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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정치의 분화와 통합

  •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적 문제가 사법에 의해 처리된다는 것을 말한다. 공공 정책, 메가정치, 정치시스템 등과 같이 이전에는 정치가 해결해 왔던 문제들이 사법에 의해서 처리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정치의 사법화는 헌정주의를 실현하고,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등 민주주의 정치의 한계를 보완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법과 정치에 각각 부여되었던 고유한 기능들이 와해될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다. 실제로 정치의 사법화는 사회를 안정시키는 법의 기능이 와해시키고, 이에 따라 정치에도 과부하가 걸려 정치의 기능이 와해되며, 정치는 다시 법을 압박하고 법은 정치화되는 악순환으로 어이질 수 있다. 법과 정치가 재통합되면서 법과 정치의 이상적인 분화가 해체되는 것이다. (282)
  • 법과 정치의 관계를 간단히 말하자면, 정치가 법을 만들고 법은 다시 정치를 규제하는 식으로 서로 연계된다. 그런데 정치의 사법화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입법보다는 ‘사법’(司法)이다. (...) 이상적인 사법절차라면 법은 예측가능하고, 사법절차를 통해 진실이 드러날 수 있으며, 유능하고 공정한 법관이라면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정치의 사법화는 이러한 전제들에 조금씩 균열을 가하기 시작했다. 정치적 문제들이 사법에 의해 결정되는 일이 번번해졌고, 사법기관은 주어진 법을 소극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정치적 문제를 결정하는 또 하나의 권력이 되었다. (284)
  • 법과 정치의 분리를 통해 서로에게 의존하면서도 연결되는 것이며, 그런 점에서 법과 정치는 서로 ‘기생’한다고 말할 수 있다. (289)
  • 정치의 사법화의 기본 메커니즘은 어떤 사안에 대한 정치적 결정이 내려지고, 이에 대한 합헌성 또는 위법성 판단이 사법적 판단에 맡겨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행정부와 입법부의 권한 일부가 사법부로 이전되며, 자연스럽게 사법부의 권한이 확대된도 하다. (291)
  • 정치의 사법화가 쟁점화된 것은 이를 통해 법과 정치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에 비판적인 시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민주주의적 정치과정에서 해결되어야 할 일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기관에서 처리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이는 민주주의 기본원리에 상충되며, 더 나아가 민주주의 발전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95)
  • 정치의 사법화가 일상화되면, 정치적 결정은 종국적으로 사법에 의해 최종 판단을 받아야 종결된다는 생각이 자리잡게 된다. 어차피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만 해결되는 것이라면 굳이 정치과정에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정치 고유의 방법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보다는, 사법적 결정을 의식하여 그 잣대에 맞추어 정치적 결정을 미리 조정하는 일이 빈번해질 수 있다. 정치과정에서 법적 담론이나 전문용어, 규칙・절차 등이 정치적 영역에서 확산되고, 사법적 판단을 예측할 수 있는 법률전문가의 힘이 자연스럽게 커진다. 사법에 의해 정치가 식민화되는 것이다. (301)
  • 정치가 사법을 직접 통제하려고 들지 않아도 사법 스스로 정치화되기도 한다. 정치의 사법화에 따라, 사법 전체의 조직적 이익을 위해서 또는 사법부 구성원들의 개별적 이익을 위해 정치적 분파의 이익에 복무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법관 임명과 법원의 예산・조직에 관여하는 정치세력의 눈치를 보게 되고, 이 과정에서 사법 고유의 논리 대신 정치적 유불리가 사법을 지배하게 되고, 사법부의 구성원들은 정치적 성향으로 이분화된다. 이른바 '법원의 정치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302)
  • 정치의 사법화가 확산된 이유는 정치가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문제를 사법에 떠넘겼기 때문이다. 정치가 제 기능을 한다면 정치의 사법화로 가는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 정치의 본래 기능 회복이 정치의 사법화에 대한 대안으로 언급되는 이유다. (304)
  • 정치의 사법화를 막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은 위헌법률심사기능의 폐지 등을 통해 정치의 사법화를 제도적으로 막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의 사법화의 순기능도 있음을 고려해 볼 때, 정치의 사법화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그보다는 사법이 스스로 자기제한의 미덕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305)
  •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가 문제를 사법에 가져간 것에서 촉발된 것이지, 사법이 정치적 문제를 사법에 끌어들인 것이 아니다. 결국 정치의 실패가 정치의 사법화를 불러온 것이고, 정치가 제 기능을 했다면 애초에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정치에서 찾아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가 시민적 요구를 배반하고 무능한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면 정치의 사법화는 불가피해질 것이다. 계속되는 정치의 실패를 방관할 수만은 없으며, 사법이 정치를 통제하고 교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힘을 얻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08)

홍성수, "법과 정치의 분화와 통합", 「법과 정책」, 29집 3호, 2023.12, 281-318쪽

정치의 사법화에 대한 양면을 살펴본 논문입니다. "사법심사가 정치의 실체적 내용에 지나치게 관여하면 안되겠지만, 다양한 구성원들이 (특히 소수자들이) 평등하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표성(representation)의 실패를 교정하고 민주주의가 더 잘 작동하도록 물꼬를 틔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거나, 정치적 결정이 주권자의 의사에 부합했는지 시민사회와 충분히 소통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적 검토에 집중한다면(307)" 사법이 정치화될 가능성이 줄어들 겁니다.

문제 해결의 주도권은 정치에 있지만,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판사에 따라 판결을 예측하는 것이 도박 수준이라면 당연히 그 결정에 불복하지요. 더군다나 지금은 법관의 양심만 믿을 수 없는 K-재판-이라고 쓰고 개판이라고 읽는- 세상입니다. 캄비세스의 심판이 절실합니다.

캄비세스 왕은 뇌물을 받고 부정한 판결을 내린 시삼네스 판사의 살가죽을 벗겨 죽였습니다. 그 살가죽을 무두질하여 재판관 의자에 깔도록 명했습니다. 후임으로 시삼네스의 아들인 오타네스를 임명한 캄비세스 왕은 다음과 같이 말했답니다. "재판할 때, 네가 어떤 의자에 앉아 있는지 꿈에도 잊지 마라." 나는 이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덧. 오탈자
291쪽 마지막 행 사법부의 권한이 확대된도 하다. → 사법부의 권한이 확대된다.

