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드디어 새로운 인류가 나타나다
집단 린치를 하던 유인원 중 두 마리가 피를 흘리고 있는 침팬지의 팔을 양쪽에서 쥐고 타이밍을 계산한 움직임을 보이며 들어올렸다. 굉장한 연계행동이었다. 폭행을 견디던 원숭이의 몸이 일으켜지더니 정면에 있던 대장 원숭이가 그 팔 안에서 뭔가를 뺏었다. (...) 대장 원숭이는 어린 원숭이의 양발을 쥐고 흔들더니 큰 나뭇가지에 머리를 쳤다. 어린 원숭이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울부짖었다. 하지만 대장 원숭이는 전혀 개의치 않고 어린 원숭이의 팔을 찢어 먹기 시작했다. (203)
〈가디언〉 작전을 수행하려고 이동하던 예거 일행이 목격한 광경이다. 제노사이드(특정 집단을 말살할 목적으로 대량 학살하는 행위)가 벌어지는 콩고 정글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40여 명의 피그미족을 죽이고 본 적 없는 생물과 만나면 제일 먼저 사살하는 것이 〈가디언〉 작전이다.
인류의 진화가 일어나면 얼마 안 가 우리는 지구상에서 사라진다. 북경원인이나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이다. (248)
30여 년 전에 발행된 「하이즈먼 리포트」의 정식 제목은 '인류의 멸망 요인에 대한 연구와 정책으로의 제언'이다. 〈가디언〉 작전은 누스(NOUS)라는 새로운 인류를 제거하는 일이다. 누스(NOUS)는 초월적인 지성을 의미하는 그리스어로 생물 진화의 제3단계 정신권의 어원이 된 말이다. 본명이 '아키리'인 누스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뇌에 돌연변이가 일어난 피그미족 3세 어린아이지만 초인적인 지성을 가졌다. 백악관은 누스와 부족민 41명뿐만 아니라 작전을 수행하는 예거 일행까지 제거하려고 한다. 최우선 목표는 이 세상에 한 개체밖에 없는 인류종을 '제노사이드'하는 것이다.
사람 속(屬)의 지적 능력의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일은, 현생인류의 지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말이었다. 지성만이 아니었다. 「하이즈먼 리포트」가 지적하고 있는 초인류의 특질은, 그대로 현생인류의 결함을 말해 주고 있었다. 우리는 '전체의 복잡한 상황을 단번에 파악하는'것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로 '무한히 발달한 도덕의식'도 보유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생물로서의 습성인 것이다. 식욕과 성욕을 채운 인간만이 세계 평화를 입에 담았다. 하지만 한번 기아(飢餓)상태와 직면하게 되면 숨어 있던 본성이 그 즉시 드러났다. 기원전 3세기 중국 사상가가 이미 주창한 대로 사람은 '부족하면 반드시 싸움이 일어나는' 생물이었다. (317)
본 적 없는 생명체를 맞닥뜨린 예거 일행은 제3의 조력자 덕분에 작전의 실상을 알게 된다. 인류는 달표면 착륙에 성공했지만 1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나뭇잎의 움직임은 예측하지 못한다. 아키리는 나뭇잎의 움직임을 아는 능력이 있다. 예거 일행은 '가디언'이라는 작전명 대로 피그미족 어린애 '아키리'의 진짜 보호자가 되어 아프리카를 탈출하기로 한다.
인간에게 선한 측면이 있다는 것도 부정하지는 않네. 하지만 선행이라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위배되는 행위이기에 미덕이라고 하는 걸세. 그것이 생물학적으로 당연한 행동이라면 칭찬 받을 일도 아니지 않은가. 국가의 선은 다른 국민을 죽이지 않는 행위로밖에 드러나기 어렵지만, 그것조차 불가능한 것이 지금의 인간이야. (475)
예거 일행이 말살하려던 피그미족은 부의 독점없이 사냥감을 평등하게 나눌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들이었다. 예거는 탈출하는 과정에서 아키리가 인간의 잔학성을 배우지 않길 바랬다. 아키리가 동종 간의 살육을 일으키며 서로 잡아먹는 인간의 행위를 규탄할 지성을 가지길 진심으로 빌었다. 예거는 인간을 멍청한 종족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너를 지키려다 죽은 인간을 잊지 말라고 아키리에게 호소했다.
이상하게 발달된 전두부나 유형성숙(어린아이의 성질을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간직한다는 뜻의 이론)을 보여 주는 해부학적 소견까지 고려해 본다면 이 아이는 대뇌신피질에 돌연변이를 일으킨 다른 종류의 인간이며, 즉 인류의 진화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네. DNA의 어느 영역에 변이가 일어났는지, 아니면 현생인류와 교배가 가능한지 등의 의문에 대해서는 문명사회로 데려가서 조사해 볼 수밖에 없군. (264)
인류의 역사는 지배욕에 사로잡힌 멍청한 인간이 저지른 살육을 영웅담으로 미화했다. 냉담하게 말해서 역사학은 제노사이드를 일으키는 현생인류에 대한 기록이다. 어린 원숭이를 먹는 유인원과 다를 바 없다. 우여곡절 끝에 아프리카를 탈출한 예거 일행은 일본에 도착했다. 일본에는 아키리의 누이 에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에마는 또 한 명의 진화한 인류였다.
에마와 누스의 자손은 현생인류는 결코 만들 수 없는 경계선이 없는 세계를 만들며 살아야 한다. 역의 플랫폼에 떨어진 외국인을 구조하거나 목숨 걸고 신약을 개발하는 극소수 사람도 진화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인류는 제노사이드를 기록한 역사학이 아니라 진화한 극소수 인간에게서 평화를 배우고 사랑하는 종족이길 바란다.
제노사이드ジェノサイド, 2011/다카노 가즈아키高野和明/김수영 역/황금가지 20120618 688쪽 18,000원
덧. 오탈자
- 492쪽 2행 물품을 싫은 → 물품을 실은
- 612쪽 1행 속도 1만 1000미터 → 고도 1만 1000미터
- 621쪽 14행 정훈은 공학 도착에서 → 정훈은 공항 도착에서
- 668쪽 7행 시작하지 않을까? → 시작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