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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블로그 댓글 날짜를 YYYY-MM-DD hh:mm 형식으로 만들기

구글 블로그(Blogspot, Blogger) 댓글 날짜(comment timestamp)를 ISO 8601 YYYY-MM-DD hh:mm(예: 2026-08-17 12:30) 형식으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적용한 테마는 Contempo입니다.

  1. 테마〉맞춤설정〉백업
  2. 맞춤설정〉HTML 편집
  3. 댓글 작성 시간을 표시하는 <data:comment.timestamp/>를 찾아 다음과 같이 변경1
<!-- 변경 전 -->
<a expr:href='data:comment.url' title='comment permalink'>
  <data:comment.timestamp/>
</a>

<!-- 변경 후 -->
<a expr:data-time='data:comment.timestamp.iso8601' expr:href='data:comment.url' title='comment permalink'>
  <data:comment.timestamp/>
</a>

  1. 아래 JavaScript을 </body> 전에 붙여 넣고 저장2
<!-- Comment timestamp ISO 8601 YYYY-MM-DD hh:mm style  -->
<script type='text/javascript'>
//<![CDATA[
document.addEventListener("DOMContentLoaded", function() {
  // 블로거 테마의 댓글 시간 관련 클래스 선택
  var commentTimes = document.querySelectorAll('.comment-timestamp, .comment-time, .datetime');
  
  commentTimes.forEach(function(el) {
    var timeLink = el.querySelector('a');
    var rawText = timeLink ? timeLink.textContent : el.textContent;
    
    var parsedDate = new Date(Date.parse(rawText.trim()));
    if (!isNaN(parsedDate.getTime())) {
      // 현지 시간 기준 자릿수 맞추기 (2자리 유지)
      var year = parsedDate.getFullYear();
      var month = String(parsedDate.getMonth() + 1).padStart(2, '0');
      var day = String(parsedDate.getDate()).padStart(2, '0');
      var hours = String(parsedDate.getHours()).padStart(2, '0');
      var minutes = String(parsedDate.getMinutes()).padStart(2, '0');
      
      // YYYY-MM-DD hh:mm 포맷으로 결합
      var formattedDate = year + '-' + month + '-' + day + ' ' + hours + ':' + minutes;
      
      // 화면에 출력
      if (timeLink) {
        timeLink.textContent = formattedDate;
      } else {
        el.textContent = formattedDate;
      }
    }
  });
});
//]]>
</script>

  1. 설정〉댓글 타임스탬프 형식을 시간이 설정된 표시(예: 8/17/2026 12:30 오후)로 선택3


  1. 표준 ISO 8601 데이터(data:comment.timestamp.iso8601)를 가상 속성(data-time)에 미리 저장하려는 방식이라는데, 이 과정은 생략해도 됩니다.
  2. JavaScript 코드는 data:comment.timestamp를 구글 검색하며 AI 모드에 YYYY-MM-DD hh:mm 형식으로 나타나도록 수십 차례 물어보며 적용하다 얻어걸렸습니다.
  3. 포스트 날짜 형식을 YYYY-MM-DD 형식으로 바꾸려면 다음 글을 참조하세요.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 사람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감히 '밥을 먹는 자'라고 답하고자 한다. 불로 밥을 해 먹으면서 인간은 진화를 거듭해 왔다. 먹어야만 살아남는 숙명이야 짐승이나 사람 모두 매한가지이지만, 인간은 생존과 존엄, 그 모두를 갖추어 먹어야 하는 식사의 존재다. 먹이가 아닌 밥을 먹기 때문에 인간의 삶으로 나아온 것이며, 밥을 통해 사랑과 질투를 느끼고 협력과 경쟁을 배우며, 사람의 꼴을 갖추며 살아왔다. 그러니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은 밥 먹을 자격은 갖추고 사는지를 묻는 매서운 질문이기도 하지만, 이 질문 앞에서 서성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먹는 밥에 과연 인간성이 깃들어 있는지를 곱씹어 보면 끝내 미궁 속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자연 모두가 상처 받은 밥상을 무람없이 받아 들고 입만 흥겹고 배만 두둑해진 것은 아닐까. (7)
  • 식사를 갖추기 어려운 이들이 고립된 식사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 사회의 역량이다. (17)
  • 인간이란 실체를 정의하자면 살아오면서 먹은 음식의 총체이다. 음식은 오로지 물리적 맛과 영양, 칼로리의 총합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개개의 모든 음식에는 정치, 사회, 문화, 그리고 자연의 변천까지 망라되어 있고, 여기에 개인의 기억과 사연까지 깃들어 있다. 포도가 보통의 과일이 아니라 어느 한 여인과 그 가족들의 사랑과 그리움이 담긴 그 무엇이었던 것처럼. 하여 오늘 우리의 입으로 쓸려 들어가는 지상의 모든 음식들이 무겁고 복잡하며 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4)
  • 다시 인간의 식사를 생각한다.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신체와 영혼의 칼로리를 채우는 것. 그것이 엄연한 식사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청년들은 5천원 안짝으로 오로지 열량을 좇느라 허기진다. 어릴 때는 어른들이 편의점에나 가라 하고, 청년이 되어서는 돈이 모자라 스스로 편의점을 찾아가야 한다. (27)
  • 어쩌면 오늘도 학교급식 메뉴는 '사골 곰탕'이다. 누군가의 '고기와 뼈를 우려내는' 사골곰탕 말이다. 채식 급식 선택제. 그 뜻이 아무리 정당하고 옳더라도 고기 대신 사람을 갈아 넣는 일이어서야 되겠는가. (46)
  • 컴퓨터 모니터와 스마트폰 액정 위에서 미끄러지듯 오늘도 쇼핑을 한다. 주문한 물건은 잘 도착하지만, 현관 앞에 택배 박스를 두고 가는 사람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마치 사람이 아니라 차세대 택배 기사로 불리는 드론이 놓고 간 느낌이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냉동물류센터의 대형 화재 사고로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로켓배송을 하던 쿠팡맨이 계단에 쓰러져 목숨을 잃기도 한다. 온라인은 평화롭지만 실제의 오프라인 세계는 지옥일 때가 있다. 어젯밤 늦게 시킨 물품이 새벽녘 현관 앞에 놓여 있다면 사람이 다녀갔다는 뜻이다. 다만 그들은 초인종을 누르지 않을 뿐이다. (95)
  • 한국에서 가장 혹독한 직업군은 자영업자들이다. 700만명 정도로 보지만, 부부가 함께 하거나 동료들과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고 가족들 전체의 생계가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인구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들은 오너가 아니라 실상은 스스로의 봉급을 만들어 내야 하는 노동자일 뿐이다. 자영업이 많은 나라의 특징은 공공 부문의 일자리가 취약하고 고용안정성이 아주 낮다는 것이다. 한국의 자영업은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너도나도 장사에 뛰어들어 생계 수준 이하의 수익을 내거나 만성 적자이다. (110)
  • 지난 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겨우 국회를 통과했고 2022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원안에서 후퇴하여 결국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법적용을 3년간 유예하는 데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이 법에 해당하지 않는다. 5인 미만의 영세한 사업장일수록 노동조건이 열악해 다치고 죽는 일이 더 많건만, 이 중대 사안이 빠져 버렸다. 이 법이 제정되면 기업들이 망한다는 반발 때문이었다. 하나 이는 그간 사람 잡아 가며 기업을 운영했다는 자백과 다름 아니다. (134)
  • 소비자 물가 품목에는 농수축산물과 식음료, 그리고 공공요금과 각종 서비스 요금이 들어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만만한 게 농산물이다.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그토록 낮다며 '동네 바보' 취급하다가 왜 명절 때만 되면 17대 1의 싸움에서 이기고 돌아온 '일진'이 되어 있을까? 아무리 올라 봐라. 배춧값이 무섭나? 애들 학원비가 무섭지. 돼지고기 값이 무섭나? 2년 만에 오른 전세비 6천만원이 나는 제일 무섭다. (168)
  • 음식에 대한 과도한 정보로 먹기도 전에 질려 버리는 세상이지만, 음식의 근간인 농지 문제는 내 삶과 멀기만 하다. 누가 농사를 짓든 그저 싸고 맛있고 양만 많았으면 좋겠다는 세상이다. 하지만 소작농이란 말만 사라졌을 뿐 여전히 부재지주들에게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임차 농민이 절반 이상이다. 강남이나 분당처럼 논밭 밀어내고 언젠가는 한방이 터지길 기다리는 부재지주들에게 농업직불금도 흘러들어가는 판이다. 그런데 그나마 힘없는 경자유전의 원칙마저 싹둑 잘라 낸다면 우리의 밥은 어찌 될까. (207)
  • 농촌에서 농사만 지어서 먹고살기 힘들다. 오래전부터 '향토 축제'란 이름으로 축제를 부추긴 이유는 뭐라도 해 보란 뜻이었다. 나비도 길러서 날리고 산천어도 길러 얼음 강물에 풀 수밖에 없던 속사정이 풀리지 않는다면, 결국 어디에서든 또 잡고 먹고 할 것이다. (250)
  • 세월호의 추모공원은 안산 시내 화랑공원에 조성될 예정이다. 아직은 예정이어서 여러 변수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 시민들이 애용하는 공간을 납골당으로 만드는 일이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뼈 한 조각 묻지 않는 납골당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테마파크라 이름 짓는 것만큼 졸렬하다. 죽음을 왜 치워 버리려 하는가. 죽음은 쓰레기가 아니다. 죽음이 죄인가. 죽음이 죄가 아니라, 무고한 죽음을 일으키고 진실을 덮어 버리는 자들이 죄인이다. 가해자의 여죄를 제대로 따져 묻지 않고 진실 속에 묻어 버린 결과가 지금도 반복되는 황망한 죽음들의 실체이다. 일터에서 배움터에서 죽은 이들을 애써 기억하며 애도를 보낸다. 부디 '고히 잠드소서'. (270)
  • '농자천하지대본' 같은 말들은 이명처럼 귀에서 뭉개지곤 했다. 내게는 그저 '농자천한자'로 들렸다. 농사는 천한 자들이 짓는 일이었다. '밥은 하늘'이라며 치켜세우기도 하지만 어디 세상이 그러했나. 시장 자본주의 사회에서 귀한 일은 비싼 급료를 받는 일이고, 헐값을 받는 일은 천한 일일뿐이다. 농업이 그렇고 배달 일이 그렇다. 귀한 일이었다면 자식에게 물려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은 공부를 해서 농사는 짓지 말고 살기를 간절히 바랐고, 나는 그 바람만큼은 충실하게 따랐다. (273)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정은정/한티재 20211018 280쪽 15,000원

저자는 "혹여 지나가다 누군가라도 이 책을 들춰 보다 세상의 모든 먹거리는 농촌과 사람이 촘촘히 엮여 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합니다. "골고루 갖춘 밥상을 함께 받는 세상을 위해 차갑고 서러운 타인의 밥상을 살펴보는 일"이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일 겁니다. "식사를 갖추기 어려운 이들이 고립된 식사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 사회의 역량"이라면 우리는 아직 멀었습니다. "사람이 맞느냐?"라며 죽비를 내리칩니다.