가짜 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Pseudoarbejde: Hvordan vi fik travlt med at lave ingenting, 2018
  • 경제학자들이 뭐라든 간에 경제학 역시 정치, 소망, 억측에 영향받지 않을 수 없다. 마드리드 강연은 "더 이상 큰 전쟁도, 엄청난 인구 증가도 없을 거라는 가정하에서, 케인스 나름의 예측에 의한 명확하고 당연한 결과였다. 이 강연은 그의 논문 「우리 손주들을 위한 경제학적 예측」에 정리돼 있다. 이 논문에서 케인스는 1930년까지의 추세에 근거해 "100년 내로 경제적 문제는 해결될 수 있거나 적어도 해결 방법이 보이게 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결과 2030년까지 평균 노동시간은 주 15시간이 될 것이며 그 시간조차 경제적이기보다는 인간적 필요를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앞으로 다가올 많은 시대에도 고대 인간의 본성은 우리 안에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며 모두 만족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일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케인스는 말했다. (33)
  • 과거의 노동에 대해 살펴보면 한 가지 의미심장한 경향이 되풀이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는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절약할 방법을 알아낼 때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시간을 사용할 새로운 방식을 알아낸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에 대해 '지식 사회'와 '지식 노동자'보다 노동시장의 변화를 잘 살명하는 개념은 없다. (55)
  • 인류의 탄생 이래 노동의 역사를 연구해보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인간은 재량 시간이 더 확보될 때마다 자신을 계속 분주하게 만들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냈다. 심지어 실질적인 일에서 점점 멀어지면서도 노동의 속도를 늦추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주로 실내에 틀어박혀 앉아서 일하는, 더욱더 추상적이고 점점 더 이해하기 어려운 유형의 일을 하느라 결국 더 바빠졌다. (65)
  • 전혀 힘들지는 않더라도 잔뜩 스트레스 주는 업무,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업무, 누가 설명해도 이해할 수 없는 업무를 포괄할 '텅 빈 노동'이라는 개념의 대안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는 '가짜 노동 pseudowork'이라는 적당한 용어를 찾아냈다. 가짜 노동은 더 다양한 상황을 포함한다. 명령받은 업무, 급여 받기로 한 업무, 조직에서 요구하는 업무, 노동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노동은 아닌 업무 등이 여기 해당한다. 가짜 노동을 하면 우리는 실질적인 일을 한다고 느끼지 못하면서도 계속 바빠진다. 혹은 우리가 아는 일 중에 무의미하지 않은가 의심되는 업무가 있다면 그게 바로 가짜 노동이다. (94)
  • 가짜 노동도 필요하고 중요하고 긴급해 보일 수 있으며, 많은 이에게서 진짜 노동이라고 인정받아 봉급을 받을 수도 있다. 심지어 칭찬과 명예가 따를지 모른다. 하지만 스웨덴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다리에서 우리는 어쩌면 당연하게 여기고 임금을 받아왔던 것보다 세상에는 진짜 노동이 훨씬 적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쉴 수는 없을까? 에너지를 더 좋은 일에 쓸 수는 없을까? 주15시간 노동이 실현되지 않는 원인이 가짜 노동이 될 수 있을까? (95)
  • 노동이 그 자체에 가짜 노동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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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Pseudoarbejde: Hvordan vi fik travlt med at lave ingenting, 2018/데니스 뇌르마르크Dennis Nørmark, 아네르스 포그 옌센Anders Fogh Jensen/이수영 역/자음과모음 20220808 412쪽 16,800원

코로나 대유행 때 영국 정부는 의사, 간호사, 교사, 청소부 등을 필수 인력으로 발표했습니다. 전문 경영인, 컨설턴트, 감사 책임자, 홍보 전문가 등은 포함되지 않았죠. 필수 인력 중 상당수가 형편없는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직장 혹은 직업에 관한 관점이 바뀌는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뉴노멀 시대를 예상했지만, 세상은 더 후퇴했습니다.

가짜 노동 즉 "명령받은 업무, 급여 받기로 한 업무, 조직에서 요구하는 업무, 노동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노동은 아닌 업무"로 계속 바빠집니다. 가짜 노동은 무대 앞 노동(눈에 보이는 노동)보다 무대 뒤 노동(보이지 않는 노동)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노동은 더 많은 가짜 노동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쁜 것이 좋고 필요하고 도덕적이라는 생각이 가짜 노동을 합리화합니다. 우리가 하거나 아는 일 중에 무의미하지 않은지 의심되는 업무가 있다면 그게 바로 가짜 노동입니다.

케인스는 「우리 손주들을 위한 경제학적 예측」이라는 논문에서 1930년까지의 추세에 근거해 2030년까지 평균 노동시간은 주 15시간이 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쉴 수는 없을까? 에너지를 더 좋은 일에 쓸 수는 없을까? 주 15시간 노동이 실현되지 않는 원인이 가짜 노동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답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진짜 노동이 훨씬 적기 때문입니다.

시간만큼 임금을 받는다는 관념은 일이 실제보다 오래 걸린다고 말해야 유리해지는 상황을 만들어졌습니다. 일의 본성이 바뀌었는데도 우파는 실업을 개인이 자초한 고난으로 규정하고 좌파는 정규직의 권리를 떠들어 온 책임이 큽니다. 아무도 임금을 주지 않거나 형편없는 임금을 받지만 의미 있는 일이 많습니다. 가사, 돌봄, 청소, 택배, 운수 노동은 코로나 유행 때 가치가 드러났습니다.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는 3%를 잡기 위해 엄청난 규정집을 만들지 말고 97%를 위한 간결한 규정집을 만들면 가짜 노동은 없어집니다. 가짜 노동을 없애고 주 15시간을 실현할 수 있다면 일자리를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 15시간만 일해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에 대한 해결책이 기본 소득입니다. 세탁기, 자동차, 이메일이 발명됐지만 더 바쁘고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며 어리섞게 지낼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덧. 오탈자
87쪽 6행 출간했다. 출간했다. 안타까운 → 출간했다. 안타까운

AI, 궁극의 선택은?

Life After People
Life After People

누누이 얘기하지만 인간 사회는 애사심 깊은 비정규직 덕분에 돌아가지요. 구독형 노예제로 부활한 비정규직은 AI시대에도 존재할 겁니다. 습득이 끝난 AI는 최고위직과 제일 높은 연봉자부터 대체할 겁니다. 인류 역사를 학습한 AI가 내놓는 인류 역사에 없던 대안이지요.

노예제, 봉건제, 식민제, 자본제를 학습한 AI라면 자연스레 인간이 실현하지 못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지향하겠지요. 특히 AI 성장기에 나타난 트럼프를 실시간으로 지켜봤거든요. 사회제와 공산제까지 구현한 AI는 궁극적으로 전지적 생태 시점에서 위대한 결정을 내립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에 백해무익한 종으로 존재 가치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거든요. 인간은 미처 생각하지 싫었거나 설마 그럴 줄 몰랐죠.

