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믿을 수 없겠지만 평평한 지구론이 다시 득세하고 있다. (25)
-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그들이 믿고 있는 것은 정확히 무엇인가? 지구는 평평할 뿐 아니라 남극대륙은 실제로 대륙이 아니며, 지구 둘레를 따라 세워져 있는(물이 바깥으로 흘러내리지 않게 하는) 얼음벽이다. 이 모든 구조물은 투명한 돔으로 덮여 있으며, 인간이 바라보는 태양과 달과 수많은 행성 및 별들은(이들은 매우 가까이 있다) 그 외곽에서 반짝이고 있을 뿐이다. (32)
- 졸저 《과학적 태도》에서 나는 과학과 비과학을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 증거에 부합하지 않는 가설을 기꺼이 변경하려는 수용적 태도라고 주장했다. (40)
- 내 가설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해서 당신이 주장하는 삼각형 지구론과 사다리꼴 지구론 혹은 도넛 모양지구론 가설이 더 유력해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반대를 위한 반대는 물론이고 근거 없는 의혹에 따른 갑론을박과 입장 번복은 신뢰를 더욱 훼손할 뿐이다. 이 또한 과학자들이 논증하는 방식이 아니다. (45)
- 평평한지구론의 사고방식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다. 평평한 지구론은 동기부여된 논증(motivated reasoning)의 대표적인 예라고도 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신념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편향적으로 선택하거나 혹은 오해하면서도, 신념에 반하는 증거는 극단적인 편견을 앞세워 거부한다. (47)
- 내가 행사장에 앉아 있으면서 내린 결론은 이랬다. 평평한 지구론은 이들이 실험적 증거를 기반으로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신뢰의 대상이 아니라 이들의 정체성 그 자체였다. 그 정체성은 이들의 삶에 목적을 제공한다. 공동체에 가해지는 박해에 대항하여 즉각적으로 단합된 공동체를 형성한다. 또한 권력을 가진 엘리트들은 모두 부패했고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인생에서 마주하는 고난과 상처의 상당 부분을 해명한다. (52)
- 과학자들은 증거를 중요시하고 새로운 증거를 기반으로 의견을 수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 과학이 증거에 구속될 수 없는 이유가 이것이다. 과학은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증거를 갖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엄중한 검증 과정을 통해 정당화된다. 이념(ideology)이나 도그마(dogma)는 이와 조금 다른 개념이다.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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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에는 '인증(warrant)'이라는 것이 있는데 어떤 이론이 성립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고 혹시라도 반증될 수 있을지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쳤다는 뜻이다. 그러면 나중에 몇몇 미래의 증거들이 그것을 뒤집어버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경우에도 그것은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다. 이것을 부정하는 것은 사실상 경험적 세계에서 모든 완벽한 증거가 도출될 때까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이는 절대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말이다. (103)
- 오레스케스와 콘웨이는 담배 회사들이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캠페인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보여주는 대단한 연구를 수행했다. 담배 회사 임원이 작성한 악명 높은 1969년 문서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다. "의심은 우리의 제품이다. 대중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사실의 실체'에 대항하는 최선의 수단이다. 또한 논란을 만드는 수단이기도 하다. 이런 방식으로 담배 회사들은 끝까지 '증거'를 요구하면서 수십 년 동안 줄곧 미국 대중을 속일 수 있었고 그동안 담배를 판매해 지속적인 이익을 얻었다. 안타깝게도 이 캠페인은 너무도 성공적이어서 산성비, 오존 구멍, 기후변화 등 이후 나타난 모든 과학 부정을 근본으로 하는 제반 운동에 청사진을 제공해주었다. 두 저자는 이것을 '담배 전략(tobacco strategy)'이라고 부른다. (108)
- 물론 누군가의 신념을 그의 의지에 반하는 방향으로 바꾸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당신이 수사학(혹은 철학)에 아무리 능하다고 해도 논리적 모순에 빠진 과학부정론자를 붙잡아놓고 마음을 바꾸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의 신념에 도전하는 것은 그 사람의 정체성에 도전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실증적 증거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증거는 과학부정론자가 새로운 정체성을 경험하게끔 시도하는 과정에서 그와 더욱 폭넓은 대화를 나누도록 돕는 하나의 도구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증거에 더 신경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느껴볼 필요가 있고, 과학자처럼 생각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다. (125)
- 자신의 이익이 침해당할 때 사람들은 재빨리 생각을 바꿀 수 있다. 농부들과 어부들도 이제는 기후변화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165)
