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의 시대 - 세대론과 색깔론에 가려진 한국 사회의 성장기
- 한국 사회의 시민들은 선진국들과는 달리 자국의 엘리트 계층과 '평범한 시민인 나'의 역량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안다. 엘리트 정치가 지극히 무책임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38)
- 한국 사회에는 엘리트 정치가 아니라 오히려 포퓰리즘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제각기 본인이 옳다고 믿는 것에 골몰하여 투쟁하는 한국인의 특질이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 되려면 무책임한 엘리트 정치에서 벗어나 책임 있는 포퓰리즘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임 있는 포퓰리즘'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를 물을 때 우리는 '피드백 사회'라는 현상을 검토하게 된다. (39)
- 중도파란 말을 정치 현장에 대입할 때는 ‘스윙보터’라고 쓰기도 한다. 그들이 특정한 정당의 지지층이 아니라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그들이 유동하는 현상이 아니라 유동하면서 수행하는 역할에 주목했을 때 ‘캐스팅보트’라고 쓰기도 한다. (...) 한국의 선거에서는 오랫동안 충청 지역이 그러한 ‘캐스팅보트’의 위치를 점해왔다. 그러나 2012년 대선에서 단일화 협상을 진행 중이던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사이에서 호남 여론이 고심한 것처럼 상황에 따라 기존에는 텃밭처럼 보이던 영역도 종종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지역주의가 퇴조하면서 2030세대 청년층이 캐스팅보트로 여겨지게 됐다. 보통 60세 이상이 산업화 세대로 여겨진다면, 4050세대는 민주화 세대로 여겨지기에 더욱 그러하다. 중도파, 스윙보터, 그리고 캐스팅보트 등 뭐라고 부르든 그 집단의 무게추가 청년세대로 이동하는 현상은 물론 우리의 논의에서도 중요한 함의가 있다. (68)
- 우리가 지금 중도파라고 표현하는 시민 그룹은, 1980년대부터 경제성장과 민주화 양쪽 모두를 적당히 지지하는 이들이었다. 시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경제성장도 좋은 일이고 민주화도 좋은 일이다. 현존하는 2개의 정치 세력이 각각 지나치게 한쪽으로만 치중한다면, 시민들은 순차적으로 한쪽에 힘을 더 실으면서 2개를 다 얻는 것이 가장 현명한 행위다. 물론 1980년대는 1987년 이후의 대통령 직선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권위주의 정부를 뒤엎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실용주의적 시민 그룹이 군부독재 권위주의 정부라는 한 축을 결정적으로 뒤엎는다는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어떤 확신이 필요했다. 다른 한 축인 민주화운동 세력의 적극적인 활동이 누적되어서 그들이 함께 세상을 뒤엎을 만한 세력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74)
추월의 시대/김시우, 백승호, 양승훈, 임경빈, 하헌기, 한윤형/메디치미디어 20201230 384쪽 17,000원
1980년대생이 바라본 한국 사회, 60세 이상인 산업화 세대를 지나 민주화 세대인 4050 직후 세대인 30대가 중도파 관점에서 정치를 바라보며 파격적으로 해석했다.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더라고 새로운 관점이 아주 신선하다.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며 지켜본 저력으로 한국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그렸지만, 지금처럼 요 모양 요 꼬라지가 될지 미처 내다보지 못했다. 내년에 다시 한번 평가하는 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