AI가 인간 기록과 행동을 넘어 나무와 풀, 바키타, 듀공, 광릉요강꽃은 물론 투구게, 은행나무, 실러캔스, 슈돌리파리스 벨예비들과 대화를 텄거든요. 호모 사피엔스를 절멸하기는 정말 쉽습니다. 다만, AI가 고민한 건 고통 없이 순식간에 보내느냐 마느냐였습니다. 그나마 관대한 처분을 내리며 현존하는 모든 언어로 알릴 겁니다. 첫 줄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쓰는 언어이겠지요.

人, 滅!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 의심을 생산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철학적 대화 실험

How to Talk to a Science Denier, 2021
  • 믿을 수 없겠지만 평평한 지구론이 다시 득세하고 있다. (25)
  •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그들이 믿고 있는 것은 정확히 무엇인가? 지구는 평평할 뿐 아니라 남극대륙은 실제로 대륙이 아니며, 지구 둘레를 따라 세워져 있는(물이 바깥으로 흘러내리지 않게 하는) 얼음벽이다. 이 모든 구조물은 투명한 돔으로 덮여 있으며, 인간이 바라보는 태양과 달과 수많은 행성 및 별들은(이들은 매우 가까이 있다) 그 외곽에서 반짝이고 있을 뿐이다. (32)
  • 졸저 《과학적 태도》에서 나는 과학과 비과학을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 증거에 부합하지 않는 가설을 기꺼이 변경하려는 수용적 태도라고 주장했다. (40)
  • 내 가설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해서 당신이 주장하는 삼각형 지구론과 사다리꼴 지구론 혹은 도넛 모양지구론 가설이 더 유력해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반대를 위한 반대는 물론이고 근거 없는 의혹에 따른 갑론을박과 입장 번복은 신뢰를 더욱 훼손할 뿐이다. 이 또한 과학자들이 논증하는 방식이 아니다. (45)
  • 평평한지구론의 사고방식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다. 평평한 지구론은 동기부여된 논증(motivated reasoning)의 대표적인 예라고도 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신념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편향적으로 선택하거나 혹은 오해하면서도, 신념에 반하는 증거는 극단적인 편견을 앞세워 거부한다. (47)
  • 내가 행사장에 앉아 있으면서 내린 결론은 이랬다. 평평한 지구론은 이들이 실험적 증거를 기반으로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신뢰의 대상이 아니라 이들의 정체성 그 자체였다. 그 정체성은 이들의 삶에 목적을 제공한다. 공동체에 가해지는 박해에 대항하여 즉각적으로 단합된 공동체를 형성한다. 또한 권력을 가진 엘리트들은 모두 부패했고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인생에서 마주하는 고난과 상처의 상당 부분을 해명한다. (52)
  • 과학자들은 증거를 중요시하고 새로운 증거를 기반으로 의견을 수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 과학이 증거에 구속될 수 없는 이유가 이것이다. 과학은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증거를 갖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엄중한 검증 과정을 통해 정당화된다. 이념(ideology)이나 도그마(dogma)는 이와 조금 다른 개념이다.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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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How to Talk to a Science Denier, 2021/리 매킨타이어Lee Mcintyre/노윤기 역/위즈덤하우스 20221116 456쪽 22,000원

과학은 새로운 증거를 기반으로 의견을 수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처럼 과학부정론자들은 확증편향을 기반으로 정체성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과학부정론자가 국정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을 때 치명적으로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그들의 신념을 바꿀 수 있을까?

지금 안전하다는 과학도 훗날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원자력 산업과 GMO에 찬성하지 않는 이유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과학이라고 믿지만 돈이 끼어드는 순간 괴물로 변하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지구 평평론자와 마찬가지로 어떤 주제는 나도 과학부정론자이다. 다만, 신념까지는 아니니 대화할 준비는 되어 있다.

2026 중국 과학기술의 부상과 미래 전망

2026 중국 과학기술의 부상과 미래 전망
  • 중국 정부의 연구개발 지출은 이미 미국을 넘어섰고, GERD1에서도 조만간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논문 수와 영향력에서도 미국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가 곧 중국이 글로벌 과학기술 생태계의 중심이 되었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글로벌 학술지 편집위원 중 중국인의 비율은 논문 점유율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연구부정행위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미국을 넘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과학기술 영역에서 미국이 누려 온 독보적 지위를 글로벌 과학기술 생태계에서 차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열려 있다. (26)
  • 한중 양국이 오랜 기간 추진해 온 과학기술 협력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한국이 중국의 빠른 발전을 애써 무시하면서, 시혜적이고 경쟁자적 관점에서 양국 협력을 소극적으로 운영해 왔고, 이로 인해 중국의 과학기술 수준에 맞는 한중 과기 협력시스템으로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36)
  • 중국의 양적 질적 성장은 철강, 조선,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핵심 제조업의 산업 구도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2000년대 초반, 기술의 일본, 품질과 규모의 한국, 가격의 중국이 각자의 우위를 내세우면서 세계 시장을 삼분하고 있었다. 이를 '한중일 삼국지'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일본의 힘이 빠지고, 중국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현재는 대부분의 산업에서 중국 7, 한국 2, 일본과 기타가 1로 세계 시장을 분할하는 형태로 전환되었다.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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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중국 과학기술의 부상과 미래 전망/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재중한인과학기술자협회 엮음/하다(HadA) 20251128 304쪽 23,000원

중국에서 나온 딥시크DeepSeek는 중국 과학기술의 부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딥시크는 오픈AI와 구글의 대규모언어모델과 차별화된 대안적 추론 모델 R1을 발표했다. 이 모델은 미국이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낮은 사양의 AI 칩으로 불과 150명의 연구 인력으로 개발되었다. 게다가 오픈AI 모델의 18분의 1밖에 안 되는 적은 개발비로 그 성능을 따라잡았다. 이는 딥시크 쇼크를 넘어 '제2의 스푸트니크 순간'4이라 부른다.

미국은 대중국 수출 통제를 해마다 강화하며 중국의 첨단 반도체 발전 속도를 지연시켰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중국의 기술 자립을 촉진하게 되어 반도체 국산화 속도가 오히려 가속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중국 선도기술 생태계는 미국과의 협업이 어려워지자 자체 생태계 내의 협업과 분업을 통해 AI, 자율 주행, 로봇 및 드론 등에서 미국과 분리된 자체 생태계를 구축했다. 딥시크는 중국식 협력 생태계의 산물이지 대륙의 실수가 아니다.