시인의 말 - 김혜순

김혜순 시인

엄마, 이 시집은 읽지 마, 다 모래야.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김혜순/문학과지성사 20220418 274쪽 12,000원

잡초들은 다 자신이 잡초1이라고 생각한다. 잡초는 죽은 사람들의 육체가 제1차로 윤회된 생물이다. 왜냐하면 죽은 다음 잡초가 되기 제일 쉽기 때문이다.1

엄마는 시인들보다 말을 잘한다.
우리가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니고 다 죽음과 삶 중간에 있는 거라고 한다.
이 세상은 거대한 병원이라고 한다.2

엄마는 이제 테두리가 없고
내 그리움도 테두리가 없다3

한국어 모래의 어원은 물애
물을 거절한다는 의미

모래는 평생 몸을 비비지만 한 덩어리가 되지는 못합니다4

달에서도 보이는 오징어잡이 배의 밝은 빛을 바라보며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구를 돌지? 상담자 F와 내담자 H가 전율을 참고 있다.5

언어는 항상 왜 뒤에 올까?
시는 왜 그림자를 찍어서 쓸까?6

흑흑, 나는 시를 쓰는 짐승 흑흑, 내 문장과 문장 사이에 짐승이 있어7

결국 엄마는 나를 두 번 배신했다
첫번째는 세상에 죽음을 낳아서
두번째는 세상에 죽음을 두고 가버려서

(왜 신생아는 태어나서 새끼를 빼앗기고 온 어미 새처럼 울까?)8

내가 모래(구멍)만 말하자, 제일 먼저 친구들이 내 곁을 떠났다. 그들은 말했다. 모래(구멍) 얘긴 듣고 싶지 않아. 존경하지 않는 선생님은 이메일을 보냈다. 다시는 모래(구멍) 얘기하지 마. 모래(구멍)는 혼자야, 모두 혼자야. 웅얼거리던 나는 답장을 보냈다. 모래(구멍) 얘기하지 않고는, 미치고 말 거예요.9

가끔 생각한다. 이 세상 모든 단어의 영지를. 사실 명사들의 영지가 넓은 것 같지만, 형용사나 부사, 접속사의 영지가 더 넓다. 그중에서도 부사들의 영지가 제일 넓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나 부사, 접속사의 상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명사나 대명사에 달라붙지 않게 된 그들의 무한한 자유. 그들의 합종연횡. 내게서 떠난 이들도 형용사나 부사, 접속사의 모습으로 지금의 나를 감싸고 있다고 생각해본다.10


시인에게 봄은 죽음이 계절이다. "애도는 죽음보다 먼저 태어나" 꽃향기보다 "엄마를 데려가는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명사들의 세상 같아 보이지만 부사들의 영지가 제일 넓다는 걸 엄마의 죽음으로 깨닫는다. 딸은 엄마 얘기하지 않고는 미칠것 같다. 엄마를 두 번 배신했기 때문이다. "첫번째는 엄마 조심히 가 하고 죽은 엄마를 낳아서/두번째는 나만 남아서"


  1. 죽으면 미치게 되는 건가
  2. 체세포복제배아
  3. 불면의 망원경
  4. 포츠다머 플라츠
  5.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6. 잊힌 비행기
  7. 죽음의 고아
  8. 엄마란 무엇인가
  9. 모래능
  10. 뒤표지(시인의 글)

희망의 책 - 희망의 사도가 전하는 끝나지 않는 메시지

희망의 책 - 희망의 사도가 전하는 끝나지 않는 메시지
  • 희망은 종종 오해를 부른다. 사람들은 희망이 단순히 수동적이고 부질없는 바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무언가가 일어나기를 희망하지만, 그것을 위해서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 이런 태도는 행동과 참여를 요하는 진짜 희망과는 정반대다. 지구의 절박한 상황을 많은 사람이 알고 있지만, 무력감과 절망 때문에 그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이 책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희망컨대(!) 이 책은 사람들의 행동이 제아무리 미약해 보일지라도 정말로 변화를 일으킬 힘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도록 도와줄 것이다. 수천 명이 실천하는 윤리적 행동과 노력이 쌓이면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 지구를 지키고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진심으로 믿는다면 행동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11)
  • 사람은 낙관주의자거나 낙관주의자가 아니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네요. 그건 인생에 대한 경향이나 철학이에요. 낙관주의자로서는 그냥 '다 잘 될 거야'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요. '절대 안 될 거야'라고 말하는 비관주의자와는 정반대죠. 반면에 희망은 일이 잘 되게 만들 수 있다면 온갖 수고를 다 하려는 완강한 결단을 가능케 하는 힘입니다. 희망은 우리 일생의 행로를 바꿀 수 있어요. 물론 누군가 낙천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이라면 훨씬 더 희망적인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겠죠. 물이 절반 담긴 유리잔을 볼 때 그들은 절반이나 비었다고 여기기보다는 절반이나 차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54)
  • 암울한 지구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제인이 품고 있는 희망은 희망의 네 가지 주요 근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다. 인간의 놀라운 지능, 자연의 회복 탄력성, 젊음의 힘, 굴하지 않는 인간의 정신력이 그것이다. 제인이 이러한 지혜를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끌어내기 위해서 전 세계를 여행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66)
  • 내가 '지성적인(intelligent)'이라는 말이 아니라 '지능이 있는(intellectual)'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에요. 지성적인 동물이라면 하나밖에 없는 집을 파괴할 리가 없는데, 그게 바로 아주 오랜 세월 우리 인간이 해온 짓이니까요. 물론 몇몇 사람들은 대단히 탁월한 지능을 갖췄지만, 너무도 많은 사람은 그렇지 못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슬기로운 인간'이라며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불행히도 지금 세상엔 지혜가 충분하지 못해요. (78)
  • 무관심과 절망에 빠져들어 희망을 잃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죠. 제 아무리 작더라도 우리에겐 저마다 해야 할 역할이 있다는 걸 사람들이 이해하도록 도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는 매일 지구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고 있지요. 사소한 윤리적인 행동이라도 수백 만 명이 모이면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그것이 바로 내가 전 세계를 돌며 전하려는 메시지입니다. (121)
  • 그런 문제 해결이 젊은이들의 몫이 될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실제로 화가 치솟아요. 물론 우리는 젊은이들이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없고 기대를 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는 젊은이들을 뒷받침하고, 격려하고, 힘을 실어 주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교육해야 합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가장 훌륭한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고 나도 진심으로 믿고 있습니다. 일단 젊은이들에게 문제를 파악하고 행동에 돌입할 힘이 주어지면, 움직입니다. 음, 그들은 우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지금도 세상을 바꾸고 있어요. (187)
  • 굴하지 않는 인간의 정신력이 드러나는 경우는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우리가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울 때'와 '바로잡을 수 없는 잘못을 바로잡을 때' 특히 더 두드러졌던 것 같습니다. (227)
  • 불교도들은 깨달음을 향한 여정에서 우리가 어디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 동물로도 윤회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물론 힌두교와 불교는 둘 다 카르마(karma, 업보)를 믿죠. 만일 당신이 불행으로 괴로워한다면 그건 이전 생에서 저지른 죗값을 치르고 있는 거라고요.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우리 존재가 여기, 이 행성에 와 있는 이유가 진정 있다면, 그렇다면 우리에게 기회가 딱 한 번뿐은 아닐 거라는 정도의 생각은 있습니다. 영원과 우리 인간의 짧디짧은 수명을 생각해 보면, 끔찍이도 불공평하잖아요! (308)
  • 저의 인생이 두 세계 대전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 있었던 것은 다소 기이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처음 맞닥뜨린 전쟁은 인류의 적인 히틀러의 나치에 맞선 싸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제가 아흔이 가까워지는 지금은 두 가지 적을 물리쳐야 합니다. 하나는 눈에 보이지 않아서 현미경을 들이대야 하는 적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과 탐욕, 이기심입니다. 희망에 대한 저의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이 작은 책에 기록된 대화를 읽으셨으니 여러분도 우리가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으며 미래를 위한 희망이 있음을 깨달으셨을 겁니다. 우리 지구의 건강과 우리 사회와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죠.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모두 모여 힘을 합할 때만 가능합니다. 긴급하게 행동을 취해야 하며, 우리 각자가 맡은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사실도 이해하셨기를 바랍니다. 어떠한 역경이 오더라도 부디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믿어 주십시오. 여러분이 그것을 믿지 못한다면, 무관심과 절망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329)

희망의 책The Book of Hope, 2021/제인 구달Jane Goodall, 더글러스 에이브럼스Douglas Abrams, 게일 허드슨Gail Hudson/변용란 역/사이언스북스 20230707 360쪽 18,000원

제인 구달과 더글러스 에이브럼스가 희망에 대해 묻고 답했습니다. 인간의 놀라운 지능, 자연의 회복 탄력성, 젊음의 힘, 굴하지 않는 인간의 정신력이 희망의 원천이라고 합니다. 선문답 같은 물음에 제인 구달은 그동안 경험한 일화를 바탕으로 희망을 얘기합니다.

무엇보다도 유달리 내가 자주 받는 질문은 아마도 이런 것들일 것이다. 솔직히 우리가 사는 세상에 희망이 있다고 믿습니까? 우리 아이들과 손자들의 미래를 위한 희망이? 나는 진심을 다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우리가 그간 지구에 끼친 해악을 치유하기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의 창문이 아직은 우리에게 열려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창문은 닫히고 있다. 우리 아이들과 그들의 아이들의 미래를 염려한다면, 자연의 건강을 염려한다면, 우리는 함께 힘을 모아 행동에 옮겨야 한다. 바로 지금, 너무 늦기 전에 말이다. (10)


덧. 오탈자
  1. 123쪽 12행 남민 캠프 → 난민 캠프
  2. 139쪽 15행 "뉴질랜드를 방문하는 동안 → 뉴질랜드를 방문하는 동안
  3. 184쪽 10행 닭들은 낯 동안 → 닭들은 낮 동안

