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불가능한 불평등 - 사회정의와 환경을 위하여
-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미 불의로 병든 사회에서 불평등의 골을 더욱 깊게 했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대개 바이러스에도 가장 많이 노출되었다. 힘들게 '몸 쓰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팬데믹 초기에 마스크나 변변한 보호 장비도 없이 선택 아닌 선택을 해야만 했다. 위험한 줄 뻔히 알면서 일을 하러 나갈 것인가, 건강을 지키려다 일자리를 잃을 것인가. 대형 상점 계산원, 요양보호사, 더 넓게는 사회의 기본적 용역을 담당하는 사람들 모두가 그랬다. 사회의 물자 기지들을 작동시키기 위해 익명의 수백만 시민이 매일매일 일하는 그 모든 산업 현장에서. (9)
- 선거운동에 민간자금이 들어갈 때의 근본적 문제점은, 소득이 높은 사람이 돈을 더 많이 댈 수 있기 때문에 상위층에게 호감을 얻는 후보가 선거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1인 1표'라는 민주주의의 이상은 차츰 흐려지고 '1달러에 1표' 식이 되어버린다. 이 같은 상황은 정치적·경제적 불평등을 영속시킬 수 있고, 그러한 불평등 자체가 정치 활동을 양극화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42)
- 공공자산의 감소와 민간자산의 폭증은 개인들 간의 불평등이라는 면에서 중대한 결과를 가져왔다. 일단 국가의 공공자산이 줄어들면 교육, 공공보건, 생태 전환에 투자함으로써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기가 어려워진다. 앞으로 세세하게 살펴보겠지만 그러한 정책이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민간자산 증가는 개인이 물려받는 세습자산의 불평등과 궤를 같이 한다. 자산은 소득보다 집중되기 쉬운데, 소득이 오르는 속도보다 부가 축적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96)
- 경제적 불평등은 여러 원인에서 비롯되고 그중 어느 한 원인을 따로 떼어내려는 시도는 소용이 없다. 게다가 불평등 심화 경향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나타나지만, 국가별 특성이 다수 관찰된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포괄적인 설명을 경계해야 한다. 1980년대 초에 시작된 무역 및 금융 세계화와 교육 불평등이라는 맥락 안에서의 기술 진화는 불평등이 증가하는 경향을 부분적으로 설명할 뿐, 국가별 차이까지 설명하지는 못 한다. 부자 감세로 인한 사회국가의 쇠퇴, 사회보호망의 수축을 고려해야 이처럼 다양하게 나타나는 양상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118)
- 물의 간접 소비가 가장 크게 일어나는 부분은 식품 생산이다. 밀 1킬로그램을 생산하려면 1,200리터의 물이, 쇠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려면 1만 3,0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생활 수준의 차이, 섭생 방식의 차이가 국가 간 물 소비 불평등에 크게 작용한다. 북미인은 평균적으로 하루 7,000리터의 물을 소비한다. 영국인은 3,400리터,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은 2,600리터, 중국인은 1,900리터를 소비한다. 전 지구 차원에서는 인류의 필요를 충족하기에 충분한 양의 담수가 존재한다. 하지만 식수 자원의 근본적 문제는 분포가 고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 인구의 3분의 2는 적어도 연중 한 달은 물 부족에 시달린다. 이러한 물 부족은 모든 대륙에서, 선진국과 빈곤국을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그렇지만 물 부족의 여파는 선진국보다 빈곤국에서 더 비극적으로 나타난다. (140)
-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이 언제나 공해와 환경 파동에 더 크게 무너진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들은 피해로부터 자기를 지킬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국 경제 불평등, 환경불평등, 정치 불평등이 뒤섞인 악순환이다. 현대사회는 환경 위험과 그 위험에 대처할 수단을 사회적으로 불공평하게 분배하고 있다. 그로써 기존의 사회적 불평등은 자동으로 강화된다. (170)