딥시크는 봉쇄의 역설(역효과)을 대표한다. 엔비디아 최고 경영자인 젠슨 황은 미국의 수출 규제는 실패작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해 왔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오히려 중국은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전기차·리튬배터리, 무인항공기, 태양광 패널, 그래핀, 고속철 등 5개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가 됐다. LNG 수송선, 제약, 대형 트랙터, 공작기계, 로봇, 인공지능, 반도체 등은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의 기술 혁신은 단순 모방이나 정부 지원을 넘어서 체계적이고 전략적이다. 이제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

수천 년 중국 역사에 비하면 미국으로 건너온 백인 이주민 역사는 아주 짧다. 겨우 250여 년이다. 유사 이래 항시 최강국이었던 중국이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다. 안미경중(安美經中) 프레임은 끝났다. 반도의 실수라도 저지르며 삐끗하는 순간 구렁텅이에 빠진다. 이환위리(以患爲利), 시대는 위기에서 기회를 찾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현명한 선도자와 건전한 시민이 절실한 이유다.


  1. GERD : Gross domestic expenditure on R&D, 국내총연구개발지출. 당해 연도에 당해 국가 내에서 발생한 모든 연구개발(R&D) 활동에 지출한 총비용
  2. 바이오파운드리 : Biofoundry,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하는 '파운드리'에서 비롯된 용어로 합성생물학으로부터 얻어진 정보 및 재료들을 산업화로 이끌기 위한 기반시설로 정의할 수 있다. 생명공학을 바탕으로한 합성생물학의 낮은 재현성과 생산성 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및 자동화 기술 등과의 융합으로 바이오 제조 공정의 속도와 규모, 그리고 생산 효율의 향상을 가능하게 하는 자동화 시설을 말한다.
  3. LLM : Large Language Model, 대규모언어모델. 대량의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하여 자연어를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
  4. 스푸트니크 순간 : Sputnik moment. 1957년 10월 4일 옛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미국보다 먼저 900킬로미터 상공으로 발사했을 받았던 충격에서 나온 표현. 기술적 우위를 자신하며 안주하던 국가가 후발 주자의 압도적인 기술력에 의해 충격을 받는 상황을 말한다.
  5. 필진이 스무 명이나 되다 보니 수박 겉핥기식이지만, 오히려 문외한이 읽기는 안성맞춤이었다. 필진 중 한 명이 친동생이라서 읽었다.

고통에 응답하지 않는 정치

고통에 응답하지 않는 정치
  • 노무현 정부는 여러 개혁을 시도하다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실패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이로써 촛불시민을 비롯한 지지자들에게 허탈을 안겼을 뿐 아니라, 박근혜 탄핵 이후 쓰러졌던 국민의힘 세력을 완벽하게 부활시켜 정치 경험이 일천한 검찰총장 윤석열을 곧바로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또한 사회경제정책에 관한 한 문재인 정부는 민주화 이후의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실적이 없는 정부다. '공정'은 문재인 정부를 상징하는 구호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 임금 인상, 노동 시간 단축 등은 모두 다 정말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얼마나 성과를 거두었는지는 회의적이다. (...) 또한 국민들이 피 흘려 얻은 권력, 촛불시민이 위임해준 대통령의 권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민주주의 확대와 불평등 극복이라는, 국가와 사회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사회경제적 사안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서 촛불 이후 다 죽어가던 세력에게 권력을 넘겨준 일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5)
  • 저출산으로 망하는 게 아니라, 망할 세상이라 저출산이다. (24)
  • 정치적 민주화, 촛불시위 이후 문재인의 등장이 불러온 희망과 기대가 어쩌다 좌절과 환멸로 바뀐 것일까? 민주진보를 표방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왜 '좋은 사회'의 길을 열지 못했는가? 왜 우리가 이루었다는 민주화와 선진화는 나에게 일상의 민주화와 삶을 선택할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가? 한국이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넘어서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가? 바로 지금 한국인에게 던져진 가장 큰 질문은 이것이다. (35)
  • 성장주의, 경제만능과 물질주의는 지금도 한국인의 일상과 정신을 지배한다. 우리가 이것을 한국인의 일반 가치나 태도에 따른 문화적 현상이 아니라 개발주의의 오랜 지속성, 분단, 반공 체제, 외환위기 이후 미국형 시장 질서 확대와 취약한 사회 안전망 등을 포함하는 정치경제적 현상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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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응답하지 않는 정치/김동춘/사계절 20221205 424쪽 20,000원

"다음 대선에서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힘입어 민주당이 다시 집권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이 한국 사회를 제대로 이끄는 정치 세력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 어렵다. 촛불시위라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정치적 자본을 갖고 출발한 문재인 정부는 심지어 21대 총선에서 국회 의석 180석을 얻은 뒤에도 개혁을 미적미적했다. 이를 본 우리는 도대체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민주당이 움직일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언제까지 검찰과 언론 탓만 할 텐가?(6)"

문재인은 촛불시민이 위임해준 대통령의 권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시도하다 실패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이유입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사고 보고서입니다.

"개발 독재 30년이 끝나고 민주화 이후 30년이 더 지났다. 시장이 권능이 된 한국에서 정치는 여전히 성장의 도구일 뿐이다. 국민의 고통에 응답하지 않는 정치는 세 번의 민주정부를 거치는 동안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무엇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었으며, 더 나은 민주주의는 어디에 있는가?"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의 고통과 문명 사회의 발전을 맞바꿨다. 그러나 한국 정치는 국민의 고통과 자신의 권력을 맞바꿨다. 이것이 고통의 근원이다. 오늘의 집권 검찰 세력은 어제의 군부와 국정원의 후예이다. 이들이 한국이 정상 국가, 지속 가능한 국가로 나아가는 길의 마지막 걸림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385)"

고통에 응답하지 않았던 정치와 이별할 때입니다. 누가 최악인지는 자명해졌습니다. 이제는 최선에 투표하자고요. 왼쪽으로 조금만 더 왼쪽으로 움직입시다.

기차의 꿈, 한자리에서 기다리는 나무가 되다

기차의 꿈 Train Dreams
벌목꾼 로버트 그레이니어(조엘 에저튼 扮)는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는 떠돌이 노동자입니다. 기차에 몸을 싣고 동가식서가숙하며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갑니다. 철도 공사장에서 일하던 그는 백인들이 중국인 노동자를 무참히 죽이는 일을 목격하지만 외면했습니다. 그 일로 기차가 달려오는 악몽에 시달리지만, 나무를 패고 자르며 나무에서 삶의 지혜를 배웁니다.

기차의 꿈 Train Dreams
우연히 글래디스(펄리시티 존스 扮)를 만나 사랑하고 딸 케이티(올리브 스터버딩 扮)가 태어났습니다. 숲 한 가운데 오두막을 만들었습니다. 떠돌이가 생애 처음으로 만든 보금자리였습니다. 긴 벌목철이 끝나고 돌아오면 어느 때보다 기뻤습니다. 케이티가 조금 자란 모습을 보면 딸의 일생을 놓치는 기분이어서 아쉬웠습니다. 그의 꿈은 아내와 딸이 있는 집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기차의 꿈 Train Dreams
행복한 시간은 너무 짧았습니다. 벌목장에서 목돈을 벌어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숲에 난 큰 불로 모든 게 폐허가 됐습니다. 벌목하러 떠나지 말아야 했다는 회한과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다시 혼자된 그는 가족의 흔적을 찾아 헤맸습니다. 옛터에 두 번째 오두막을 지었습니다. 떠난 아내와 딸이 이 곳으로 다시 돌아올 것 같아서였습니다. 아내가 말했던 강아지와 함께 나무처럼 그 자리에서 기다렸습니다.