한여름

은유가 멈추고
직설이 기승이다
익어가는 인연들
연꽃이 우렁차다

계절은 바쁘고
매사가 퇴고다

얼어붙은 속헹 - 이주여성 노동자 이야기

얼어붙은 속헹 - 이주여성 노동자 이야기
  • 산재 지정 병원에서 만나는 이주 노동자들 가운데 특히 손가락을 잘린 경우가 많다. 주로 3D 업종에서 일하다 보니 손가락을 잘리거나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와 같은 원시적인 사고가 잦다. 지난 1970~80년대 생산직에서 일한 내국인 노동자들이 흔히 당한 산재 사고를 지금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당하고 있다. (21)
  • 지난 70~80년대에는 내국인 노동자들의 야간노동이 흔했다. 밤새워 일하는 생산직 노동자들이 많았다. 그 시절 많은 여성 노동자가 일한 사업장에 대한 자료를 보면 밤샘 노동을 밥 먹듯이 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밤샘 노동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많다. 철야 노동하는 자리가 내국인에서 외국인으로 바뀐 것이다. 외국인 가운데서도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온 젊은이들이 그 자리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대략 130만 명 정도다. 그들은 주로 이른바 3D 업종에서 일하는데 노동하는 때가 야간인 경우가 많다. 물론 밤샘 노동은 농장보다는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35)
  • 농장주들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조선 시대에 지주를 만난 듯한 기분이 들 때 많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주 노동자를 노비로 보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이주 노동자를 단지 말하는 동물처럼 여기기도 한다. 우리네 밥상에 인권이 얼마나 있는가? 우리가 매일 대하는 밥상은 인권이 있는 밥상인가? 이런 물음을 가져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53)
  • 이 농장 노동자들은 한 주당 6일 반을 일한다. 한 달에 이틀 이내로 쉬며 하루 보통 11시간씩 일한다.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일하는 시간이 더 길다. 6시에 일과가 끝난다고 해도 저녁에 비닐하우스를 관리하는 일이 계속 있다. 비닐하우스 온도를 관리하는 일이라든가 지하수를 돌본다든가 전기 시설을 점검하는 작업 등이 수시로 있다. 이 농장 노동자들의 한 해 노동시간은 연 3천 시간이 넘는다. 살인적인 노동시간이다. 한국의 노동자 연평균 노동시간이 2,100시간 정도이고 서유럽 노동자 한 해 평균 노동시간이 1,300시간 정도라는 것을 고려할 때 이들의 노동시간은 참으로 살인적이다. 이주 노동자들을 말하는 동물로 보지 않는다면 결코 강요할 수 없는 노동이다. 고용주에게 절대 권한을 주는 제도 아래서 이주 노동자들은 이런 노동을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강제 출국을 각오하지 않는 한 거역할 수 없다. 이 고강도 노동을 만약 거부하면 당할 불이익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주 노동자 대다수는 그냥 굴종하며 지낸다. (73)
  • 지자체들은 전국적으로 이런 불법 가건물을 수십 년 동안 철거하지 않고 방치해 왔다. 고용노동부는 불법 가건물을 기숙사로 제공하는 사업장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마구 알선해왔다. 요즘 코리아는 해외에 K팝이니 K 드라마니 K 문화니 하며 요란하게 선전하고 자랑한다. 그러나 그 자랑 바로 뒤에는 인간의 기본권도 누릴 수 없는 이주 노동자들이 즐비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마구 들여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저 자본의 이윤 극대화만 노리고 마구 외국인 노동력을 들여오기에 혈안이 된 게 아닌가 한다. 국가가 자본의 심부름 노릇이나 하면서 말이다. (81)
  •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은근히 스며 있는 차별의식이 있다. 나는 이것을 경제 인종 차별주의라고 칭한다. 이는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낮거나 피부색이 더 검거나 어두운 사람들을 은근히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의식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노동하는 이주 노동자 대부분이 이 차별의식의 대상이 된다. 이 의식이 있는 사람이 직장에서 고용주가 되거나 조금이라도 우월한 지위에 있으면 그 차별의식은 강하게 언행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직장 내 괴롭힘이 되거나 수당을 아주 쉽게 떼어먹은 짓을 아주 자연스럽게 저지르는 거다. (90)
  • 필리핀 출신 여성 노동자 럿(가명)을 만났다. 그녀는 월급명세서를 내게 보여주었다. 명세서를 보는 나에게 그녀는 자신이 낸 세금 항목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표시했다. 명세서에는 소득세와 주민세라는 글씨가 적혀있었다. 금액도 기록되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주민세를 매달 꼬박꼬박 내는 주민인데 왜 자신에게는 재난 지원금을 주지 않느냐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그녀의 주장에 이견을 내놓을 수 없었다. 그녀는 취업비자를 갖고 입국한 사람으로서 한국에서 7년째 노동하며 세금을 냈다. 알고 보니 그 주민세 속에는 교육세도 포함되어 있었다. (101)
  • 이주 노동자들에게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소득세, 주민세, 교육세 등 직접세와 간접세 등을 내는 이주 노동자들에게 재난 지원금 주지 않는 건 국가 범죄라는 생각도 한다. 이주 노동자는 재난 지원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본다. 한 해에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경제에 생산과 소비로 주는 효과가 74조가 넘는다. 그 이주 노동자들은 보통 5년~10년 동안 세금도 낸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이주 노동자들도 내국인과 같이 고통을 당한다. 우리 사회 먹이사슬의 맨 끄트머리에서 기초산업을 떠받들며 고통당한다. (102)
  • 폭염 특보가 내린 날, 오전이나 오후에 쉬는 시간 십 분도 안 주고 일을 강요해도 문제 제기조차 못 하는 이주 노동자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법과 제도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제기하거나 항의하려면 강제 출국을 각오해야 한다. 그게 아니면 소위 불법체류자가 되고 만다. 실제 불법체류자가 된 이주 노동자들이 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알선을 받아 채소농장으로 간 노동자가 살인적인 노동을 견디지 못해 쉬는 시간을 요구하다가 그냥 떠난 것이다. 사업주에게 쉬는 시간을 요구하고 일요일마다 휴일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업장을 임의로 떠났다. 합법적으로 입국한 이주 노동자는 고용주의 동의 없이 일터를 임의로 옮길 수 없기 때문에 그 노동자는 즉시 불법체류자라는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139)
  • 한편 내가 자주 들르는 경기 북부 채소농장들에는 이주여성 노동자들이 많다. 거기는 남자 노동자들보다 여성 노동자들이 더 많다. 주로 동남아에서 온 여성 노동자들이다.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 네팔 등에서 온 20~30대 여성 노동자들이 부지런히 일한다. 한 달에 보통 이틀 정도만 쉬며 하루 11시간 노동한다. 오이나 호박을 수확하는 여름철 한창 바쁠 때는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까지도 일한다. 농장 한 귀퉁이에 있는 짐승 우리 같은 숙소에 기거하고 세끼 밥을 간신히 챙겨 먹으며 그렇게 일한다. 그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할 때 최저임금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 (152)
  • 우리 사회는 제 필요에 따라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거 불러들였다. 1990년대 초부터 그랬다. 이제까지는 그들을 단기간 일회용품처럼 쓰고 버리듯 했다. 5~10년 쓰고 버리듯 했다. 그들에게 영주권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제는 정책을 바꾸었으면 한다. 포카(가명)처럼 성실하게 5년 이상 일하고 한국에 정착하고 싶은 의지와 준비가 된 사람들은 정착하도록 받아들여 더불어 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초저출산 고령사가 된 마당에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162)
  • 매년 12월 18일은 세계 이주 노동자의 날이다. 공교롭게도 세계 이주 노동자의 날 이틀 뒤에 한파 속에 비닐하우스에서 이주 노동자 한 명이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고장 난 건 난방 장치만이 아니다. 2004년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고용허가제는 올해로 17년이 지났지만, 이주 노동자 생존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고장상태이고 이에 따라 피해자는 속출하고 있다. 특별히 올해 3년 넘게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이주 노동자, 폭우로 수재민이 된 이주 노동자, 비닐하우스 기숙사 사망 이주 노동자 등 피해는 더 악화하고 있다. (174)
  • 대책위의 끈질긴 노력 끝에 결국 속행 사건은 산재 승인을 받았다. 2022년 5월, 그러니까 사고 난 지 1년 반 만에 근로복지공단(노동부)은 속헹 씨 사망사건에 대해 산재 승인을 했다. 승인한 사유에서 중요한 점은 그녀의 죽음과 그녀의 노동환경과의 연관성을 인정한 점이다. 특히 주거환경과의 인과성을 인정한 점은 매우 중요한 점이다. 속헹 씨가 산재로 동사했음을 국가가 인정한 것이다. 그녀의 언니와 어머니 등 유가족은 산재 승인 사실을 전달받은 뒤 대책위에 감사의 인사를 했다. (192)

얼어붙은 속헹/김달성/밥북 20231103 224쪽 16,000원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 노동자인 눈 속헹(Nuon Sokkheng, 31)은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2020년 12월 20일에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사망하기 이틀 전부터 난방시설이 가동되지 않았고, 농장주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동료 노동자들은 다른 농장 기숙사로 피했지만 속헹은 그냥 지내보기로 하고 머물렀다. 포천 지역은 이삼일 전부터 한파가 지속되고 있었다. 동료들이 발견했을 당시 속헹은 얼음 같은 방에 쓰러져 있었다. 매년 12월 18일은 세계 이주 노동자의 날이다. 공교롭게도 세계 이주 노동자의 날 이틀 뒤에 한파 속 비닐하우스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주 노동자는 한 달에 이틀 쉬며 하루에 11시간을 노동한다. 한국 노동자 연평균 노동시간이 2,100시간 정도인데 농장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는 연 3,000시간이 넘는다. 고강도 노동을 하며 받는 월급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165만 원을 받는다. 농장주가 기숙사비로 25만 원을 잘라가고 남은 돈은 140만 원이다. 기숙사라 불리는 이주 노동자들의 주거시설은 열악하다. 속헹이 기거하던 숙소는 검은 비닐하우스 안에 낡은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불법 가건물이다. 긴 가건물을 칸막이로 나눠 작은 방을 만들었다. 방 안에는 주방과 세면장이 있다. 옆방의 화장실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 여름에는 무덥고 겨울에는 춥다.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낮거나 피부색이 검은 사람을 은근히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의식이 있다. 저자는 이를 경제 인종 차별주의라고 한다. 이런 차별 의식은 이주 노동자에게 더 강하게 표출된다. 월급을 현금으로 주며 근무시간에 관한 기록을 남기지 않거나 사업장을 임의로 떠나지 못하는 것을 악용하고 산재는커녕 재해로 인한 부상 치료도 변변하게 해주지 않는다. 국가는 이를 방치하거나 외면한다. 코로나로 인한 재난 지원금은 직접세와 간접세는 물론 건강보험료를 성실히 내는 이주 노동자들을 처음부터 고려 대상으로 삼지도 않았다.

우리가 필요해서 불러들인 외국인 노동자를 일회용품처럼 쓰고 버리는 행태를 반복한다. K-○○을 자랑할 때 인간의 기본권도 누리지 못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즐비하다. 사람이 얼어 죽는 사회는 불법에 동조하는 야만의 사회이다.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최저임금과 최저인권을 지키며 사람답게 더불어 살자.


덧1. 오탈자
59쪽 20행 성격의 뿌리이자 → 성경의 뿌리이자

덧2. 지난 2026년 1월 29일 대법원은 속헹씨의 유족에게 한국 정부가 배상을 해줘야 한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속헹씨가 사망한 지 1866일만이다.

덧3. 20260325
3월 10일, 경기도 이천의 한 자갈 제조공장에서 일하던 베트남 이주노동자가 대형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졌다. 23세 이주노동자 고(故) 응우옌 반 뚜안 씨는 24일 베트남 고향 땅에 묻혔다. 사측은 산재 사망에 대한 책임을 피하고 있다.

덧4. 20260720
일 마치고 삼겹살에 소주를 먹던 기억이요.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 한국에서 산업재해를 당한 어느 이주노동자의 답변

다름과 틀림

차별과 혐오가 성장하면 틀림의 심각성은 사라지고 그러다 언젠가 다름이 된다. 다름이 틀렸다고 하면 틀림은 다름을 제거하거나 죽인다.

틀림은 소수화를 추구하고 다름은 다양성을 지향한다. 틀림은 틀림도 쪼개며 끊임없이 쳐낸다. 종국에는 극단적 1인으로 나타난다. 공포의 시작이다. 다름은 서로 다른 다름을 포용하며 상생의 폭을 넓힌다. 다름은 다양성을 늘리며 성장한다. 공감의 출발이다.

설령 다름이 투쟁해서 승리하더라도 틀림은 본전을 뽑을 만큼 뽑아서 손해는커녕 이득이다. 반면에 다름은 그 과정에서 더 큰 피해를 보았다. 틀림은 시대를 축냈고, 다름은 시간을 잃었다.

