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장의 시대
슬아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운 말은 할아버지였습니다. 할아버지는 가부장이었고, 여자 어른들은 집안일을 했고 남자 어른들은 바깥일을 했습니다. 엄마는 이름 없이 불리며 살림하는 자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슬아는 글을 썼고, 성공한 애로 불리게 됐습니다. 그렇게 가부장도 없고 가모장도 없는 가녀장의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이슬아는 스물두 살에 작가로 데뷔하며 마감의 힘으로 글을 쓰며 가녀장이 됐습니다. 오른팔에는 청소기를 왼팔에는 대걸레를 새긴 아버지 웅이와 살림노동으로 월급을 받는 어머니 복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슬아와 웅이와 복희가 바깥에서 밥을 사 먹는다면 가족 외식인지 직원 회식인지 모르지만, 모부는 슬아가 만든 출판사 직원이 됐고 슬아는 이 집안의 바깥양반이 됐습니다.
낮잠 자는 걸 좋아하고 출판이든 문학이든 낮잠을 자가면서 해내겠다는 의지를 담아 낮잠 출판사를 설립한 건 삼 년 전이었습니다. 슬아는 돈, 재미, 의미, 의무, 아름다움 중 최소한 두 가지를 충족하는 일만 수락합니다. 슬아는 노브라로 방송에 출연했다가 잘리기도 했습니다. 더우면 등목도 하고 싶습니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어떤 삶을 먼저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모두 선생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콩나물국밥집에서 계산하며 중년의 여자 종업원에게 "선생님,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합니다.
할아버지라는 가부장과 함께 살던 시절, 슬아에게 제사란 등짝과 엉덩이와 해진 양말 같은 이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제사는 며느리의 노동 위에서 이루어졌지만, 가녀장이 통치하는 집안에서 제사는 없습니다. 슬아는 말합니다. "월화수목금토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월요일부터 다시 잘해보기 위해서라고, 다시 잘해볼 기회를 주려고 월요일이 어김없이 돌아오는 거라고." 슬아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세계의 아름다움 역시 달라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슬아 작가는 "이것은 제가 아직 본 적 없는 모양의 가족드라마"라며 "작은 책 한 권이 가부장제의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돌봄과 살림을 공짜로 제공하던 엄마들의 시대를 지나, 사랑과 폭력을 구분하지 못하던 아빠들의 시대를 지나, 권위를 쥐어본 적 없는 딸들의 시대를 지나, 새 시대가 도래하기를" 같이 바랍니다.
가녀장은 스스로 발명된 것이 아니라 엄마들의 시대를 지나며 투쟁하며 아주 조금 쟁취한 것입니다. 한여름에 겨털 휘날리며 등목하는 가녀장이 수두룩하길 앙망합니다.
가녀장의 시대/이슬아/이야기장수 20221007 316쪽 15,000원
이슬아는 스물두 살에 작가로 데뷔하며 마감의 힘으로 글을 쓰며 가녀장이 됐습니다. 오른팔에는 청소기를 왼팔에는 대걸레를 새긴 아버지 웅이와 살림노동으로 월급을 받는 어머니 복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슬아와 웅이와 복희가 바깥에서 밥을 사 먹는다면 가족 외식인지 직원 회식인지 모르지만, 모부는 슬아가 만든 출판사 직원이 됐고 슬아는 이 집안의 바깥양반이 됐습니다.
낮잠 자는 걸 좋아하고 출판이든 문학이든 낮잠을 자가면서 해내겠다는 의지를 담아 낮잠 출판사를 설립한 건 삼 년 전이었습니다. 슬아는 돈, 재미, 의미, 의무, 아름다움 중 최소한 두 가지를 충족하는 일만 수락합니다. 슬아는 노브라로 방송에 출연했다가 잘리기도 했습니다. 더우면 등목도 하고 싶습니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어떤 삶을 먼저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모두 선생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콩나물국밥집에서 계산하며 중년의 여자 종업원에게 "선생님,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합니다.
할아버지라는 가부장과 함께 살던 시절, 슬아에게 제사란 등짝과 엉덩이와 해진 양말 같은 이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제사는 며느리의 노동 위에서 이루어졌지만, 가녀장이 통치하는 집안에서 제사는 없습니다. 슬아는 말합니다. "월화수목금토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월요일부터 다시 잘해보기 위해서라고, 다시 잘해볼 기회를 주려고 월요일이 어김없이 돌아오는 거라고." 슬아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세계의 아름다움 역시 달라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슬아 작가는 "이것은 제가 아직 본 적 없는 모양의 가족드라마"라며 "작은 책 한 권이 가부장제의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돌봄과 살림을 공짜로 제공하던 엄마들의 시대를 지나, 사랑과 폭력을 구분하지 못하던 아빠들의 시대를 지나, 권위를 쥐어본 적 없는 딸들의 시대를 지나, 새 시대가 도래하기를" 같이 바랍니다.
가녀장은 스스로 발명된 것이 아니라 엄마들의 시대를 지나며 투쟁하며 아주 조금 쟁취한 것입니다. 한여름에 겨털 휘날리며 등목하는 가녀장이 수두룩하길 앙망합니다.
가녀장의 시대/이슬아/이야기장수 20221007 316쪽 15,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