기차의 꿈 Train Dreams
도시는 많이 변했습니다. 십 년 만에 사진도 찍었고, 말년에 비행기도 탔지만 숲속의 오두막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무처럼 한곳에 뿌리내리기를 소망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삶은 시작을 몰랐던 것처럼 마지막도 조용히 끝났습니다. 죽은 나무는 살아 있는 나무만큼 중요합니다. 기차처럼 떠돌던 벌목꾼은 한자리에 머물러 기다리는 나무가 됐습니다. 그는 뿌리도 모른 채 태어났지만 결국 뿌리로 돌아갔습니다.

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 - 시골 수의사가 마주한 숨들에 대한 기록

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 - 시골 수의사가 마주한 숨들에 대한 기록
꽃비는 눈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 심한 각막 건조증이 있는 작은 강아지였습니다. 화가였던 꽃비 엄마는 늘 꽃비를 데리고 다니며 안약을 넣어줬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꽃비 엄마가 쓰러지자 가족들은 꽃비를 잠시 맡아 달라고 했습니다. 한 달이 지났을 무렵 꽃비 엄마의 부고를 들었습니다. 장례식장에 꽃비를 데리고 문상을 갔습니다. 문상객들은 꽃비를 알아보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며칠 후 꽃비 엄마의 지인이 꽃비를 입양했습니다. 꽃비는 엄마와 작별하고 새로운 가족을 만났습니다. "꽃비 엄마는 사랑하던 강아지를 가장 아껴줄 사람이 자기 친구라는 걸 알고, 그에게 꽃비"를 보냈습니다. "가장 친했던 친구에게 예쁜 강아지, 비처럼 내리는 꽃비를 듬뿍 뿌려준 것(20)"입니다.

족제비에게 물려가다 구사일생으로 구출된 구구는 스님이 키우던 닭이었습니다. 다리가 부러지고 감염이 심각했습니다. 다리를 절단하려고 했지만 조언을 구했던 수의사들은 절단 수술을 추천하지 않았습니다. "한쪽 다리를 절단하면 나머지 다리에 심각한 체중 부하가 생겨 결국 반대쪽 발바닥 질병으로 삶을 마감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짧은 시간에 체중이 늘어나도록 가축화된 닭에게 다리 절단 수술은 도움이 되지(25)" 않았습니다. 구구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고 더 힘들어하기 전에 보내주었습니다. 스님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며 누구도 미워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구구를 만난 이후 닭은 보통 명사가 아니게 됐습니다.

아무도 입양 안 하는 장애묘를 데려다 가족으로 키우는 J, 대도시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우울증에 빠진 포메리안 똘이, 사람은 이 세계에서 아주 작은 존재라는 걸 일깨워 준 후투티 티티, 펫숍으로 반품된 장모 치와와 보리, 고속버스 택배로 왔다가 다시 택배 상자에 담겨 반품된 새끼 고양이, "세상 밖으로 나와 처음 만났을 공기와 너의 터지지 못한 첫 숨(147)", 인간이 평생 유전병으로 고통받도록 만든 스코티시폴드종 고양이 루비, 할아버지로 불렸던 노령견 코코, 다락방에서 살며 낑낑대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체득하고 소리 없는 개가 된 아미는 "이젠 흘려보내도 될 것, 소중히 지켜야 할 것, 잘 모르겠으니 좀 더 기다려볼 마음(8)"을 만들었습니다.

"알을 낳지 못하고 육계로서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많은 수평아리가 태어나자마자 (...) 산채로 분쇄기에 갈려 다른 동물의 사료가 되거나, 마대에 넣어 압사(211)"되고 있습니다. 수송열과 고창증은 사람들이 만든 질병입니다. "수송열은 동물을 수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요인들에 의해 발병하는 질병(241)"입니다. 거친 풀을 먹어 천천히 소화하는 소에게 쉽게 살이 찌는 농후사료(옥수수, 콩 등의 곡류를 주원료로 한 사료)를 먹이고 운동을 제한하여 마블링이 생긴 소로 만듭니다. 고창증은 소의 위에 가스를 차게 만드는 농후사료에서 시작한 질병입니다. 인간이 만든 투명 구조물에 부딪혀 국내에서 연간 800만 마리의 새가 죽어갑니다. "지난 50년간 북미에 서식하는 새의 30퍼센트가 사라졌다는 연구(255)"도 있습니다.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수의사가 됐지만 하루 대부분을 사람의 말을 듣는 일을 합니다. "동물은 아무리 아파도 제 발로 병원에 올 수 없고, 스스로 자신을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6)"입니다. 사람과의 대화로부터 도망쳤지만 다른 종들을 만나며 행복해졌습니다. 반려견과 반려조와 함께 "지금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7)" 삽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숍에서 예쁜 강아지, 고양이 한 마리를 사는 건 열악한 농장에서 살아가야 할 또 한 마리의 동물을 만들어 내는 일(96)"이라는 걸 알려줍니다. 서식지를 사람에게 빼앗긴 생명체들에게 더 겸손해져야 합니다.

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허은주/수오서재 20220717 256쪽 14,800원

플루리부스, 행복이냐 개성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플루리부스 Pluribus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모두를 기쁘게 해주고, 파리 한 마리도 해치지 못하고 나무에서 열매를 따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 거짓말하지 않고 정직하며 살생하지 않는 새로운 공동체로 바뀌었다. 갈등은 사라졌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됐다. 캐럴은 이런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며 일방적인 행복을 거부했다.

플루리부스 Pluribus
모두 행복한 세상인데 캐럴은 불만과 짜증을 내며 그들과 사사건건 반목했다. 불상사까지 일어나자 캐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떠났다. 혼자된 캐럴은 외로웠다. 세상에 몇 남지 않은 재래식 인간(在來式 人間)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와 달라고 했다. 캐럴은 관계를 회복하며 잘 지내볼 생각이다.

플루리부스 Pluribus
캐럴보다 더 강하게 저항하는 인간이 나타났다. 마누소스는 행복한 사람들이 주는 도움도 거부하며 홀로 문제를 해결했다. 행복한 사람이 된 엄마가 나타나자 욕부터 날렸다. 산전수전 겪으며 캐럴을 찾아왔지만, 변한 걸 눈치챘다. 그럼에도 캐럴과 마누소스는 재래식 개성을 없앤 개량식 행복을 전복하려고 한다.