역사는 틀림과 끊임없이 투쟁하는 다름의 연속이다.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 숲속의 우드 와이드 웹

Finding the Mother Tree: Discovering the Wisdom of the Forest, 2021
  • 숲은 인간의 뇌와 비슷한 점이 있다. 숲속에서는 늙은 나무와 젊은 나무가 화학적 신호를 내보내며 서로를 인지하고, 서로 소통하고, 서로에게 반응한다. 인간의 신경 전달 물질과 똑같은 화학 물질을 사용하고, 이온이 연쇄적으로 진균의 막(membrane)을 통과하며 만들어 내는 신호를 통해서 말이다. 나이든 나무는 어떤 묘목이 자신의 친족인지 아닌지 구별할 줄 안다. 오래된 나무들은 어린 나무들을 양육하고 인간이 아이들을 기르는 것과 똑같이 어린 나무에 음식과 물을 준다. 이것만으로도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심호흡을 하면서 숲의 사회적 본성에 대해, 또 숲의 사회적 본성이 진화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기에 충분하다. 진균 네트워크는 나무들을 건강하게 하려고 짜여진 것 같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래된 나무들은 자식 나무들을 엄마처럼 보살피고 있다. 어머니 나무. 숲의 의사 소통, 보호, 감각의 중심에 있는 장엄한 허브(hub), 어머니 나무가 죽는 날이 오면 어머니 나무는 무엇이 득이 되고 해가 되는지, 누가 친구이고 적인지, 끝없이 변하는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남을지에 대해 알고 있는 바를 친족과 후손 나무에 나누어주며 대대로 이어질 지혜를 물려준다. 이것은 바로 모든 부모가 하는 일이다. (16)
  • 균근균은 식물과 사활을 건 소통 관계를 구축한다. 이와 같은 동반자 관계에 진입하지 않고서는 진균도 식물도 생존할 수 없다. 내가 찾은 유별난 버섯 세 종류 모두는진균 중 균근균에속하는 자실체였는데, 이들은 토양에서 수집한 물과 양분을 동반자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 낸 당분과 교환한다. 양방향 교류, 공생. (107)
  • 균근 공생이 약 4억5000만~7억 년 전 고대 식물들을 해양에서 육지로 이주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진균이있는 식물 군집에서는 진균의 도움으로 척박하고 식물이 살기 힘든 바위에서도 식물이 영양소를 충분히 얻을 수 있었기에 식물이 육지에 발을 붙이고 생존할 수 있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저자들은 협력이 진화에 반드시 필요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었다. (110)
  • 죽어 버린 토양 속 진균, 무너진 균근 공생은 내가 처음 본 조림지에서 작고 누런 가문비나무가 죽어 가던 까닭에 대한 해답을 품고 있었다. 뜻하지 않게 균근균을 죽이면 나무도 죽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토착 식물에게 의지해 그네들의 부식토를 얻고 부식토 안의 진균을 다시 조림지 흙으로 옮기자 나무들이 살아났다. (175)
  • 우리는 삼림 수목 관리에서 지배와 경쟁을 강조한다. 농업 분야에서는 작물을, 목장에서는 가축을 중시한다. 우리는 연합 대신 파벌을 강조한다. 임업에서 지배 이론은 잡초목 제거, 공간 두기, 솎기 등등 소중한 개체의 성장을 촉진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실행된다. 농업에서 지배 이론은 다양성을 지닌 농지 대신 단일 고수익 작물 육성을 위한 수백만 달러어치 살충제, 비료, 그리고 유전자 프로그램에 대한 근거를 제공한다. (243)
  • 《네이처》에서는 내 발견을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이라고 칭했고, 봇물이 터졌다. 언론 때문에 내 전화에 계속 불이 났고 이메일의 받은 편지함이 가득 찼다. (281)
  • 미송은 자작나무의 탄소를 소진하지 않았으며, 대신 성수기와 비수기 사이의 시기에 자작나무에게 탄소를 제공했다. 두 수종은 크기 차이와 소스-싱크 역할 변화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는 되먹임 체계의 일부였다. 이렇게 그들은 조화롭게 공존했다. 균근 연결망의 역학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진균과 세균 연결망에 함께 자리 잡음으로써 자작나무와 미송은 심지어 상대보다 더 크게 자라 그늘을 드리움에도 불구하고 자원을 공유했다. 이 호혜적 연금술을 통해 그들은 건강하고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상태를 유지했다. (298)
  • 식물들은 서로의 강점과 약점에 맞추어 고상하게 주고받으며 절묘한 균형을 이루어 낸다. 정원의 단순한 아름다움도 이런 균형을 이루어 낼 수 있다. 개미의 복잡한 사회도 복잡함, 일관성 있는 행동, 그리고 모든 것에도 품위가 있다. 우리 자신도 이런 양상을 지니고 있다. 혼자 하는 일에서도, 함께 해내는 일에서도 우리의 뿌리와 체계는 얽히고설키어 자라고, 서로로부터 독립했다가 수백만 번의 절묘한 순간에 다시 서로에게로 돌아온다. (304)
  • 생태계는 인간 사회와 무척 비슷하다. 생태계와 인간 사회의 바탕은 관계이다. 유대가 강할수록 그 시스템은 더 탄력적으로 된다. 그리고 이 세상의 시스템은 각각의 유기체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시스템은 변화할 수 있다. 생명체들은 적응하고 유전자는 진화하고 우리는 경험을 통해 배운다. 나무, 진균, 사람 등 시스템 일부가 계속 서로에게 그리고 환경에 반응하기 때문에 시스템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우리가 공진화에 성공했는가, 즉 우리가 생산적 사회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는가는 다른 개인, 다른 종과의 유대가 얼마나 강한지에 달려 있다. 유대의 결과로 발생한 적응과 진화에서부터 우리의 생존, 성장, 번성에 도움이 되는 행동들이 나타난다. (320)
  • 숲도 인터넷, 즉 월드 와이드 웹 같았다. 하지만 컴퓨터가 전선이나 전파로 연결되는 반면, 이 나무들은 균근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숲은 오래된 나무들이 가장 큰 소통 허브를, 작은 나무들이 덜 분주한 노드를 구성하며 진균 연결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중심부와 위성들로 구성된 체계 같았다. 지난 1997년 내 논문이 《네이처》에 발표되었을 때 《네이처》는 내 논문을 "우드 와이드 웹"이라고 불렀는데,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선견지명이 있는 표현이었다. 당시 나는 자작나무와 미송이 단순한 균근 짜임을 통해 탄소를 주고받는다는 것밖에 몰랐다. 하지만 이 숲은 내게 더 완전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오래된 나무들은 허브, 어린 나무들은 노드였고 균근균은 복잡한 패턴을 이루며 나무들을 서로 연결하고 숲 전체의 재생을 촉진하고 있었다. (377)
  • 어머니 나무가 없어지면 숲은 진중함을 잃는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 모종이 묘목으로 자라나면 새 숲은 또 다른 연결망으로 천천히 재편성될 것이다. 어머니 나무가 이끌어 주지 못하면 새 숲 연결망은 결코 전과 같을 수 없다. 특히 광범위한 벌목과 기후변화 때문에라도 그렇다. 숲에 있는 탄소, 또 토양, 균사체, 뿌리에 저장된 나머지 절반의 탄소가 기후 변화를 더욱 악화시키면서 공기 중으로 증발할 수도 있다. 그 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것이야말로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아닐까? (389)
  • 나무들이 드러내는 바는 이치에 맞았다. 수백만 년에 걸쳐 나무들은 생존을 위해 진화해 왔고 상리 공생체 (mutualist)나 경쟁자와 관계를 정립했으며 하나의 체계 내에서 동반자들과 통합되었다. 미송은 숲에 위기가 찾아왔다는 경보를 보냈고 메시지를 받는 능력을 타고난 소나무들은 침착하게 균형을 유지하되 단서를 엿들으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나무들은 이렇게 군집이 온전하도록, 여전히 자손을 길러낼 수 있는 건강한 장소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422)
  • 현대 인간 사회는 나무에게 인간과 같은 능력이 없다고 가정해 왔다. 나무에게는 양육 본능이 없다고. 나무는 서로를 치유하지 못하며 서로 돌보지도 못한다고. 하지만 이제 우리는 어머니 나무들이 그들의 자녀 나무를 진정으로 양육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미송은 친족을 알아보고 다른 가족, 다른 종과 제 친족을 구별한다고 밝혀졌다. 나무들은 소통하고 제 친족의 균근뿐 아니라 군집 내의 다른 구성원에게 생명의 구성 요소인 탄소를 보낸다. 군집이 온전하게 지켜지도록 돕기 위해서다. 어머니가 딸들에게 최고의 요리법을 전수하듯이 나무들도 자손들과 관계를 맺는다. 삶을 계속 살아나가기 위해 그들이 지닌 삶의 에너지와 지혜를 전달한다. 주목도 이 망 안에, 평생 가는 동료와의 관계 속에, 또 병에서 회복하거나 그냥 주목 숲을 걷는 나 같은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 (459)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Finding the Mother Tree: Discovering the Wisdom of the Forest, 2021/수잔 시마드Suzanne Simard/김다히 역/사이언스북스 20231117 576쪽 25,000원

캐나다의 식물학자 수잔 시마드는 1997년 8월 과학 전문지 《네이처》에 자작나무와 미송이 탄소를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밝혀 경쟁에 기반한다는 진화론적 상식을 뒤집었습니다. 《네이처》는 시마드의 발견을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이라고 칭했습니다.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에 빗댄 표현이었습니다.

어머니 나무는 영화 〈아바타〉에도 영감을 주었다고 합니다. 이 연구를 기반으로 지금은 기후 변화로 인한 생물 다양성과 산림 재생을 연구하는 어머니 나무 프로젝트(The Mother Tree Project)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나무는 주변에 자리한 모종과 묘목의 중심 허브였고, 다양한 진균 종에서 뻗어 나온 갖가지 색과 무게의 실이 나무들을 겹겹이 튼튼하고 복잡한 망으로 연결했다. 나는 연필과 공책을 꺼내 지도를 만들었다. 어머니 나무, 묘목, 모종. 나무들 사이에 선을 그려 보았다. 그림에서 신경 연결망 같은 모양이 떠올랐다. 우리 뇌의 뉴런들처럼 일부 노드가 다른 노드보다 더 많이 연결되어 있었다. (383)

어머니 나무가 자녀 나무를 양육하고 보살피는 허브였고 숲을 연결하듯이 수잔 사마드 박사는 가족, 형제자매, 여자, 아내, 학자, 엄마로서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지배와 경쟁이 아니라 상생과 협력이 자연의 이치임을 다시 한번 일깨우게 합니다.


덧. 오탈자
328쪽 16행 돈은 아침 식사으로 → 돈은 아침 식사로

기계도 심리가 있을까요?

Tacit Knowledge vs. Explicit Knowledge
  • 암묵지는 경험의 보고라는 점에서 경험기반의 학습콘텐츠로서 가치가 있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속성때문에 구두설명보다는 직접시범이나 실제연습과 같은 방법으로 전수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암묵지는 반드시 암묵지를 보유한 숙련자를 통해서 전수된다는 점에서 숙련자를 어떻게 교수전달자로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암묵지는 숙련자의 온몸에 보유되어 있어서 약간의 설명이나 신체일부를 동원한 연습 정도로는 전수되지 않는다. 즉 '온몸으로' 배워야 한다. 그것이 손기술을 요하는 요리기술이라 하더라도 '온몸'이 투영되지 않으면 단순 스킬에 불과하게 된다. 암묵지는 숙련자인 다양한 선배들과의 상호학습을 통해 습득하는 것이기에 공동체적 성격을 띤다. 이러한 지식공동체를 통해 조직이 하나의 학습조직'이 되는 것이다. 숙련직원을 통해 축적되는 암묵지를 학습콘텐츠 및 학습창고로 소중하게 다루고 체계적으로 전수할수록 '학습조직'으로 발전하게 된다.
  • 명시지는 언어나 기호로 쓰여 그것의 외양이 겉으로 드러난 지식이고, 그것에는 수학적 공식, 과학적 법칙, 지도 등이 포함된다. 명시지는 명백하고 객관적인 의미가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Polanyi는 겉으로 명백히 드러나 있다는 것, 즉 객관성만으로 지식을 모두 다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주장한다. 오히려 객관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겉으로 드러난 지식의 이면에는 물론이고 살아 있는 사람의 전신체에 존재하는, 묵시적 성격의 지식이 있음을 강조한다. 그것은 바로 암묵지의 영역이다.
  • 가령, 자전거 타는 경우를 예로 생각해 보자. 자전거 타는 사람(초보자가 아닌 어느 정도 자전거를 잘 탈 수 있는 사람)은 핸들을 잡고 있는 손이나 손잡이를 잡고 있는 손가락 그리고 페달을 밟고 있는 발이나 안장에 앉아 있는 엉덩이 등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의 주의와 관심은 자전거 타는 행위 자체와 관련된 것, 즉 자전거를 타고 가려고 했던 그의 목적지나 방향 또는 길의 상태 등에 모아져 있다. Polanyi의 설명방식에 따르면, 이 예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의 주의가 집중되어 있는 길의 방향이나 길의 상태는 관심의 초점이 생기고, 핸들을 잡고 있는 손이나 페달을 밟고 있는 발의 느낌은 보이지는 않지만 경험으로 습득된다. 자전거를 타고 난 후에 자전거 탄 행위를 돌아보며 생각해 보면, 경험을 통해 습득된 암묵지는 거의 의식되지 않아, 말이나 글로 표현되기 어려운 반면, 관심을 두었던 생각이나 설명은 확인 가능한 형태로 말이나 글로 표현될 수 있다. 여기에서 글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은 글을 사용하여 표현하려고 할 때 표현가능하다는 것이어서, 특정한 상황에서 글로 표현하지 않았을 경우, 그 순간 존재하다가 사라지고 말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당장 글로 기술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유사한 상황을 만나면 전존재적 기억을 통해 재생될 가능성이 높지만, 암묵지형태의 '경험'은 그것이 지금 막 나타나는 것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사용하였는가 하는 점이 기술(記述)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나중에라도 말이나 글과 같은 형태로 되살리기가 어렵다.
  • 조직 내에서 '선진'은 암묵지와 열정적 태도를 가진 우수한 선배사원이고, 이를 후배사원인 '후진'이 올바르게 제대로 전수받는다면, 해당분야의 전통과 역사는 제대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선진이 후진을 교육하거나 후진이 학습하는 것은 단순히 스킬만을 전수받는 것이 아니라 그 분야의 암묵지와 열정적 태도와 그에 녹아 들어가 있는 전통과 역사를 전수받는 것이다.
  • 조직구성원들 중에는 20년 가까이 업무를 경험하면서 암묵지를 축적한 숙련자들이 있다. 그러한 숙련자들이 보유한 암묵지를 좀 더 체계적으로 명시지화함으로써, 그냥두면 숙련자 개인이 가지고 사라질 수도 있는 암묵지를 조직지화하는 것이다. 조직은 조직지화를 통해 개인들이 보유한 숙련기술, 노하우, 실제지, 암묵지등을 조직의 지식으로 전환하고 이를 통해 조직의 전통과 역사가 이어지게 된다. 이처럼, 조직의 전통과 역사를 이어가는 중심에 '암묵지'가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암묵지를 직접전수하거나 명시지로 전환하여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경험이 지식이 되고 지식이 후배 조직구성원들에게 공유된다.

