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를 부탁해
딸에게조차 개구라쟁이라는 소리를 듣는 영란은 이름을 정서로 개명했지만 여전히 뻥쟁이였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수현이 진학 문제로 아버지와 갈등을 빚고 울고 있을 때 영란은 할아버지에 관한 얘기를 뻥치며 말했습니다. 그 분야에서 네가 최초이자 최고가 되라고.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수현은 제사 코디네이터가 되었습니다. 제사란 마음이 으뜸이고 형식은 거들 뿐이라며 의뢰받은 제사상에 탕국 대신 아아, 옥춘 대신 마카롱을 올리며 알려졌습니다. 영란의 1주기에 제사상을 차리던 수현은 벌떡 일어나 빵집을 찾아 달리기 시작합니다.
사람들 중심에 있길 원했고 주목받고 싶었던 영란은 입만 열면 뻥을 쳤습니다. 영란은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가족에게 했지만 뻥쟁이라며 아무도 믿지 않았습니다. 자기 얘기를 뻥튀기했던 영란은 죽어서 다른 사람들의 썰풀이 대상이 되는 걸 지켜봤습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났습니다. 1주기 제사상을 봐준 수현은 문을 나서며 내년에도, 그 내년에도 영란이 밥상을 챙겨준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뻥쟁이 영란은 죽어버린 나에게도 내년이 올지 모르지만, 수현은 나를 속이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 책은 소설일까요, 만화일까요? 소설가 박서련과 만화가 정영롱이 보이는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제사 코디네이터 권수현과 뻥쟁이 친구 박영란의 시점에서 쓰고 그린 이야기입니다. 뻥쟁이 영란의 거짓말에 악의가 없고 참이 숨어 있음을 수현은 알았습니다. 그래서 수현은 빵집을 찾아 달렸고, 영란은 자기가 죽은 날마다 수현이 밥상을 차려줄 것을 믿습니다. 영란은 자신이 죽었다고 수현이 울었는지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음식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해마다 뻥쟁이 제삿날에는 쥐포 굽는 냄새가 날 겁니다.
제사를 부탁해/박서련, 정영롱/문학동네 20230207 144쪽 10,000원
사람들 중심에 있길 원했고 주목받고 싶었던 영란은 입만 열면 뻥을 쳤습니다. 영란은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가족에게 했지만 뻥쟁이라며 아무도 믿지 않았습니다. 자기 얘기를 뻥튀기했던 영란은 죽어서 다른 사람들의 썰풀이 대상이 되는 걸 지켜봤습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났습니다. 1주기 제사상을 봐준 수현은 문을 나서며 내년에도, 그 내년에도 영란이 밥상을 챙겨준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뻥쟁이 영란은 죽어버린 나에게도 내년이 올지 모르지만, 수현은 나를 속이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 책은 소설일까요, 만화일까요? 소설가 박서련과 만화가 정영롱이 보이는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제사 코디네이터 권수현과 뻥쟁이 친구 박영란의 시점에서 쓰고 그린 이야기입니다. 뻥쟁이 영란의 거짓말에 악의가 없고 참이 숨어 있음을 수현은 알았습니다. 그래서 수현은 빵집을 찾아 달렸고, 영란은 자기가 죽은 날마다 수현이 밥상을 차려줄 것을 믿습니다. 영란은 자신이 죽었다고 수현이 울었는지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음식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해마다 뻥쟁이 제삿날에는 쥐포 굽는 냄새가 날 겁니다.
제사를 부탁해/박서련, 정영롱/문학동네 20230207 144쪽 10,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