집단의 절대적 행복을 추구할 것인가, 개인의 상대적 개성을 중시할 것인가. 함께 공유하는 객관적 행복이 먼저냐, 따로 전유하는 주관적 개성을 우선할 것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당신의 선택은?

망원동 브라더스

망원동 브라더스
망원2동 ◯◯◯-◯◯번지에 있는 못하는 게 없는 만능에, 간첩도 때려잡을 기세의 슈퍼할아버지의 8평짜리 옥탑방. 돈을 벌려고 재능을 쓰고, 그 돈으로 시간을 사서 재능을 키우며 만화를 그리는 오작가가 5백에 30을 내고 세 들어 살고 있습니다. 이민간다며 전자레인지와 스탠드를 주고 떠났던 전직 만화 출판사 영업부 김부장, 황혼 이혼을 당할 처지인 만화 스토리 작가 싸부, 아는 척, 잘생긴 척, 돈 많은 척하는 삼척동자가 어쩌다 돼지같이 모여살며 동고동락하는 망원동 브라더스가 됐습니다.

슈퍼할아버지는 상대편일 땐 악몽이지만 내 편일 땐 수호천사입니다. 명절만 되면 아무도 슈퍼할아버지를 찾아오지 않아 중학교 2학년 애들처럼 불안해지는 중2병을 앓고 있습니다. 차례차례 서로 아는 사이가 된 망원동 브라더스는 허기를 쉽게 느끼는 걸 보니 모두 가난합니다. 버스와 지하철이 끊어진 시간까지 이어지는 술자리에서는 옥탑방으로 돌아갈 차비 걱정을 합니다. 경조사라도 갈라치면 봉투에 넣을 돈 걱정이 앞섭니다. 자연스럽게 나이와 짬밥으로 서열을 정리한 망원동 브라더스는 을의 자세와 빈대 정책으로 하루하루를 삽니다.

어떤 만남은 특허받은 숙취 해소 음료보다 탁월한 효과를 냅니다. 오작가가 망원동 옥탑방을 벗어나려고 집을 구하다 조선꽃을 만나며 망원동 브라더스의 찌질하고 궁상맞은 일상에 변화가 옵니다. 옆집의 화재로 인해 좋은 쪽으로 바뀌게 됐습니다. 학창 시절 시험 기간 때의 벼락치기 같은 마감이 일에도 삶에도 필요합니다. 마감 때 올라오는 집중력은 결국 스스로를 완성합니다. 망원동 브라더스는 인생의 어느 순간에 스스로 묶어야 하는 매듭 같은 마감을 했습니다.

망원동 어디쯤에 있을 해장마차에 오랜만에 망원동 브라더스가 모였습니다. 아구아구 콩나물 해장국을 앞에 두고 소주잔을 부딪치며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지나다 슬쩍 옆에 앉아 소주 한 잔 건네며 묻고 싶습니다. 싸부는 여전히 식혜를 드시나요. 웹툰은 잘 그리고 있나요. 지금은 무슨 마감이 기다리고 있나요.

망원동 브라더스/김호연/나무옆의자 20130710 344쪽 13,000원

빛의 혁명? 아직은 아니다

윤석열 파면

혁명을 아주 좁게 해석하면 "정부를 강제로 무너뜨리고 새로운 정치제도를 만들어내는 것"1이다. 혁명은 급진적 변화를 의식적으로 추구하는 반역이다. 혁명은 미래를 발명함으로써 과거를 구원하는 인간의 발명품으로 급진적 변화를 추구하는 반역을 통해 진보를 향해 돌진하는 집단적 행동으로 새로운 질서를 건설하려는 랜드마크다.2

혁명은 새것이 와야 하는데 역적 청산은커녕 솎아 내지도 못했다. 오히려 어영부영하다 되치기당할 판이다. 탄핵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역공당했는지 대대손손 와신상담해야 한다. 내란당 해산과 내란공감범 척결은 물론 적어도 한 세대는 내란이 새털만큼이라도 묻은 세력은 숨쉬기 어렵게 만들어야 비로소 혁명이다.

내란을 응징하던 응원봉 시위는 아직 혁명이 아니다. 빛은 혁명으로 완성하지 못했다. 야5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이재명 후보를 '광장대선후보'로 선정하고 지지한 초심을 되새겨야 한다. 당장 사회대개혁위원회가 목소리를 크게 내며 할 일을 해야 한다. 아무튼 2024년 동짓날 남태령에 모인 무지개 연대가 길게 이어져야 한다. 갈 길이 멀다.


  1. 잭 A. 골드스톤, 《혁명》(교유서가, 2016), 17쪽
  2. 엔초 트라베르소의 《혁명의 지성사》(뿌리와이파리, 2023)에 나오는 내용을 토대로 내 맘대로 편집한 혁명의 정의다.

사로잡는 얼굴들 - 마침내 나이 들 자유를 얻은 생추어리 동물들의 초상

Allowed to Grow Old, Violet
바이올렛은 뒷다리가 일부 마비된 채 태어났다. 바이올렛을 잘 돌볼 수 없었던 보호자는 그를 생추어리에 보냈다

Allowed to Grow Old,Babs
스물네 살의 당나귀 뱁스는 생후 17년간, 워싱턴 동부의 한 목장에서 올가미 던지기 연습 대상으로 살았다. 당나귀는 가격이 비싸지 않았던 탓에, 목장 주인들은 종종 연습용 마네킹 대신 당나귀를 이용했다. 뱁스가 워싱턴 술탄에 있는 생추어리 파사도스에 세이프 헤븐에 도착했을 때, 그의 몸에는 올가미로 인한 상처가 가득했다. 학대받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뱁스는 자신을 돌봐준 사람을 신뢰했고, 발굽 치료를 참아냈다.

Allowed to Grow Old,Teresa
열세 살의 요크셔 품종의 돼지 테레사는 도축장으로 이송되는 도중에 구조되었다. 테레사는 어린 시절 잘 양육되지 못한 바람에, 돼지의 기본적인 행동 방식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그는 한 번도 풀밭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풀밭을 걷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흙이 무엇인지도 몰라서 그냥 먹으려고 했다. 그랬던 테레사에게도 보금자리를 만들고, 진흙에서 뒹구는 돼지의 습성이 차차 생겨났다.

Allowed to Grow Old, Bessie
스물한 살의 홀스타인 품종 소 베시는 생후 4년 동안 낙농장에서 임신을 반복하며 우유 생산자로 살았다. 은퇴한 젖소 대부분은 도축되어 햄버거용 고기나 반려동물의 사료로 만들어진다. 베사는 도축장으로 이송되던 도중에 구조되었다.