- 자원에 대한 접근 불평등, 위험에 대한 노출 불평등, 환경의 질적 저하에 따른 책임 불평등이 그 세 가지 형태다. 여기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다. 일단 경제적 불평등은 환경불평등을 상당 부분 결정짓는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은 (에너지 같은) 상품으로서의 천연자원에 접근하기 힘든 반면, 환경 위험에는 항상 더 많이 노출되고 피해에는 더 취약하다. 게다가 경제적 불평등은 온실가스 배출 불평등에도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경제적 불균형이 심화되는 경향은 환경정의라는 면에서도 결코 이롭지 않다. (202)
- 우리가 살펴본 대로, 환경보호에 역행하지 않고도 경제적 불평등은 얼마든지 완화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문제에 세방향으로 접근했다. 첫 번째는 대중교통과 에너지 및 수도 공공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가계에 대한 지원으로 사회적 규준 변화를 촉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 방향은 새로운 환경세를 고안하고 도입하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세는 아주 잘 설계되어야만 환경과 사회적 보호 사이에서 빚어질 수 있는 갈등을 뛰어넘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환경불평등을 완화하려면 유럽 국가들과 신흥국들이 개방적이면서도 투명한 불평등 측정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 이 세 방향으로의 변화는 전부 가능할 뿐 아니라 이미 일부 국가에서 현재 진행 중이다. 이러한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다 보면 공공정책은 결국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취하게 될 것이다. (248)
- 경제불평등이 현대 세계의 지속 불가능성의 실질적 요인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소득 및 자산 불평등이 민주 사회로서 참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고, 경제활동이라는 관점에서도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게다가 그러한 불평등은 사회 전체의 보건 및 사회보장을 악화시키고, 환경에도 피해를 입힌다. (269)
지속 불가능한 불평등/뤼카 샹셀Lucas Chancel/이세진 역/니케북스 20230401 288쪽 16,800원
"샹셀 등이 분석한 한국의 사례를 보면, 2021년 기준으로 한국 국민 1인당 연간 평균 탄소배출량은 14.7톤이지만 소득 상위 10퍼센트는 54.5톤, 상위 1퍼센트는 무려 180톤에 이른다. 반면 하위 50퍼센트는 고작 6.6톤밖에 배출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만약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줄이는 목표를 세웠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모든 국민이 1인당 평균 약 7.4톤씩만 배출해야 한다. 가장 평등하게 이를 실천하는 방법은 예외 없이 국민 개개인이 똑같이 7.4톤씩 배출하는 것이다. 그러면 하위 50퍼센트 국민들은 오히려 지금보다 0.8톤을 더 배출해도 된다. 반면 상위 1퍼센트가 7.4톤만 배출하려면 무려 172.7톤을 줄여야 한다. 이 지점이 사실상 이 책의 핵심 주장이며 세계불평등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논지다." (...) "경제적 불평등은 환경불평등을 상당 부분 결정 짓는다"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은 (에너지 같은) 상품으로서의 천연자원에 접근하기 힘든 반면, 환경 위험에는 항상 더 많이 노출되고 피해에는 더 취약하다. 게다가 경제적 불평등은 온실가스 배출 불평등에도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경제적 불균형이 심화되는 경향은 환경정의라는 면에서도 결코 이롭지 않다." (282~283)
토마 피케티와 함께 파리경제대학 세계불평등연구소(World Inequality Lab) 공동 소장인 뤼카 상셀이 환경불평등을 다뤘다. 자본주의가 출현한 이후 불평등이 만악의 근원이라는 진단은 옳다. 실천이 늦는 건 우리의 죄다.
토마 피케티와 함께 파리경제대학 세계불평등연구소(World Inequality Lab) 공동 소장인 뤼카 상셀이 환경불평등을 다뤘다. 자본주의가 출현한 이후 불평등이 만악의 근원이라는 진단은 옳다. 실천이 늦는 건 우리의 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