- 신범석. (2018. 3). 암묵지(暗默知)의 학습적 가치. 휴먼웨어 연구, 1(1), 25-54.


석유화학 공장은 정기적으로 공장을 멈추고 대정비 작업(Turnaround, T/A)을 합니다. 약 한 달간 정비하고 재가동할 때 어이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치 종합 검진하고 수술해 더 건강하게 만들었는데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문제없이 돌아가던 기계를 멈춰 세우고 목욕만 시켰는데 다시 가동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환장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농담으로 기계가 심술이 났다거나 이놈 심리를 알 수 없다고 말하곤 합니다.

자전거를 책으로 배우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전거를 직접 타서 운전하며 몸으로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지를 경험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몸에 자연스럽게 익히는 자전거 타는 기술이 암묵지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과학 철학자인 마이클 폴라니에 따르면 암묵지(暗默知, Tacit Knowledge)는 '개인적으로 중요한 관심사나 특정 상황에 기반한 지식으로, 공식적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지식' 즉 묵시적 성격의 지식을 뜻합니다.

암묵지라는 어려운 학술 용어 대신 우리는 '짬밥'이라고 불렀습니다. 기계도 사람을 가릴곤 합니다. 매뉴얼을 들고 있는 초보자는 쩔쩔매게 합니다. 짬밥 좀 먹은 고참에겐 고분고분하고요. 기계공학에는 3대 학파가 있다고 썰을 풀곤 합니다. 기계철학, 기계체조 그리고 기계심리입니다. 기계체조는 국가대표도 있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합니다. 더불어 기계가 왜 고장 나는지 알아보는 걸 내 맘대로 기계심리라고 부릅니다.

집에서 고장 난 가전제품이 서비스 기사가 방문했을 때는 어쩐 일인지 멀쩡하게 작동하는 경험을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미심쩍어 기사가 방문하기 전에 재확인도 해보고요. 세탁기를 옮기면 잘 돌던 놈이 속을 썩이는 경우도 있고요. 기계에도 나름의 심리 상태가 있어 인간을 골탕 먹이는 재미있는 현상입니다. 요물딱지라고 생각하며 웃는다면 기계도 심리가 있다니까요.

한국에 남자가 너무 많아서

한국에 남자가 너무 많아서
한국에 남자가 너무 많습니다. 2023년 11월 1일 기준 한국의 총인구는 5177만 명이다. 성별로는 남자가 2590만 명, 여자는 2587만 명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3만 명 더 많습니다. 그럼, 죽여야겠네. 어느 놈을 죽일까요 알아맞혀 보세요.

부업으로 네일숍을 운영하는 자객은 죽어 마땅한 놈은 1초도 망설임 없이 죽입니다. 수영 강습을 시작한 주경은 벗은 몸만으로 만나는 게 훨씬 안전하게 느낍니다. 군청이 주최한 러브 캠프에 강제로 참가당한 공무원 일순은 여러모로 초조하고 불안합니다. 폐급 미역이라는 뜻으로 '폐미'라고 불리게 된 완도 미역 김씨는 "어 그건 존나 아니야!"라고 외칩니다. 개쩝니다. 미지는 오지로 파견 나온 최초의 여직원입니다. 세상의 모든 최초의 여성처럼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는 공에 눈을 맞았습니다. 만화가 유웅은 대부분의 폭력은 확신에서 비롯되지만, 어떻게 처리할지 망설이며 고민합니다.

데이트 폭력, 불법 촬영, 저출생, 외모 코르셋, 성차별은 왜 여성을 향할까요? 여성을 인간이 아닌 몸, 신체, 대상으로 보는 사람은 누군가요? 현실의 폭력 앞에서 여자들만 죽고 남자들은 무사한 세상입니다. 탄핵 촉구 집회에 참가한 2030 여성이 또래 남성보다 월등히 많았습니다. 서부지법 난동사태에서 체포한 현행범 중 2030세대 대부분이 남성으로 추정됩니다. 소설과 만화는 은유를 뚫고 나와 콕콕 찌릅니다.

거기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어느 놈을 죽일까요?

한국에 남자가 너무 많아서/민지형, 정재윤, 임소라, 미역의효능, 류시은, 들개이빨/라우더북스 20250618 280쪽 19,000원

가족각본

가족각본
  • 가족이 견고한 각본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 각본에 따라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딸 또는 아들로서의 역할을 기대받고, 성인이 되면서 아내와 남편, 어머니와 아버지, 며느리와 사위 등의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가족각본은 평소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 우리는 정해진 각본대로 따르는 걸 평범한 삶이라고 여기고 질문조차 하지 않는다. 익숙하고 당연하게, 때때로 버겁게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느라 가족각본이 어떻게 쓰여 있는지 살피지 못한다. 다만 간혹 혼란을 경유해 가족각본의 실체가 감지된다. 가령 '성소수자' 혹은 '퀴어'queer라고 불리는 인물이 무대에 등장하는 거다. 이 낯선 인물의 등장이 가족각본에 당연하게 정해져 있는 역할을 '꼬이게' 만든다. 그때 우리는 우리의 가족 언어와 행위의 대부분이 성별에 기반한다는 걸 깨닫는다. (9)
  • '며느리가 남자라니!'라는 개탄의 구호를 처음 접한 것이 2007년 최초의 차별금지법이 발의될 즈음인데, 이 익숙하고 오래된 구호가 문득 흥미롭게 보였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상하지 않은가.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주장에 등장한 소재가 왜 하필 며느리였을까. 동성결혼이 인정되기까지 거센 반대를 겪는 일이야 한국도 여느 나라와 다를 것 없겠지만, 그렇다고 며느리와 사위가 이토록 핵심적인 반대 이유로 등장하는 나라가 있을까 싶다. (11)
  • 역사적으로 성차별적이며 억압적 가족제도를 표상하는 '며느리'가 '동성애 반대'의 이유로 등장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게도 한국사회가 막혀 있는 지점을 정확히 드러낸다.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이 두 단어가 가족제도의 경직성이라는 하나의 문제로 연결된다. (39)
  • 오히려 '며느리가 남자라니'라는 구호는, 이 사회가 평등을 추구한다면 맞서고 해체해야 했을 가족질서가 뿌리 깊게 남아 있음을 간접적으로 일깨운다. 이 구호를 들으며 성소수자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생긴다면, 먼저 며느리는 여자, 사위는 남자여야 한다는 관념을 의심하고 질문해보면 좋겠다. 며느리의 역할을 남자가 하면 왜 안 되며, 사위가 여자이면 무엇이 문제인가? 며느리와 사위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인가? 원치 않는 며느리나 사위를 반대할 권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가족은 지키고 보존해야 할 불변의 가치인가?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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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각본/김지혜/창비 20230801 248쪽 17,000원

가족각본이란 "가족 구성원이 태어나면서부터 딸·아들·손주·부인·남편·부모·며느리·사위 등 특정 역할을 기대받고 수행하는 현실"을 말합니다. 가족이라는 견고한 각본에 존재하는 차별과 혐오를 해부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족각본은 지키고 보존해야 할 불변의 가치가 아님을 알려줍니다. 아이를 낳는 것을 노동력 생산으로 보는 세상이라면 저출생과 인구절벽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가족이라는 제도가 불변의 가치는 아닙니다. 새로운 가족제도를 법과 사회가 수용하질 않거나 고의로 지연하고 있습니다.

정상가족과 비정상 가족을 정하는 사이에 아이들은 돌봄에서 소외됩니다. 가족각본은 인간의 존엄과 평등한 가족생활을 차별하는 숨은 억압입니다. 깨뜨릴 때입니다. 한참 늦었습니다.

처단,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처단
그날 계엄을 막지 못했다.

노동조합원과 노조 상근자인 '그녀'와 '그녀의 아내'. 그녀의 공식적인 신분은 아내의 '간병인'이었다. 그녀의 아내가 수술받은 날 대통령은 2차 계엄을 선포했다. 이주노동자로 와서 귀화한 알(AL)은 집회에서 계엄군의 총에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음을 세상에 알렸다.

특정 교통공사 소속의 특정 지하철역 역장이 '특정 장애인 단체'라 부르며 증오하는 장애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계엄군은 총을 쏘았다. 특정 지하철역 역장과 특정 교통공사 직원들이 먼저 총에 맞았다. 법적으론 여성이지만 여자가 아닌 단단은 계엄군이 난사하고 학살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광장에서는 극우파 집회 선동가이자 자칭 종교지도자가 계엄에 찬성하는 집회를 열었다. "계엄을 논하는 집회와 시위는 정치활동이다. 정치활동은 포고령에 의해 금지되었다. 종교지도자들을 사칭하는 선동가를 따르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독재자의 관점에서는 위협이 될 뿐이었다.(89)" 그들을 향해 계엄군이 발포했다.

특정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인 1208호 보호자를 병원에 들이닥친 군인이 쏘았다. 노동에 지쳐 잠이 드는 바람에 투표하지 않았던 양 간호사는 계엄군에게 끌려갔다.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도 사람(56)"이 살고, "연대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서나 달려왔다.(58)" 그러나 계엄군 앞에서는 무력했다. 모여 항의하는 이들을 향해 총을 쏘았다.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마구잡이로 체포해 차량에 실었다. 심지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총으로 쏘고 감방에 가뒀다. 감방에 있던 사람들은 차례차례 끌려 나갔다. 모두 죽였다. 그렇게 어디에도 기록될 수 없었던 이야기가 됐다.