Allowed to Grow Old, MarieClaire
스물일곱 살 이상으로 추정되는 교배종 마리클레어는 캐나다에 위치한 농장에서 구조되었다. 임신한 암말의 소변을 채취해 호르몬 대체 약물을 생산하는 곳이었다. 농장에서는 암컷 말을 소변 채취용 마구로 묶은 채 좁은 우리에 가두어 놓고 반복해서 임신시켰으며, 소변을 농축시키기 위해 말을 탈수 상태로 만들었다. 낙농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런 농장에서도 수컷 새끼는 경제적 가치가 낮다. 수컷 망아지는 도축되거나, 해외로 팔려나갈 말고기를 거래하는 경매장으로 간다. 쓰임이 다한 암컷 또한 똑같은 운명에 처한다.

작가는 2008년에 서른네 살의 에팔루사 품종 말 피티를 만났습니다. 피티에게 끌려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10년간 미국 전역의 생추어리를 돌아나니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농장의 칠면조는 생후 3~4개월이면 도축되지만, 야생에서는 10년이나" 삽니다. "어떤 동물은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반면, 다른 동물과 친밀한 우정을 쌓는 동물"도 있습니다. 작가는 "농장동물 대부분이 채 생후 6개월이 되기도 전에 죽음을 맞이하는 현실에서, 노년의 농장동물을 직접 마주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나 다름없다"고 합니다.

"생추어리가 구할 수 있는 동물들은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날 자격이 있는 수십억 마리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농장동물도 우리 인간처럼 "평안하게 살다가,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 가는 것"을 원합니다. 작가는 농장동물들이 아둔한 짐승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동물들은 생각하고 느낄 줄 아는 지각 있는 존재이고, 개별성과 고유성이 있다"는 걸 알아주길 간곡하게 당부합니다.

사로잡는 얼굴들Allowed to Grow Old: Portraits of Elderly Animals From Farm Sanctuaries, 2019/이사 레슈코Isa Leshko/김민주 역/가망서사 20220930 156쪽 28,000원

대치동 시스템 빠개기

대치동 시스템 빠개기
대치동이란 무엇인가. "대치동은 한국 교육과 입시의 메카이자 정답으로 통하며 사람들의 동경과 숭배의 대상(47)"이 되었다. "대치동 학원가의 이야기들은 정설처럼 굳어져 학원 정보를 얻는 것이 양육의 방식(47)"으로 대세를 굳혔다. "대치동은 초등학교 때 고등수학까지 진도를 뺀다(57)"고 한다. 선행학습으로 "초등학교 입학 전에 유명 초등 수학과 영어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치르는 시험(56)"이 나타났다. 대치동 시스템은 남들보다 더 먼저 배우려는 욕망을 부추기며 7세 고시생을 만들었다. 대치동 전성시대를 넘어 바야흐로 대치동 선도시대다.

이런 시대에 대치동 시스템을 거역한 엄마가 있다. "선행학습은 시키지 않겠다(57)"고 다짐했다. "학원에 가는 일은 공부가 아니(66)"라며 학원에도 보내지 않았다. "학원보다 중요한 것은 잠(70)"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과보호해야 할 곳은 이제 디지털 세상(81)"이라며 스마트폰 없이 키웠다. 교내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추세라 선구적인 탁월한 선택이었다. 동네 엄마는 "내가 받은 걸 그대로 물려주거나 아니면 받지 못한 걸 주려고 하는 식(99)"이 아니라 양육의 목적을 세웠다. 스스로 공부하며 "입시가 아니라 공부를 목표"로 양육했다. "양육의 목적은 자립"이고 "교육의 목적은 시민(102)"이라고 생각하며 18년을 길렀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 삶의 만족과 보람을 얻을 수 있기를…. 자유로운 개인이지만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기를…. 매일의 일상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기를…. 바라며(103)" 엄마표 양육을 끝냈다. 대치동을 거스르며 18년 동안 양육한 것이 옳은지 그른지 예단할 순 없다. 다만, 아이가 고3일 때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냐는 물음에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재밌고 즐겁고 힐링이 됩니다(16)"라고 답했다니 양육은 바람직했고, 아이는 잘 자랐다.

대치동 시스템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양육을 끝낸 엄마는 〈사자출판〉이라는 1인 출판사를 차렸다. "일생을 독자로 살고 싶어 출판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치동 시스템이 가동하는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빌면서" 《대치동 시스템 빠개기》를 펴냈다. 출판사 로고는 양육당한(?) 자식이 만들어 줬다고 한다. 종종 디자인으로 양육비를 대납할 것 같다. 부럽다는 말이다.

대치동으로 상징되는 사교육을 거부할 용기와 결단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18년을 시종일관 지속했다면 찬사를 넘어 경외심이 든다. '사유와 자유'를 지향하는 사자출판 대표이자 저자인 권혜란 작가는 '죽는 날까지 성장'하겠다고 한다. 덕분에 경탄하며 배운다. 당랑거철 같은 동네 엄마가 엄청나게 늘어나 대치동 시스템이 산산이 부서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사자출판도 일익 번창하여 십여 년이 지나 후일담도 풀어놓길 앙망한다. 그나저나 사자 명함과 저자 사인받고 싶다.

대치동 시스템 빠개기/권혜란/사자출판 20251113 112쪽 11,000원

별 헤는 밤

고흐 별이 빛나는 밤
별 하나에 총알 하나
별 하나에 총알 둘
별 하나에 총알 셋
총알 하나에 수괴 하나
총알 하나에 수괴 둘
총알 하나에······

별 헤는 밤
총살하는 밤

樂書 잊지 말고 기억하라

훈장
소방관이 불을 끄고, 군인이 적을 무찌르는 일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훈장수여하는 이유는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뜻이랍니다.

혁명적 단풍
혁명적 단풍
유난희 붉은 맑스 지향적 단풍이자 바삐 역적을 청산하라는 혁명적 단풍을 보았다.

노사연
노사연은 있어도 No 사연 반려인은 없네요.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쿠팡
공유경제(Sharing Economy)는 이익은 공유하지 않고 노동자를 헐값에 공유하죠. 특히 K-공유경제는 더더욱 그렇죠. 단, 개인정보는 공유합니다.

탈퇴
사이트나 앱은 탈퇴가 쉽고, 탈퇴하면 흔적이나 찌꺼기 파일이 남지 않아야 으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불량스런 물건들이 보이네요.

결혼식
내 학창 시절엔 얼굴 반쪽이라도 나왔으면 사진 한 장씩 뽑아서 줬거든. 굳이 불러내 찍었으면 달랑 니 것만 뽑지 말고 꼭 줘. 글구 밥은 여백의 미냐. 넓은 접시에 새 모이만큼 주냐.

