사람의 말에 의지해야 한다. 그러나 중심이 분명한 나무에게 무슨 말이 그리 많이 필요하랴. 서걱이는 바람 소리와 단호한 침묵의 언어가 있을 뿐. (11) 아파트가 생기면서 골목이 없어졌다. 일직선으로 죽죽 뻗어 나가는 곳에서는 곡선의 골목을 품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효율의 시대에 그러한 곡선은 낭비인 것이다.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면 골목은 호기심의 아버지이다. 구부러지는 곳에서 호기심은 태어난다. 호기심이 없는 곳에서 아이들이 놀 이유는 없다. 골목이 없어지면서 골목의 아이들도 떠났다. (19) 입춘이다. 이십사절기에는 입하, 입추, 입동도 있지만 입춘은 어쩐지 그들과 격을 달리하는 것 같다.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것보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변화는 체감의 정도가 확연히 다르다. 입춘은 세상이라는 꽃이 제대로 확 벌어지는 변곡점이다. (23) 귀 기울이면 골짜기의 바위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돌은 자음, 물은 모음. 둘이 완벽하게 결합하여 빈틈없이 꽉 짜인 단음절의 문장을 부지런히 아래로 실어 나르는구나! (31) 해와 달이 아름다운 건 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저 알맞은 거리가 있어서 몸은 데이지 않고, 마음은 베이지 않는다. 꽃이 꽃으로 아름다운 건 땅에서 이만치 떨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보일락 말락 줄기나 가지 끝에 수줍게 달려 있는 봄꽃을 맞닥뜨리면 그런 실감이 든다. (33) 쓴맛이 좋아지고 나서부터 봄에 대해 매해 다르게 보려고 한다. 봄이라는 글자를 골똘히 보기도 한다. 무덤의 상석 같은 'ㅁ'에 사다리 같은 'ㅂ' 그 사이를 연약한 풀 한 포기가 연결...

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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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은 2020년 1월 28일에 태어났습니다. 눈이 많이 오던 날이었습니다. 고아원에서 18년, 주방 보조로 25년을 살았습니다. 고아원과 주방, 이 두 곳이 우환이 가본 세상 전부입니다. 해가 바뀌는 2064년에도 여전히 주방 보조를 할 생각입니다. 곰탕 이야기를 자주 하던 식당 주인은 우환에게 시간 여행을 제안합니다. 과거로 가서 곰탕 국물 맛을 배워오면 돈은 물론 식당을 내준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이렇게 사나, 그렇게 죽으나 언제 죽어도 그만이었던 우환은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납니다. 40여 년을 거슬러 2019년에 도착했습니다. 시간 여행선에 열셋이 타고 출발했지만 우환과 김화영이라는 소년만 살았습니다. 김화영은 사람을 죽이러 왔다며 먼저 도시로 사라졌습니다. 우환은 부산곰탕집을 찾았고, 은근슬쩍 눌러앉아 국물 맛을 배웁니다. 이종인이라는 식당 사장은 우환과 나이가 비슷했고, 이순희라는 고등학생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이순희는 우환이 기억하는 이름입니다. 이순희와 유강희는 18년만에 처음으로 부모 이름을 물었을 때 고아원장이 알려 준 이름입니다. 이순희와 유강희는 뿅 가는 오토바이라는 뜻의 뿅카를 타고 다니는 불량 고교생이었습니다. "하나도 즐거울 게 없는 인생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두 사람이 하필 서로에게 지나친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우환은 이상하게도, 좋은 순간에는 강희와 순희가 자신의 부모일 리가 없다고 여겨지고, 불안함을 느낄 때는 분명히 이 연놈들이 내 부모다 싶어, 화가 났"습니다. 이우환의 불행은 이순희, 유강희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마주앉은 일흔아홉이 된 이순희는, 쉰아홉이 된 이우환에게 모든 것을 듣고 이렇게 말합니다. "인생 하나가, 지 혼자 망쳐지나. 니는 어떤지 모르겠다만, 나는 모든 게 달라졌다. 니가 태어난 후로." 행복에 대한 희망이 없던 이우환에게 행복에 대한 소망이 생기며 벌어진 이야기는 이렇게 끝납니다...