계엄은 "배신이었다. 국가가 국민에게 또다시 저지른 거대하고 끔찍한 배신이었다.(106)" 저 대통령은 성범죄자이자 가짜 무당의 수첩에 적힌 포고령으로 "어떤 기대를 배반하고 어떤 목숨을 빼앗았는지 알지도 못할 것이다.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을 것이다.(107)" 그날 계엄을 막지 못하자 사람들은 언제쯤 타인을 배신할지 계산하기 시작했다.

데모꾼 정보라 작가는 동지들과 함께 계속 싸울 것이라며 "투쟁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지만 내가 지키지 않으면 빼앗기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란이 나에게 남긴 교훈(148)"이라고 했다. 죽은 자들이 앞서서 처단을 시작했다. 산 자여 따르라.

처단/정보라/상상스퀘어 20260311 176쪽 14,000원

지속 불가능한 불평등 - 사회정의와 환경을 위하여

지속 불가능한 불평등 - 사회정의와 환경을 위하여
  •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미 불의로 병든 사회에서 불평등의 골을 더욱 깊게 했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대개 바이러스에도 가장 많이 노출되었다. 힘들게 '몸 쓰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팬데믹 초기에 마스크나 변변한 보호 장비도 없이 선택 아닌 선택을 해야만 했다. 위험한 줄 뻔히 알면서 일을 하러 나갈 것인가, 건강을 지키려다 일자리를 잃을 것인가. 대형 상점 계산원, 요양보호사, 더 넓게는 사회의 기본적 용역을 담당하는 사람들 모두가 그랬다. 사회의 물자 기지들을 작동시키기 위해 익명의 수백만 시민이 매일매일 일하는 그 모든 산업 현장에서. (9)
  • 선거운동에 민간자금이 들어갈 때의 근본적 문제점은, 소득이 높은 사람이 돈을 더 많이 댈 수 있기 때문에 상위층에게 호감을 얻는 후보가 선거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1인 1표'라는 민주주의의 이상은 차츰 흐려지고 '1달러에 1표' 식이 되어버린다. 이 같은 상황은 정치적·경제적 불평등을 영속시킬 수 있고, 그러한 불평등 자체가 정치 활동을 양극화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42)
  • 공공자산의 감소와 민간자산의 폭증은 개인들 간의 불평등이라는 면에서 중대한 결과를 가져왔다. 일단 국가의 공공자산이 줄어들면 교육, 공공보건, 생태 전환에 투자함으로써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기가 어려워진다. 앞으로 세세하게 살펴보겠지만 그러한 정책이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민간자산 증가는 개인이 물려받는 세습자산의 불평등과 궤를 같이 한다. 자산은 소득보다 집중되기 쉬운데, 소득이 오르는 속도보다 부가 축적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96)
  • 경제적 불평등은 여러 원인에서 비롯되고 그중 어느 한 원인을 따로 떼어내려는 시도는 소용이 없다. 게다가 불평등 심화 경향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나타나지만, 국가별 특성이 다수 관찰된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포괄적인 설명을 경계해야 한다. 1980년대 초에 시작된 무역 및 금융 세계화와 교육 불평등이라는 맥락 안에서의 기술 진화는 불평등이 증가하는 경향을 부분적으로 설명할 뿐, 국가별 차이까지 설명하지는 못 한다. 부자 감세로 인한 사회국가의 쇠퇴, 사회보호망의 수축을 고려해야 이처럼 다양하게 나타나는 양상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118)
  • 물의 간접 소비가 가장 크게 일어나는 부분은 식품 생산이다. 밀 1킬로그램을 생산하려면 1,200리터의 물이, 쇠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려면 1만 3,0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생활 수준의 차이, 섭생 방식의 차이가 국가 간 물 소비 불평등에 크게 작용한다. 북미인은 평균적으로 하루 7,000리터의 물을 소비한다. 영국인은 3,400리터,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은 2,600리터, 중국인은 1,900리터를 소비한다. 전 지구 차원에서는 인류의 필요를 충족하기에 충분한 양의 담수가 존재한다. 하지만 식수 자원의 근본적 문제는 분포가 고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 인구의 3분의 2는 적어도 연중 한 달은 물 부족에 시달린다. 이러한 물 부족은 모든 대륙에서, 선진국과 빈곤국을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그렇지만 물 부족의 여파는 선진국보다 빈곤국에서 더 비극적으로 나타난다. (140)
  •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이 언제나 공해와 환경 파동에 더 크게 무너진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들은 피해로부터 자기를 지킬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국 경제 불평등, 환경불평등, 정치 불평등이 뒤섞인 악순환이다. 현대사회는 환경 위험과 그 위험에 대처할 수단을 사회적으로 불공평하게 분배하고 있다. 그로써 기존의 사회적 불평등은 자동으로 강화된다. (170)
  • 자원에 대한 접근 불평등, 위험에 대한 노출 불평등, 환경의 질적 저하에 따른 책임 불평등이 그 세 가지 형태다. 여기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다. 일단 경제적 불평등은 환경불평등을 상당 부분 결정짓는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은 (에너지 같은) 상품으로서의 천연자원에 접근하기 힘든 반면, 환경 위험에는 항상 더 많이 노출되고 피해에는 더 취약하다. 게다가 경제적 불평등은 온실가스 배출 불평등에도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경제적 불균형이 심화되는 경향은 환경정의라는 면에서도 결코 이롭지 않다. (202)
  • 우리가 살펴본 대로, 환경보호에 역행하지 않고도 경제적 불평등은 얼마든지 완화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문제에 세방향으로 접근했다. 첫 번째는 대중교통과 에너지 및 수도 공공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가계에 대한 지원으로 사회적 규준 변화를 촉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 방향은 새로운 환경세를 고안하고 도입하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세는 아주 잘 설계되어야만 환경과 사회적 보호 사이에서 빚어질 수 있는 갈등을 뛰어넘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환경불평등을 완화하려면 유럽 국가들과 신흥국들이 개방적이면서도 투명한 불평등 측정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 이 세 방향으로의 변화는 전부 가능할 뿐 아니라 이미 일부 국가에서 현재 진행 중이다. 이러한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다 보면 공공정책은 결국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취하게 될 것이다. (248)
  • 경제불평등이 현대 세계의 지속 불가능성의 실질적 요인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소득 및 자산 불평등이 민주 사회로서 참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고, 경제활동이라는 관점에서도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게다가 그러한 불평등은 사회 전체의 보건 및 사회보장을 악화시키고, 환경에도 피해를 입힌다. (269)

지속 불가능한 불평등/뤼카 샹셀Lucas Chancel/이세진 역/니케북스 20230401 288쪽 16,800원

"샹셀 등이 분석한 한국의 사례를 보면, 2021년 기준으로 한국 국민 1인당 연간 평균 탄소배출량은 14.7톤이지만 소득 상위 10퍼센트는 54.5톤, 상위 1퍼센트는 무려 180톤에 이른다. 반면 하위 50퍼센트는 고작 6.6톤밖에 배출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만약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줄이는 목표를 세웠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모든 국민이 1인당 평균 약 7.4톤씩만 배출해야 한다. 가장 평등하게 이를 실천하는 방법은 예외 없이 국민 개개인이 똑같이 7.4톤씩 배출하는 것이다. 그러면 하위 50퍼센트 국민들은 오히려 지금보다 0.8톤을 더 배출해도 된다. 반면 상위 1퍼센트가 7.4톤만 배출하려면 무려 172.7톤을 줄여야 한다. 이 지점이 사실상 이 책의 핵심 주장이며 세계불평등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논지다." (...) "경제적 불평등은 환경불평등을 상당 부분 결정 짓는다"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은 (에너지 같은) 상품으로서의 천연자원에 접근하기 힘든 반면, 환경 위험에는 항상 더 많이 노출되고 피해에는 더 취약하다. 게다가 경제적 불평등은 온실가스 배출 불평등에도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경제적 불균형이 심화되는 경향은 환경정의라는 면에서도 결코 이롭지 않다." (282~283)

토마 피케티와 함께 파리경제대학 세계불평등연구소(World Inequality Lab) 공동 소장인 뤼카 상셀이 환경불평등을 다뤘다. 자본주의가 출현한 이후 불평등이 만악의 근원이라는 진단은 옳다. 실천이 늦는 건 우리의 죄다.

캐노피에 매달린 말들 - 톨게이트 투쟁 그 후, 불안정노동의 실제

캐노피에 매달린 말들 - 톨게이트 투쟁 그 후, 불안정노동의 실제
  • 이 기록이 시작된 것은 이쯤이다. 98일간의 고공농성, 145일간의 본사 점거농성 그리고 매일 바리케이드와 방패를 앞세운 경찰에 의해 그들에게만 막혀 있는 곳으로 향하는 그들의 싸움은 많은 주목을 받으며 알려졌으나 싸움의 순간들이 치열하게 이어지기에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고 믿는 이들이 모였다. 지금의 그들을 있게 한, 저마다 지닌 세상 단하나뿐인 면모와 이에 연결된 삶과 노동의 이야기, 싸우며 다시 맺는 관계에 대해 그이들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싶었다. (7)
  •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저기, ‘불온한’ 사람들이 떼 지어 자신들의 ‘소유’도 아닌 자리를 차지하고서는 교통 혼잡과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고 ‘감히’ 길거리의 자동차 경적보다 큰 소음을 내며 ‘말하고 있다’. “삶은 끝없는 ‘경쟁’이란 ‘절대 진리’를 어기며 타인의 기회를 뺏는 이기적인 사람들이라고. (13)
  • 우리 집이 큰집이라 가족들이 다 우리 집으로 와요. 나는 못 간다고 전화했더니 난리가 난 거야. 이혼을 하니 어쩌니 막 이래. 그래서 내가 딱 잘라 이야기했어. 이혼하겠다. 그런데 나 바쁘다. 그러니까 바쁜 거 해놓고 하자. 이게 순서가 있잖아. 이혼이 급한 게 아니고, 투쟁이 급한 거거든. (37)
  • 인터뷰 과정에서 톨게이트 수납 업무가 "아줌마들에게는 좋은 일자리"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이유는 3교대 시스템에서 근무를 바꾸어서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과 월급이 밀리지 않고 제때 나온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오래 일해도 월급은 올라가지 않고 최저시급을 유지하고, 1년 단위 계약으로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불안정한 고용 조건에, 복지는커녕 근무복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환경인데 (거기다 성희롱에 갑질까지 횡행하는데) 좋은 일자리라고? '좋은 일자리'의 기준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된다. 그리고 톨게이트 수납 업무가 '좋은 일자리'일 수 있는 것은 '아줌마들에게는'이라는 수식어 때문이라는 점에서 여성노동의 현실 또한 뒤돌아보게 된다. (46)
  • 더보기...

캐노피에 매달린 말들/기선, 랑희, 슬기, 이호연, 타리, 희정, 치명타(그림), 전주희(해제)/한겨레출판 20231030 408쪽 20,000원

부당한 힘에 맞서 한 사람이 저항을 시작할 때, 그 저항은 시간과 생사와 한계와 성패를 넘어 항구적인 인간 선언이다. 취약함을 노리는 비열한 자들의 모욕과 보복에 맞서 "우리들의 취약함"을 연결해 저항할 때, 그 투쟁은 항구적으로 혁명적이다. 톨게이트에서 밥을 벌던 여자들이, 새벽을 열며 지붕 위로 올라갔다. 미쳤다. 독한 년. 겁 없는 여자들. 원룸에서 나를 마주함. 이혼보다 급한 투쟁. 피부에 착착 감기는 연대. 누구 하나 떼어놓고 가지 않겠다. 가오 빠지지 않게. 배신은 죽어도 싫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모든 게 새롭다. 아, 그 희열... 그 여자들의 말이다.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 지금, 출구는 여전히 싸우는 사람들의 말과 내력과 기록 속에 있다. (최현숙, 추천의 글)

톨게이트 투쟁은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났다. 이들이 투쟁 기간 동안 외친 '우리가 옳다'는 구호는 옳았다.

