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
  • 한국을 지옥으로 지칭하는 헬조선, 삶의 대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N포 세대, 저축을 포기하고 현재의 소비를 즐기는 욜로족과 같은 신조어들이 난무하는 현실은 기성세대가 약속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현실이 젊은 세대를 기다리고 있음을 반증한다. 과거의 방정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 새로운 성공 방법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그들은 주식과 코인에 투자하고 사업을 시작하며 유튜버나 SNS의 인플루언서를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길도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내 주변에는 정신과를 찾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한국에서 정신과를 다닌다는 것은 여전히 드러내 놓고 말할 수 없는 일인데도 말이다. (26)
  • 한국 사회는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는 자크 라캉의 주장이 문자 그대로 적용되는 사회다. 이상하게도 모두가 같거나 비슷한 목표를 추구하니 말이다. 누구나 일명 '사'자 달린 직업(의사, 검사, 판사, 변호사 등)이나 공무원, 대기업 직원이 되기를 희망한다. (30)
  • 나는 꿈을 꾼다는 것이 개인의 희망과 바람 그리고 행복과 직결된다고 생각했다. 꿈은 추구하는 과정 자체로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꿈'은 개인을 구속하고 끊임없이 채찍질하게 하는 수단이다. (31)
  • 나는 결혼을 반대하지 않는다. 단지 '결혼을 위한 결혼'에 참여하는 것이 불편할 뿐이다. (56)
  • 아무래도 회사는 직원들이 책상을 오래 지키고 있을수록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정확히 그 반대다. 일을 오래 할수록, 특히 무의미한 일을 오래 할수록 우리는 피곤해지고, 자연히 실수가 잦아지며 살이 찌고, 병들어 간다. 이른바 '번아웃 증후군'에 도달하고 마는 것이다. 사생활이 없는 삶에 익숙해지면서 일이 곧 삶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상황에 길들여진다. (70)
  • 지금까지의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한국의 언론은 진실을 존중하지 않고, 기록과 자료를 '조작'하는 데다 사실무근의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으며, 보도 대상의 사생활을 수시로 침해한다. 또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리지 않으며 아무런 사유도 제공하지 않고 수정과 삭제를 반복한다. 게다가 그들은 앞장서서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고 차별을 부추긴다. 이는 그들이 속한 한국기자협회의 윤리 강령에 명백히 반하는 행위들이다. (90)
  • 미디어의 역할이란, 사람들이 각자의 원칙에 따라 타당한 의견을 가지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와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예시에서 알 수 있듯, 오늘날의 한국 미디어는 그 반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독자들의 눈을 멀게 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방해하며 개인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91)
  • 일부 남성들의 극단적인 여성 혐오 문화는 일부 여성들에게서 같은 수준의 대응을 만들어 냈다. 그들은 서로를 미워할 만한 모든 극단적인 정보들을 주고받으며, 상대의 존재를 부정하는 이유를 재생산하고 있다. 특히 성별이 편중된 커뮤니티 공간에서 이런 정보와 주장들이 활발하게 공유되며 거기에 반하는 목소리는 철저하게 통제당한다. (105)
  • 온전히 개인의 자유와 선택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싫든 좋든 때로는 원하지 않는 선택을 강요받기 마련이며 어느 정도는 개인의 자유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흑백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 환경이라면 개인의 선택 기회는 한층 줄어들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사회가 허용하는 '옳은 선택' 외에는 잘못된 선택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110)
  • 한국은 난민을 '못사는 나라의 사람'이나 무슬림 정도로 생각한다. 나아가 그들을 경제적 이주민, 가짜 난민, 불법 체류자,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본다. 이런 차별적 인식은 극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선동에 의해 강화된다. 그들의 극단적 주장은 미디어를 통해 '난민 반대 시위' 혹은 '난민 반대 시민 단체'로 포장된 채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들과 관련한 다른 많은 이야기들 중에 오로지 편향되고 왜곡된 주장만이 확대 재생산된다. 자극적 언사로 점철된 미디어를 접한 대중은 마치 난민이 거대한 사회 문제인 양 오해할 수 있다. (124)
  • 상품으로 치면 우리 모두는 크든 작든 특정 부분에서는 불량품이다. 서로 비교하고 서로 투쟁하고 서로 경계해야 하는 초경쟁 사회의 논리를 따르자면 우리 모두는 단지 다르다는 이유로, 불완전하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차별은 사실 우리 일상에서 늘 존재해 왔다. 가령 아파트 경비원은 아파트 주민에게 차별받고, 그 경비원을 차별하던 사람 역시 국산 경차를 몬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게 현실이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차별하고 차별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133)
  • 우리가 부지런히 추구해야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주입된 꿈이 아니라, 자신의 본모습을 발견하고 수용하고 그것을 지켜 나가려는 노력이다. 이 과정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고 참된 행복을 맛보기를 희망한다.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라파엘 라시드/허원민 역/민음사 20220708 164쪽 15,000원

구구절절 옳은 소리다. 코리안 벤토가 인연이 돼 한국살이하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가 한국의 어두운 면을 아주 정확하게 꼬집어 알려준다. 술술 읽히지만 지적은 예리하다. 반성하며 개선하지 않으면 내일은 더 불행하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