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 아인슈타인의 세계관

The World As I See It, 1956
  • 인간, 혹은 모든 유기체의 생명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간단하게라도 답하려면 종교를 얘기할 수밖에 없다. 여러분은 물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얘기가 무슨 의미가 있나? 자신의 생명과 뭇 피조물의 생명을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지 불행하기만 한 게 아니라 생명을 누릴 자격도 없다는 것이 나의 대답이다. (20)
  • 나는 결코 안락함과 행복,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은 적이 없다. 그런 것들은 돼지에게나 어울릴 것이다. 내 삶에 빛이 되고, 힘들 때면 기꺼이 삶을 직면하도록 용기를 준 이상은 진선미였다. 예술이나 과학 연구에 종사하는 이들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목표에 사로잡혀 있다. 이러한 동료들과 나눈 유대가 없었다면 삶은 내게 공허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재산, 외형상의 성공, 사치 따위를 이루고자 애쓰지만, 이러한 평범한 목표를 나는 늘 경멸했다. (23)
  • 인간의 삶에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창의적이고 지각 있는 개인, 즉 개성을 가진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고귀함과 숭고함을 창조하는 일은 개인의 몫이다. 소위 군중은 사고도 감정도 둔할 뿐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군중의 본성을 드러내는 최악의 사레인 군대가 생각난다. 나는 군사제도를 혐오한다. 군악대의 선율에 따라 열을 맞춰 행군하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을 나는 경멸한다. 그런 사람에게 커다란 뇌가 주어진 것은 실수다. 그에게는 오로지 등뼈만 있으면 될 일이다. 역병과도 같은 이런 문명의 악습은 가능한 한 서둘러 폐지해야 한다. 명령에 따른 영웅주의, 무의미한 폭력,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온갖 터무니없는 악행들을 내가 얼마나 증오하는지! 내게 전쟁은 천박하고 경멸스러운 행위다. (25)
  • 인간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자아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통찰을 그가 지녔는가, 그 해방감은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이다. (32)
  • 오직 개인만이 사고할 수 있고, 그 결과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아니, 그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함께할 새로운 도덕규범을 세우기도 한다. 공동체의 자양분 없이 개인의 인격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것처럼, 창조적이면서 독립적인 사고와 판단력을 가진 개인이 없다면, 사회의 진보는 불가능하다. (34)
  • 산업과 기계의 발달로 인해 생존투쟁은 훨씬 치열해졌고, 그 결과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마저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 이것으로 현재 나타나는 여러 타락의 징후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기계의 발달은 공동체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인이 부담할 노동이 줄어든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잘 짜인 노동의 분배가 더욱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적절한 분배가 있어야 개인이 물질적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거기에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여가와 여력이 더해지면 자아 발전도 가능해진다. 그렇게 공동체는 다시 건강해질 것이고, 현재 사회가 안고 있는 병적인 징후들은 큰 꿈을 품고 날아오르던 인류의 성장통이었다고, 너무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문명화에 따른 진통이었다고 미래의 역사가들이 기술하는 날이 오리라는 희망도 생길 것이다. (36)
  • 세상의 어떤 부도 인류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없다고 나는 확신한다. 인류 향상에 누구보다 헌신적인 사람 손에 들어갔다 해도 마찬가지다. 본보기가 되는 위대하고 순수한 인격만이 훌륭한 생각과 고귀한 행동을 낳는 밑거름이다. 돈에 끌리는 것은 오직 이기심이니 가진 자는 함부로 쓰고 싶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카네기처럼 돈 가방을 둘러멘 모세나 예수, 간디를 상상할 수 있는가? (55)
  • 전 세계가 필요로 하는 식품류나 기타 상품을 이전보다 훨씬 짧은 시간의 작업으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노동 분업과 생산품의 분배 문제가 훨씬 어렵게 되었습니다. 개인이 아무런 규제와 제지를 받지 않고 부와 권력을 추구하는 자유방임의 경제 논리로 이 문제를 적당히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이제 접어야 합니다. 생산, 노동, 분배는 확실한 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소중한 생산력이 낭비되지 않고, 가난 때문에 사람들이 다시 야만의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97)
  • 나의 입장은 간단명료하다. 군비를 제한하는 협정만으로는 안전을 전혀 보장할 수 없다. 강제 중재는 집행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협정에 참여한 모든 국가가 이를 보장해야 한다. 참여국은 평화를 어지럽히는 국가에 대한 경제·군사 제재에 기꺼이 동참해야 한다. 병든 민족주의의 보루인 징병 제도를 없애기 위해 싸워야 한다. 특히,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국제 차원에서 보호받아야 한다. (123)
  •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이 건전한 한계를 넘지 않아야 하고, 모든 아이들에게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임금은 소비재의 가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높아야 한다는 것, 이 모든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152)
  • 대대로 전해 오는 인류의 유산이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 되게 하려면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이제 우리는 안다. 예전에는 소중한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 개인의 이기심을 어느 정도 버리는 걸로 충분했지만, 이제는 민족과 계급의 이기주의까지 극복해야 한다. 그런 경지에 이르러야만 전 인류의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155)
  • 선택할 수만 있다면, 나는 모든 시민의 정치적 자유, 관용, 평등이 법으로 보장되는 나라에서, 오로지 그곳에서만 살겠다. 정치적 자유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자유이며, 관용은 어떤 사람의 의견도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158)

나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The World As I See It, 1956/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강승희 역/호메로스 20170405 212쪽 13,000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0314~19550418)이 쓴 기고문과 에세이, 편지를 모은 책입니다. "원로원 의원들은 모두 착하나 원로원은 사악한 짐승이다"라고 했습니다. "공동체는 개인보다 양심이나 책임감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는 뜻입니다. 아인슈타인은 개인이 가진 성향이 어떤 공개 선언보다 중요하다며 "올곧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명심하고 잘못된 길로 빠진다거나 분노에 휩싸이는 일이 없도록 자신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1921년 아인슈타인의 첫 미국 방문을 앞두고 어떤 단체는 그를 "빨갱이"라고 규탄하며 입국을 거부하는 운동을 벌였습니다. "세상의 어떤 부도 인류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없다고 나는 확신한다"며 생산, 노동, 분배는 확실한 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거나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기계의 발달은 공동체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인이 부담할 노동이 줄어든다"며 분배를 강조했습니다.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이 건전한 한계를 넘지 않아야 하고, 모든 아이들에게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임금은 소비재의 가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높아야 한다는 것, 이 모든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아인슈타인이 백여 년 전에 쓴 편지의 한 구절입니다. 아직 그런 세상은 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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