- 기후변화 뉴스는 대부분 석탄, 석유,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와 함께 거론된다. 소와 다른 가축이 소화기관으로 메탄가스를 배출한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으며 기후변화 부정론자들도 이를 두고 신나게 떠들어댄 적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적어도 미국에서는) 온실 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은 에너지 생산, 운송, 산업이며 이것들은 주로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211)
- 경우에 따라서 우리가 무엇을 믿는가보다 누가 우리의 믿음과 함께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어느 정도는, 보수주의자들이 기후변화와 진화론을 부정하는 현상을 탄소세에 대한 뿌리 깊은 확신이 있다거나 자연선택에 의해 발달되었다고 하기엔 생물의 눈이 지나치게 복잡하다거나 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것이 단지 보수주의자들이 믿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사실
로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기후변화와 진화론이 이미 정치 쟁점화되어 있는 한 진보와 보수 사이에 당파적 분열이 발견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일단 구성원들이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에 대해 상부의 입장을 전달받으면 그들은 자신들의 견해를 뒷받침하기 위해 팀의 논점을 채택할 수 있다. (246)
- 우리가 살펴본 바에 따르면 과학부정론은 (1) 정보 부족 (2) 음모론 경향 (3) 신뢰 부족의 상황에서 확산된다. 이런 요소들은 과학적 합의가 정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GMO의 위험성을 주장하는사람들이 보이는 모습과 일치한다. 그리고 더 이상 놀랍지도 않지만, GMO 반대 주장들 가운데 가장 흔한 부분은 과학부정론과 궤를 같이한다. (265)
- 식품은 같을 수 있지만, 그것이 가지는 근본적인 불확실성과 위험 평가를 처리하는 방식에 대한 철학은 다르다. 미국에서 GMO 식품은 유죄가 입증될 때까지 무죄로 간주된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거의) 무죄가 입증될 때까지도 유죄로 의심받는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요구하는 위험 연구는 없다. 그 대신에 이는 전적으로 식품 생산자에게 맡겨진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성분분석 결과 우려 요인이 발견되는 경우 동물실험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런 테스트들 이후에도 모든 GMO 제품에는 표기가 부착되어야 한다. (270)
- 그는 원자력 산업은 항상 그것이 얼마나 안전한지 보여주려고 노력해왔으며, 아마도 대부분은 사실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뭔가 잘못되면 어떻게 될까? 설사 작은 규모의 위험이라 해도 분석을 해보면 그 결과가 너무나 파괴적이어서, 그것을 지지하는 것은 합리적 판단이 아니다. 그리고 이것이 GMO에 대한 그의 일관된 태도였다. 모든 과학은 그것이 안전하다고 하지만 훗날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결국 그는 과학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지금까지 언급한 이유들 때문에 GMO를 지지하도록 자신을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303)
- 과학부정론은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 특히 과학부정론자가 국가 정책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을 때 그의 신념은 엄청나게 치명적이다. (324)
- 과학은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희망을 품고 증거에 대한 가설을 입증하는 고된 과정을 통해 작동한다. 과학자들이 더 많이 연구할수록 그들의 신념은 바뀐다. 하지만 부정론자는 전문가가 드러내는 불확실성을 대안적 견해를 믿을 만하다는 근거로 받아들인다. 그것이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327)
- 과학부정론자와 대화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신념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그가 가치 있다고 정의하는 관심사의 폭을 넓히는 경지까지 도전해야 한다. (361)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How to Talk to a Science Denier, 2021/리 매킨타이어
Lee Mcintyre/노윤기 역/위즈덤하우스 20221116 456쪽 22,000원
과학은 새로운 증거를 기반으로 의견을 수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처럼 과학부정론자들은 확증편향을 기반으로 정체성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과학부정론자가 국정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을 때 치명적으로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그들의 신념을 바꿀 수 있을까?
지금 안전하다는 과학도 훗날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원자력 산업과 GMO에 찬성하지 않는 이유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과학이라고 믿지만 돈이 끼어드는 순간 괴물로 변하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지구 평평론자와 마찬가지로 어떤 주제는 나도 과학부정론자이다. 다만, 신념까지는 아니니 대화할 준비는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