모자무싸 인상네컷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쓸모없다는 건 무서운 말이야. 세상에 내 자리가 없다는 선고 같거든.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정지, STOP.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혼자 하면 지쳐요. 옆에서 재밌다 재미없다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덜 지쳐요. 제가 봐줄게요, 옆에서.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무가치함은 싸워서 이기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냥 같이 사는 거지. 비 오는 날 젖은 신발을 신고 걷는 것처럼, 찝찝해도 멈출 수는 없으니까.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Ximfit, 心fit. 같이 마음을 맞춰요.

편집자의 사생활 - 업무일지가 이렇게 솔직해도 괜찮을까?

편집자의 사생활 - 업무일지가 이렇게 솔직해도 괜찮을까?
  • 현재 대한민국에 상호 등록된 출판사가 약 9만 8천여 개다. 그러니까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이름이 이미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검색하면 다 나온다. 이름 짓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26)
  • 평행하는 선들은 결국 만난다. 마름모의 슬로건은 "평행하는 선들은 결국 만난다"가 되었다. (...) 나는 이렇게 뜬금없는 출판사 이름에 말도 안 되는 슬로건을 갖다 붙여놓은 마름모 출판사의 대표다. 평행하는 선들은 만나지 않지만, 마름모의 세계관 안에선 만나게 된다. 서로 팽팽하게 평행선을 달리던 대결 구도들이 마름모의 세계관 안에서는 합의점을 찾게 된다. 이것은 나의 고급 유머이자 도도한 아이러니의 발현이다! (28)
  • 인맥이니 사람 관리니 하는 말들이 있지만, 의식적으로 그런 '비즈니스 마인드'를 장착해본 적은 없다. 다만 내가 경험으로 배운 '처세술'이 하나 있다면, '진심'이다. 고마운 일에는 고맙다고 하고, 죄송한 일에는 죄송하다고 한다. 반면 죄송하지 않은 일에는 절대 죄송하다는 말을 남발하지 않는다. (47)
  • 모종의 위계가 있는 인적 네트워크. 그곳을 빠져나간다는 것은 이른바 '사람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일이었다. 내가 혼자 일하는 작업실(우리 집)엔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와 인쇄소 부장님과 여러 작가님들과의 소통이 있지만 '정치'가 없다. 세상 평화로운 곳이 나의 작업실이다. 위계와 정치가 빠져나간 자리에, 내게 있는 줄도 몰랐던 에너지가 들어찼다. (102)
  • 출판이 어려운 것은 무조건 '잘 팔리는' 책으로만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배웠기 때문이다. 아니 살아남을 수는 있을지라도 이름을 남길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그 두가지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고 싶다. 이건 나만의 포부가 아니라 많은 출판인들의 희망일 것이다. 우리는 '좋은' 책을 만들고 싶다. (113)
  • 펑펑 울었다는 그 작가님처럼 나도 오늘 울었다. 이젠 편집 일이 쉬워졌다고 말하곤 했다. 그게 얼마나 용감하고 무식한 말이었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나는 어쩌면 타성에 젖은 것이거나 일종의 슬럼프에 빠진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을 깨닫게 되는 데 한 명의 작가를 잃었다. 혹독한, 혹독한 날이다. (117)
  • 책은 '좋은 물건'이어야 한다. 팔리는 책을 찾다가 망할 수 있다. '좋은' 책을 찾다가 망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확률은? 차라리 좋은 책을 좇자. 그러면 망하더라도, 적어도 내가 하는 일이 한낮 자본주의의 무의미한 놀음, 심지어 나무와 사회에 유해하기까지 한 짓이 되었다는 허탈감, 자괴감에 빠지지 않을 수는 있지 않을까. 설령 망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존감까지 잃지는 않을 것이다. (135)
  • 그런 상상을 한다. 모든 편집자가 적어도 한 번은 사장님이 제안하는 연봉을 거절해보면 어떨까? 그런다고 큰일 나지 않는다. 올려주면 좋고 아님 말고 말이다. 그러면 최소한 '너 말고도 쓸 만한 사람은 널렸어'라고 생각하는 사장님들에게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을까? 우리는 어쪄면 회사에 없으면 아쉬운 인재일지도 모른다. 아아, 이제 나도 사장인데, 이러다가 사장님들한테 몰매를 맞겠지? 하지만 나는 괜찮다. 나는 평생 1인출판사 사장만 할 거니까. (181)
  • 나는 작가가 글을 쓸 때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불행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되도록 그가 즐거운 마음으로 원고를 썼으면 좋겠다. 내가 작가에게 바라는 것은 그게 다이다. (205)

편집자의 사생활/고우리/미디어샘 20230407 248쪽 16,000원

요람에서 무덤까지 안 해본 장르가 없고 노는 게 제일 좋은 탱자탱자 편집자가 1인 출판사 마름모를 차렸습니다. 평행하는 선들은 결국 만난다. 마름모 출판사의 슬로건입니다. 10만여 개의 출판사가 다 흥할 수는 없겠지만, 있어빌리티로 무장하고 10층 빌딩을 올려 작가에게 돈을 많이 뿌리는 편집자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동네 공공도서관을 만 개 지어서 책을 내면 만 부는 기본으로 구매하는 사회가 되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樂書 투표권은 종이로 만든 탄환이다

투표
유시민 가라사대, 투표권은 종이로 만든 탄환이다.

첫투표
제 첫투표는 1987년 12월 16일에 했답니다. DJ를 찍었지만 BTS(보통사람)가 당선됐죠. 한동안 투표하지 않았답니다. 첫사랑만큼 첫투표가 중요합니다. "첫"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가로수
수목원 자랑말고 가로수나 잘 키우자.
시내 시외 구별말고 가로수나 잘 기르자.
정원박람회 그만하고 가로수나 잘 가꾸자.

신성가족
1987년 6월 이전까지 판검새는 군바리, 중정, 짭새에 설설겼지요. 시민이 들고일어나 바꿨더니 지들이 신성가족인 줄 알아요. 부셔야 합니다.

전화번호
전화번호를 바꿨다. 3월 말에 바꾸고, 다시 바꿨다. 지난 번호랑 결별했다. 일 년 안에 전화하지 않으면 바뀐 전화번호를 모른다. 아듀다~~~ 요게 내가 갑이 아니면 어렵지 싶다. 아쉬운 놈이 알아서 연락하세요. 그래서 그런지 바뀐 전번으로 광고 전화가 한 통도 없다. 지금까지는….

Trump is safe
Trump is safe. 총격범은 구금 또는 사망으로 엇갈림. 아까비!!! 미국으로 온 이주민이 총을 썩 잘 쏘진 않았죠. 서부극에 나오는 총잡이들은 엄청나게 과장됐고요. 오죽하면 머리에 권총을 대고 자결하려 해도 연속해서 빗나갔다는 유머가 있지요.

거스러미
거스러미라는 말이 있네요. 거스러미가 거슬리는 오훕니다.

여성
반도 이남에 놈상으로 태어난 게 어마어마한 특혜인지 몰랐습니다. 여전히 여자가 공포 속에 사는지 몰랐습니다. 밤에도 안전한 줄 알았습니다. 놈상은 두고두고 반성합니다. 이북도 공산주의라고 떠벌리지만, 여성차별과 하대가 어마무시한가 봅니다. 오히려 남한보다 더 가부장적이라네요. 그럼에도 북한려성은 장마당에서 이악하게 계시더군요. 아무튼 조선반도는 대대로 여성이 먹여살렸고, 역사적 대전환은 여성이 먼저 했습니다. 빚, 졌습니다.

마라톤
사바스티안 사웨(케냐) 선수가 2026 런던 마라톤 남자부 경기에서 42.195㎞ 풀코스를 1시간 59분 30초에 완주했다. 100미터를 17초로 달리는 속도란다. 두 시간 벽을 깼다.

노동절
Happy Labour Day. 올해부터 노동절로 바뀌며 공휴일로 지정됐다. 늦었지만 법조문도 근로자를 노동자로 바꾸고요. 내친김에 후딱, 합시다.

전공지식
기계는 국가대표도 있다. 기계체조!!!

로즈데이
오다가 했어. 오다가 했어.

부적
이것은 부적입니다. 맘에 쏙 듭니다. #개작두

잘 되는 회사와 조직
잘 되는 회사는 정문 후문 경비 노동자와 출퇴근 버스운전 노동자도 친절하고요, 잘 되는 조직은 공은 아래로 과는 위로 흐르며 법카 긁으며 생색내지 않는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지방선거
내란공범당이랑 선거하는데 아슬아슬하다는 건, 그쪽에 동조하는 사람들과 심리적 내란 공감자들이 득실득실하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특히 '사'자로 끝나는 직업군에 내란공감범들이 지지율보다 더 많아 보입니다. 또한 그들의 자식들 대부분이 '사'자 직업군을 기르는 대학에 진학하고 있지요. 이는 앞으로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걸 암시합니다. 저는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많으니, 앞으로 더 오래 살아가야 할 분들이 이 문제를 고민하며 결정하길 바랍니다. 그 분기점이 이번 지방선거이지 싶네요.

순살역
도면대로 시공하지 않았으면 뿌시고 재시공해야지요. 지체상금도 계약대로 받아내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지요...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코멘트를 기대한다. 서울시는 2025년 11월 시공사로부터 처음 보고받았으면 즉시 중단하고 재시공하면 됐지요. 왜 쉬쉬하며 계속 진행했을까요? 복마전이라면 이해되네요.

불매와 볼매
기업 불매가 어려운 건 볼매 기업이 드물어서이지 싶다.

교육감
40세인 사람이 16세인 사람보다 그들을 대표하는 더 좋은 정당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는 없다. - 김효연, 《시민의 확장》(스리체어스, 2017), 124쪽

피교육 노동자화된 K-학생들이 과거형 교육감에게 미래를 맡기는 선거라면, 당연히 그들에게도 물어봐야지 싶다. 가중치를 주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선택의 기회는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묻다 - 전염병에 의한 동물 살처분 매몰지에 대한 기록