영속패전론 - 전후 일본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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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욕 속에 살고 있다." 2012년 7월 16일 도쿄 '요요기 공원'에서 열린 '사요나라 원전, 10만 집회'에서 오에 겐자부로가 나카노 시게하루의 표현을 인용하여 외친 말이다. 이 말은 3.11 동일본 대지진 이래 우리가 놓여 있는 상황을 모자람 없이 적확하게 표현한다. 그렇다. 우리는 실제로 모욕 속에 살고 있고, 모욕의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21) 여기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는데 모욕 속에서 살아가게 하는 권력 구조와 사회 구조는 3.11 사고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구조는 일본 역사에서 끊임없이 존속, 유지, 강화돼 왔으며 그동안 철저히 은폐된 것들이 명백하게 드러났을 뿐이다. 요컨대, 전후 체제는 전전(戰前)이나 전중(戰中)을 그대로 빼닮은 '무책임의 체계'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부패의 산물이다. (28) 전율을 일으키는 이런 정세 속에서 내게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확신이 하나 있다. 바로 '전후'라는 역사의 단락으로 오랜 기간 지속됐던 하나의 시대가 확실하게 끝났다는 믿음이다. 달리 말해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사고로 '전후'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것이다. 이는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완전히 끝나고 '전쟁과 쇠퇴의 시대가 왔음을 뜻한다. 아울러 지금까지 '전후'를 총괄한 기본적인 신화(곧 '평화와 번영')를 근본부터 다시 해석해볼 때가 됐음을 의미한다. (37) '전후'의 시작을 어떤 말로 인지하는지 생각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전후'의 시작인 8월 15일은 어떤 날인가? 일반적으로 이날은 '종전 기념일'로 불린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전쟁이 저절로 '끝났'을 리 없다. 전쟁은 대일본제국이 포츠담 선언을 수락함으로써 일본의 패배로 끝났다. 그런데도 이날은 전쟁이 '끝난' 날로 인식되고 ...

인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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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살고 있는 행성의 역사, 그리고 그 안에서 당신이 해온 역할의 역사는 지금 새롭게 쓰이는 중이다. 이 역사의 새로운 장에서 당신은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우리 인간들, 즉 안트로포스(Anthropos)는 지구의 작동을 너무나 거대하게 변화시켜왔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제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학적 시대 명칭을 통해 이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전 지질시대와는 달리 인간이 '자연의 거대한 힘'이 되었음을 표시하기 위해 인류세라는 용어를 쓰자는 제안은 학계 안팎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6) "우리는 인류세에 살고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인 대기과학자 파울 크뤼천(Paul Crutzen)은 2000년 한 학술회의장에서 절망스럽게 외쳤다. 크뤼천은 자신의 동료들이 현시대를 여전히 홀로세(Holocene)라고 부른다는 점에서 좌절했는지도 모른다. 지난 빙하기가 끝난 이후로, 즉 홀로세가 시작된 이후로 인간은 너무나 명백하게 지구의 모습을 변화시켰다. 지구의 현 지질시대를 우리 자신의 이름, 즉 인간을 의미하는 안트로포스(Anthropos)에서 따와서 명명하자는 제안은 크뤼천이 외쳤던 순간부터 학계 안팎에서 대단한 관심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10) 지질시대는 지구의 46억 년 역사를 지질학적 누대(累代, eon), 대(代, era), 기(紀, period), 세(世, epoch)로 세분화하는 공식적이고 국제적인 협의가 이뤄진 정리 방식이다. 새로운 지질시대를 선언하기 위해서는 지질학자들이 자신들만의 과학적 방법, 절차, 증거를 적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구적 차원에서 인간이 암석 안에도 분명한 표시를 남겼음을 입증해야만 하는 것이다. (63) 인간은 단순히 지구의 대기권과 기후를 변화시킨 것에 그치지 않았다. 인간은 생물다양성을 지구적으로 감소시켰고 농업활동을 하면서 유출한 비료로 해양을 오염시켰으며, 바다로 가는 강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고 전 세계에 걸쳐 자연 서식지를 변화시켰다. (99)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