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독고라는 사내는 동물의 음성 같은 어눌한 말씨, 엉거주춤 움직이는 병든 곰 같이 엉성한 동작, 아무렇게나 자란 잡초 같던 콧수염과 턱수염으로 덥수룩한 얼굴, 큰 덩치에 위압감을 주는 눈빛, 미모보다는 연기로 승부해야 하는 인상, 빙하가 녹아 갈 곳을 잃는 북극곰 같아 의성마늘 햄과 쑥 음료를 아무리 먹어도 사람이 될 거라 믿어지지 않는 미련 곰탱이 같은 곰 같기도 하고 곰 사냥에 나선 원시인 같은 서울역 노숙자 출신입니다.

노숙자 독고가 우연한 인연으로 청파동 골목의 작은 편의점 ALWAYS에서 밤 열시부터 아침 여덟시까지 알바를 했습니다. 편의점은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고 손님이나 점원이나 예외없이 머물다 가는 공간입니다. 물건이든 돈이든 충전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주유소가 편의점입니다. 이름인지 성인지 모르는 독고라는 노숙자가 임신한 고양이가 불쑥 사람의 집에 들어와 새끼를 낳듯이 느닷없이 불편한 편의점에서 알바를 했습니다.

불편한 편의점이라고 소문이 났지만 그런대로 손님이 드나들었습니다. 제이에스라고 불리는 진상 손님도 들렸습니다. 참깨라면과 참치김밥에 참이슬을 사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하루를 마감하는 참참참 패키지 손님에게 술 대신 옥수수수염차를 권하기도 했습니다. 폐기 상품이지만 아직 괜찮은 도시락 같은 이도 만납니다. 원 플러스 원만 사는 이웃도 왔습니다. 꼴보기 싫은 사람에게 삼각김밥과 손편지를 건네면 좋아질 거라고도 했습니다.

불편한 편의점에 가면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입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닫습니다. 지구가 인간을 함구하게 하려고 뿌린 역병 시대이지만 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된다는 것을 기억하게 합니다.

불편한 편의점/김호연/나무옆의자 20210420 268쪽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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