묻다 - 전염병에 의한 동물 살처분 매몰지에 대한 기록
  • 볕 좋은 봄날 오후였다. 예술 평론 세미나에 갔다가 3년 전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조성되었던 매몰지가 법적으로 사용 가능한 땅이 되었다는 얘기를 우연히 들었다. 딱히 내게 한 말도 아니었는데, 웬일인지 그 말이 또렷하게 내 귀에 박혔다. (56)
  •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것은 2000년이었다. (일제강점기에 발생 기록이 있지만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최초 발생한 것이었지만 효과적인 백신 정책을 활용해 2,216마리의 동물을 살처분하는 것으로 사태를 일단락지었다. 전염성 강한 구제역의 특성상 해외에서도 우수사례로 꼽힐 정도로 빠르고 완벽한 대응이었다. 2년 후인 2002년 전 국토를 뜨겁게 달구었던 월드컵 기간 중에 다시 구제역이 발생했다. 두 번째였지만 당시만 해도 구제역은 축산업 종사자들에게조차 낯선 질병이었다. 당연히 국민적 이해도, 협조도 없었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정부는 16만 155마리의 동물을 살처분하는 것으로 구제역 사태를 종결시켰다. 그 후 잠잠했던 구제역은 2010년에 다시 발생했는데, 그해에만 무려 세 차례나 발생했다. 1월에 발생한 6건의 구제역으로 28일간 5,956마리, 4월에 발생한 11건으로 29일 동안 4만 9,874마리, 11월에 발생한 구제역으로 145일간 무려 347만 9,962마리가 살처분되었다. (82)
  • '사료 소비', '생산량 감소', '수출 제한', '비용 절감'. 살처분 정책 어디에도 생명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인류가 아끼고 지킨 것은 오직 시간과 비용뿐이었다. 슬픔과 수치가 밀려들었다. (91)
  • 결국 자비도 한계도 없는 대량학살로 145일 동안 국내 돼지의 34퍼센트인 331만 마리의 돼지와 국내 소의 5퍼센트인 15만 마리의 소를 포함해 총 347만 9,962마리의 동물들이 파묻혔다. (94)
  •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2003년부터 2017년까지 14년 연속 자살률 1위다. 산업재해 사망률도 1위, 그밖에도 가계부채, 남녀 임금격차, 노인 빈곤율, 최저임금, 근무시간, 이혼 증가율, 낙태율, 사교육비 지출 등 불명예스러운 1위가 차고 넘친다. 건강한 동물을 파묻는 것 외에도 국가의 위신을 끌어올릴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97)
  •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유한하다. 누구도 죽음의 그림자를 피해 갈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살처분은 죽음의 문제라기보다는 존엄의 문제다. 존엄? 그렇다. 모든 생명은 존엄하다. 생명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우리의 도덕적 직관은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생명의 존엄도 경제 논리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농장동물에게는 애초에 잉태가 없었다. 그들은 생산되고 소비되고 폐기될 뿐이다. (100)
  • 모든 생명체는 태양과 땅, 물, 그외에 다른 생물들에게 빚을 진다. 자기가 쓸 에너지를 직접 만드는 건 식물뿐이다. 사슴을 잡아먹는다고 사자의 도덕성을 비난할 수 없다. 육식은 그 자체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육식이 범죄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102)
  • 좁은 공간에 갇혀 살을 찌우는 사료만 먹고 자란 동물은 덩치만 클뿐 건강하지 못하다. 하지만 동물의 건강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소 2~3년, 돼지 5~6개월, 닭은 35일, 출하되는 그 순간까지 숨만 붙어 있으면 도축이 가능하다. 인간이 고기를 먹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고기를 얻기 위한 이 모든 과정을 먹이사슬에 의한 자연의 섭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살처분 당시 구덩이에 내던져진 돼지들은 자기들에게 무슨 일이 닥친지도 모른 채 태어나 처음으로 밟아 보는 흙과 깨끗한 공기를 맡으며 즐거워했다는 누군가의 기억이 내 뒷덜미를 잡았다. (105)
  • 구제역은 전파 속도는 빠르지만 식품의 안전이나 인간의 건강은 전혀 위협하지 않는 비교적 경미한 질병이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수지타산을 명분으로 수백만 마리의 동물을 땅에 파묻었다. 동물들은 고통 속에 죽어 갔고, 땅은 심각하게 오염되었다. 그리고 오염된 땅에서는 공공연히 농사가 시작되었다. 세상은 메마를 대로 메말라 막되어 가고 있었다. (124)
  •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전염병 만연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추론해 볼 수 있다. 따뜻한 햇살, 신선한 바람과 맑은 물, 동물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본능에 따라 살 수 있는 농장, 답은 그 안에 있다. 동물의 행복이 곧 인간의 행복이 되고, 지구의 행복이 된다. 단순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이치다. 어린 아이도 알 법한 이런 해결책을 우리 사회는 왜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을까? 생산자의 수익 때문일까? 아니면 소비자가 누리는 혜택 때문일까? (168)
  • 살殺(죽일 살) + 처분處分(행정·사법 관청이 해당 법규를 적용하는 행위). 국민들에게 내려진 국가의 명령. 국가는 규칙을 만들었고, 그 규칙에 따라 예외 없이 파묻었다. 그곳에 죽음은 없었다. 다만 상품이 폐기되고 있을 뿐이었다. 그곳에는 사람도 없었다. 다만 명령을 수행하는 도구만 작동되고 있었을 뿐이다. (174)

묻다/문선희/책공장더불어 20190308 192쪽 13,000원

2010년 겨울에 발생한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347만 9,962마리의 가축과 648만 마리의 가금류가 땅에 파묻혔습니다. 그렇게 전국 4,799곳에 매몰지가 생겼습니다. 사진작가인 저자는 매몰지 4,799곳 중에서 100곳을 무작위로 골라 2년 동안 돌아다니며 기록했습니다.

"살처분 당시 구덩이에 내던져진 돼지들은 자기들에게 무슨 일이 닥친지도 모른 채 태어나 처음으로 밟아 보는 흙과 깨끗한 공기를 맡으며 즐거워했다"고 합니다. 그들이 매몰된 땅은 심각하게 오염됐습니다. 살처분은 생명에 대한 배려는 아예 없고, 오로지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한 인간의 대량학살이었습니다.

묻다는 여러 뜻이 있습니다. 땅에 왜 파묻었냐고 물을수록 사람답지 않아 슬픔과 수치만 묻어납니다.

함께한 세월

삼십여 년을 함께한 샤프

스탠드가 고장 나서 조명 가게를 찾았다. 찍어간 형광등 사진을 보여주자 진작에 이런 제품은 나오지 않는단다. LED만 취급한 지 오래됐다며 웃는다. 스탠드와 이십여 년을 함께했던 세월이 아쉬웠지만 결국 보내주었다.

이제는 삼십여 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해 온 샤프만 남았다. 내가 소유한 것 중 가장 오래된 물건이다. 오래전 명함에서 잘라 붙였던 이름도 그 자리에 잘 붙어있다.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쌩쌩하다.

이름보다 오래된 - 문명과 야생의 경계에서 기록한 고라니의 초상

이름보다 오래된 - 문명과 야생의 경계에서 기록한 고라니의 초상
  •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수컷 노루에게는 뿔이, 수컷 고라니에게는 송곳니가 있다고 적혀 있었다. 내가 만난 사슴에게는 뿔도 송곳니도 없었다. 아마도 암컷이었던 모양이다. 그럼 암컷 노루와 고라니는 어떻게 구별하지? 겨우 찾아낸 힌트는 '노루궁뎅이 버섯'이었다. 하얗고 둥글고 보송보송한 모양이 노루 엉덩이를 닮았다고 했다. 황급히 달아나던 사슴의 뒷모습을 떠올려보았다. 엉덩이에 그런 도드라지는 특징 같은 것은 없었다. 그럼 노루가 아니라 암컷 고라니였을까? (54)
  • '고라니'라는 이름은 순우리말이다. '노루'도 순우리말인데, '노랗다'는 뜻이다. 고라니의 어원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뿔 대신 송곳니가 있어서 '어금니', '송곳니'라는 의미로 고라니라고 불렀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하다. 고라니의 영문 이름은 'Water Deer'다. '물사슴'이라는 뜻의 이 예쁜 이름은 어느 영국인이 1870년에 중국에서 고라니를 처음 발견했을 때 물가에서 노니는 모습을 보고 붙인 것이다. (...) 한국에서 고라니는 '유해야생동물'로 분류되어 있다. 농작물 피해 때문에 매년 지자체별로 적지 않은 수의 고라니를 제거하고 있다니.... 야생동물이라 보호받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더 놀라운 것은 호주에만 사는 캥거루나 코알라처럼, 고라니는 오직 한반도와 중국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우리의 '고유종'이자 '희귀 동물'이라는 사실이었다. (...) 국제적으로 고라니는 '멸종위기종'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고라니를 멸종위기종 적색 목록 '취약' 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많아서 천덕꾸러기 신세인 고라니가 사자, 하마, 치타, 코알라와 비슷한 수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이라니 정말이지 아이러니한 이야기였다. (59)
  • 고라니는 유해야생동물 구제사업으로 3분마다 한 마리씩 총에 맞아 죽는다. 2014년에 총에 맞은 고라니는 3만 6,296원어치의 농작물을 먹어 치운 혐의로 목숨을 잃었다. 2018년에 총에 맞은 고라니는 1만 4,869원어치의 농작물을 먹어 치운 혐의로 목숨을 잃었다. (63)
  •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특정 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이유는 천적 때문이 아니라 같은 종 내부의 경쟁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어떤 종이든 개체수가 무한대로 늘어나지는 않는다. 그 종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영양분이나 서식지 같은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육식동물이건 초식동물이건 같은 종의 개체들은 필요한 자원이 겹치기 때문에 직접 맞부딪혀 싸운다. 그래서 고라니 같은 초식동물에게도 송곳니가 있는 것이다. (69)
  • 지구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모든 생명체는 지구의 구성원으로서 당당한 권리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인간이 이익을 독점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에 비해 더 중요한 생명체라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생명체 간에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다른 것뿐이다. 그러나 자칭 '생각하는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는 자신들이 이 땅의 주인이라는 주장이 인간 외 다른 모든 생명체에게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 모든 야생동물은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먹는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인간은 끊임없이 산을 허물고 도시를 넓히고 도로를 만든다. 그 과정에서 고라니의 생태는 존중되지 않는다. 고라니는 인류가 등장하기 전부터 한반도에 살았다. 태곳적부터 살아온 자기의 영역을 침범당하고도 오히려 불청객으로 내몰린다. 인간의 허영은 고라니가 도로교통법을 준수하고, 농작물과 아닌 것을 구별하고, 인간에게 불필요한 것들만 먹기를 바란다. 고라니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인간이란 무엇일까? 나직한 물음이 가슴께에 밀려들었다. (70)
  • 그 겨울을 건너는 동안 고라니는 나에게 북극곰이나 앨버트로스 같은 이국의 생명들보다 애틋한 존재가 되었다. 고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송곳니와 무언가 한없는 것을 바라보는 듯 애수에 젖은 눈빛, 복숭앗빛 혀를 살짝 내밀며 '메롱'하는 버릇, 어디서 작은 기척이라도 들리면 흠칫 놀라 한쪽 발을 든 채로 얼어붙곤 하던 겁 많은 성격까지 좋아하게 되었다. (92)
  • 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그들의 안녕이었다. 부디 무사히 살아남기를, 무탈하게 지내기를 바랐다. 그러므로 이 초상 사진 작업은 존재 하나하나에 대한 나의 간절한 호명이자 정성 어린 기도였다. (106)
  • 끝끝내 나에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던, 그래서 한 장의 사진조차 남기지 못했던 고라니들조차 내 마음속에 들어와 별처럼 총총히 빛나고 있다. 멀리서 보면 그저 흔한 사슴이겠지만, 모든 존재에게는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심연이 있다. 몸을 낮추고 눈을 맞추는 일, 그 단순한 경험만으로도 우리는 살아 숨 쉬는 생명의 의미와 무게를 실감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약간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낯설고 불가해한 존재들을 천천히 들여다볼 시간. (107)
  • 생태계에서 생명체들은 서로 얽히고 의지함으로써 모두를 지탱한다. 어떤 종을 멸종위기로 내모는 일은 결국 자신의 생명을 떠받치고 있는 기반을 파괴하는 행위다. 모든 생명은 존재할 권리가 있으며, 이미 존재하는 이상 누구도 구태여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필요는 없다. (192)

이름보다 오래된/문선희/가망서사 20230728 196쪽 29,000원

10년간 200여 마리의 고라니를 만나 50여 점의 초상 사진을 완성했습니다. 국제적으로 고라니는 멸종위기종이지만 우리나라는 유해야생동물로 분류되어 3분마다 한 마리씩 총에 맞아 죽습니다. 2018년에 총에 맞아 죽은 고라니는 1만 4,869원어치의 농작물을 먹어 치웠지만 현상금으로 지급된 비용이 더 많았습니다.

"고라니는 인류가 등장하기 전부터 한반도에 살았다. 태곳적부터 살아온 자기의 영역을 침범당하고도 오히려 불청객으로 내몰린다. 인간의 허영은 고라니가 도로교통법을 준수하고, 농작물과 아닌 것을 구별하고, 인간에게 불필요한 것들만 먹기를 바란다. 고라니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인간이란 무엇일까?"

고라니 몸짓은 인간보다 더 오래된 근원적인 몸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