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개가 왔다, 루돌이가 아니었으면 모르고 살았겠지만 모르는지도 몰랐을 것들
그 일이 얼어나버렸다. 평범한 소설가였던 정이현 작가는 "식물이든 동물이든 인간 이외의 종과 한집에서 살기 힘든 사람(20)"이었다. "개라는 종을 키워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130)" "한 생명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등에 짊어지고 싶지(188)" 않았다. "개를 만지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어느 날 갑자기(229)" 한 개의 일생이 왔다. 2022년 12월, 생후 3개월 차 어린 개가 왔다. 어떡하지.
깍두기를 연상시키는 바둑이가 왔다. "바둑이는 수컷이었고, 험준한 명산 자락의 한 마을에서 모견과 남매들과 있다가 발견되었다(27)"고 한다. 바둑이의 사연과 함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미래가, 한 '개'의 일생(31)"이 도착했다. "당장 내일 아침부터 이 집에 남아야 할 둘은 바둑이와 나였다.(41)" 인간과 교감한 적이 없는 바둑이와 개를 키워본 적이 없는 인간이 만났다. 정말, 키울 수 있을까?
보호소에서 '프림'이라고 불리던 바둑이는 '루돌이'가 됐다. 바둑이가 12월에 왔고, 성탄절이 가까워지며 루돌프가 떠올라서이다. 필요한 것들은 우선 책으로 배웠다. 사유하며 산책하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작가는 루돌이 덕분에 비자발적 프로산책러가 됐다. 시고르자브종이자 하이브리드인 루돌이가 무시당하지 말라고 이름을 하루에 몇십 번 부르게 됐다. 이것은 "고유하고 특별한 단 하나의 개를 향한(128)" 힘이자 사랑이다. "너무 속상해하지 마. 그러면 루돌이가 슬퍼하잖아.(148)" 이 말은 힘든 날에 작가를 위로하는 주문이 되었다. "그렇다. 누가 온다는 것은 정말로 어마어마한 일이다.(31)"
"저 강아지와 이대로 영원히 한집에서 사는 일이 불가능해 보이는데 쟤를 내보낼 순 없으니 내가 나가야되겠다고 결심(159)"하던 작가는 루돌이 모견인 유니가 입양되자 눈물을 흘렸다. "강아지를 위한 세세한 일상의 돌봄 전부가 내 몫이 되기를 원치 않았(188)"었지만, 루돌이 법적 보호자이자 실질적 보호자 역할을 할 정도로 변했다. 티가 나지 않는 돌봄 노동을 하며 공식적으로 루돌이 엄마라고 주장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혼자 두고 가버릴 수 없는 존재, 나로 하여금 기어이 힘을 내어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게 해주는 존재(193)" 즉 '내 새끼'가 되었다.
작가는 이 책에 "어린 개가 아니었으면 모르고 살았을 것들 혹은 어린 개가 아니었으면 모르고 살았겠지만 모르는지도 몰랐을 것들(14)"이라는 부제를 붙였을 것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개를 내가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는 것은 압도적인 기쁨의 영역"이지만,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다(227)" 것도 안다. "모든 존재에는 사연이 있다.(27)" "누구의 인생에도 '어린 개'의 순간은 온다.(229)" "루돌이를 만나기 전/후는 특별한 변곡점(228)"이었고 현재 진행형이다.
요조 작가는 추천의 말에서 "인간 쪽에서의 진화를 시도하는 책(231)"이라고 했다. 딱 맞는 말이다. 개는 우리 속을 걸어 다니는 인류학자이며 개와 인간은 서로 가축화됐다는 자기가축화설을 믿는다.
어린 개가 왔다/정이현/한겨레출판 20250606 232쪽 16,800원
덧. 〈정이현의 어린 개와 걸었다〉를 보면 더 많은 루돌이를 볼 수 있습니다.
깍두기를 연상시키는 바둑이가 왔다. "바둑이는 수컷이었고, 험준한 명산 자락의 한 마을에서 모견과 남매들과 있다가 발견되었다(27)"고 한다. 바둑이의 사연과 함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미래가, 한 '개'의 일생(31)"이 도착했다. "당장 내일 아침부터 이 집에 남아야 할 둘은 바둑이와 나였다.(41)" 인간과 교감한 적이 없는 바둑이와 개를 키워본 적이 없는 인간이 만났다. 정말, 키울 수 있을까?
보호소에서 '프림'이라고 불리던 바둑이는 '루돌이'가 됐다. 바둑이가 12월에 왔고, 성탄절이 가까워지며 루돌프가 떠올라서이다. 필요한 것들은 우선 책으로 배웠다. 사유하며 산책하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작가는 루돌이 덕분에 비자발적 프로산책러가 됐다. 시고르자브종이자 하이브리드인 루돌이가 무시당하지 말라고 이름을 하루에 몇십 번 부르게 됐다. 이것은 "고유하고 특별한 단 하나의 개를 향한(128)" 힘이자 사랑이다. "너무 속상해하지 마. 그러면 루돌이가 슬퍼하잖아.(148)" 이 말은 힘든 날에 작가를 위로하는 주문이 되었다. "그렇다. 누가 온다는 것은 정말로 어마어마한 일이다.(31)"
"저 강아지와 이대로 영원히 한집에서 사는 일이 불가능해 보이는데 쟤를 내보낼 순 없으니 내가 나가야되겠다고 결심(159)"하던 작가는 루돌이 모견인 유니가 입양되자 눈물을 흘렸다. "강아지를 위한 세세한 일상의 돌봄 전부가 내 몫이 되기를 원치 않았(188)"었지만, 루돌이 법적 보호자이자 실질적 보호자 역할을 할 정도로 변했다. 티가 나지 않는 돌봄 노동을 하며 공식적으로 루돌이 엄마라고 주장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혼자 두고 가버릴 수 없는 존재, 나로 하여금 기어이 힘을 내어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게 해주는 존재(193)" 즉 '내 새끼'가 되었다.
작가는 이 책에 "어린 개가 아니었으면 모르고 살았을 것들 혹은 어린 개가 아니었으면 모르고 살았겠지만 모르는지도 몰랐을 것들(14)"이라는 부제를 붙였을 것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개를 내가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는 것은 압도적인 기쁨의 영역"이지만,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다(227)" 것도 안다. "모든 존재에는 사연이 있다.(27)" "누구의 인생에도 '어린 개'의 순간은 온다.(229)" "루돌이를 만나기 전/후는 특별한 변곡점(228)"이었고 현재 진행형이다.
요조 작가는 추천의 말에서 "인간 쪽에서의 진화를 시도하는 책(231)"이라고 했다. 딱 맞는 말이다. 개는 우리 속을 걸어 다니는 인류학자이며 개와 인간은 서로 가축화됐다는 자기가축화설을 믿는다.
어린 개가 왔다/정이현/한겨레출판 20250606 232쪽 16,800원
덧. 〈정이현의 어린 개와 걸었다〉를 보면 더 많은 루돌이를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