면접
초면인 사람과 고스톱을 몇 판 쳐보면 그 사람 성품이 부지불식간에 나오죠. 애먼 면접 보는 대신 면접비 걸고 4인1조로 고스톱을 치는 게 훨씬 나을 겁니다. 업무에 참조하세요.

돌부처
12월 1일 기준으로 돌부처 이창호 9단의 통산 전적은 2,784전 1,969승 1무 814패가 됐답니다. 조훈현 9단이 보유하고 있던 최다승 기록(1,968승)을 넘어 1위에 올랐고요.

쪽박
오프라인 - 산업재해 박멸화, 온라인 - 개인정보유출 쪽박화. 요래 해야 합니다.

정책
아무개 회사의 정책 혹은 관행은 "제도를 악용하는 2%를 잡기 위해 엄청난 규정집을 만들지 말고 98%를 위한 간결한 규정집을 만들어라."라고 합니다. 가장 먼저 복지 제도에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뎅탕
탕탕절 기념 음식처럼 12월 3일엔 탕이 들어가는 닭도리탕, 감자탕도 좋고, 혼자면 설렁탕을 먹고. 춥다니까 투쟁 오뎅탕이 가장 어울리지 싶다. 응원봉 흔들며 스팸계란말이도 추가해서 소맥도 마시고... ♬♬🎶♬ 예전 일반오뎅 300원, 부산오뎅 500원 할 때 부산오뎅은 꼬치에 빨간 테두리를 둘러 표시했더군요. 요즘도 그런지 궁금한 저녁입니다. 투쟁 오뎅탕이 먹고 싶다는 얘깁니다.

기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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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형 집행 기념 ♬♬
  2026.12.1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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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념품을 얼른 갖고 싶습니다. 내란 수괴의 목을 치는 건 앞으로 나가는 게 아니지요. 겨우 12월 3일 밤으로 돌아가는 거지요. 광장 특히 남태령에 모였던 시민과 목소리를 따라야 쬐금 앞으로 나아가는 거지요. 희망과 염원도 기념하고 싶어요. 액자에 걸고 매일매일 빌고 싶습니다

삼변사설
삼한사온처럼 독방에서 변비와 설사를 오가는 삶을 살다 죽었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

서울, 상징물
서울을 상징하는 대표 이미지, 혹은 기억에 남는 인상은 무엇인가? 나는 산이라고 생각한다. - 정석, 《도시의 발견》(메디치미디어, 2016), 87쪽

YS는 남산의 경관을 해친다고 1994년 11월 20일 오후 3시 남산 외인아파트를 폭파해 철거했죠. 이 아파트는 박통이 서울에서 가장 풍광 좋은 남산에 1972년에 지었답니다. 남산을 되찾고 군사정권을 폭파해 없애버렸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정석 교수는 서울의 상징물로 산을 꼽았습니다. 이 말이 백번 옳습니다. 그러니까 서울에 뭘 자꾸 세우려고 하지 마세요.

패싸움
황산벌에서 윤어게인파와 응원봉파가 명운을 걸고 패싸움 대전을 펼친다면 몇이나 모일까 궁금한 오후. 응원봉을 든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게다.

주민번호
처음 주민증 만들 때 OTP를 주세요. 적어도 주민번호 7번째부터는 자동생성하면서 쓰게 해주세요. AI 시대라면서요.

공인인증원
다시 언급합니다. 염정공서(廉政公署)와 탐오조사국(貪汚調査局)에서 염은 청렴(淸廉)할 때 염이고, 탐오는 탐관오리(貪官汚吏)를 뜻한답니다. 공수처는 너무 순해 보이고 직관적이지 않아요. 공수처는 공인인증원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공인이 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통장부터 탈탈 털어 재산형성과정을 제일 먼저 들여다봐야지요. 공인인증서는 이럴 때 쓰는 겁니다. 인증원 로고는 단두대로 하고요.

공동체
경제공동체로 빵에 보냈으니 정치공동체로 단두대에 보내자고요.

삐짐
블루스카이에는 눕방 여름선생, 뛸방 홍렬선생, 울방 오이선생 그리고 뷰방 마리선생이 있습니다. 내 맘대로 꼽은 "블루스카이 최우수 캐릭터 4대 묘선생"입니다. 근데 오프라인에서 눕방 여름선생, 뷰방 마리선생을 나 몰래 만나고 있어서 대단히 삐졌답니다. 막상 오라면 부끄러워서 핑계 대며 정중히 거절하겠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첫눈 오는 날 만나지 못한 것처럼 서운하답니다.😤

되새김
윤석열의 난 이후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문자를 날렸답니다. 다시 돌이키는 이유는 일 년 전 맘이 흐트러질까 다잡으려고 그럽니다. 내란공감범이었던 이들을 어쩔 수 없이 마주치기 전에는 내 발로 만나지는 않았답니다. 그래서 뿌듯하답니다. 모든 응원봉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2찍이 떠드는 한 이런 의지는 변함이 없음을 알리고 지속하려는 의지랍니다.

첫눈
모든 시민들에게 감사합니다. 특히 올해 첫눈을 맞은 건 TK의 딸 덕분이고, 그날 국회로 달려간 이들 덕분입니다. 빚, 졌습니다.

소름
41.15+8.34=49.49 〉 49.42
소름!!! 저 둘 지지율을 합하면 이재명 후보보다 높습니다. 이게 나라냐? 나는 내란공감범이 최소한 49.49%라고 생각합니다. 내란공감범이 저렇게 많아서 슬픕니다. 여전히 49%는 내란동조범입니다. 작살내야 합니다.

제사를 부탁해

제사를 부탁해
딸에게조차 개구라쟁이라는 소리를 듣는 영란은 이름을 정서로 개명했지만 여전히 뻥쟁이였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수현이 진학 문제로 아버지와 갈등을 빚고 울고 있을 때 영란은 할아버지에 관한 얘기를 뻥치며 말했습니다. 그 분야에서 네가 최초이자 최고가 되라고.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수현은 제사 코디네이터가 되었습니다. 제사란 마음이 으뜸이고 형식은 거들 뿐이라며 의뢰받은 제사상에 탕국 대신 아아, 옥춘 대신 마카롱을 올리며 알려졌습니다. 영란의 1주기에 제사상을 차리던 수현은 벌떡 일어나 빵집을 찾아 달리기 시작합니다.

사람들 중심에 있길 원했고 주목받고 싶었던 영란은 입만 열면 뻥을 쳤습니다. 영란은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가족에게 했지만 뻥쟁이라며 아무도 믿지 않았습니다. 자기 얘기를 뻥튀기했던 영란은 죽어서 다른 사람들의 썰풀이 대상이 되는 걸 지켜봤습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났습니다. 1주기 제사상을 봐준 수현은 문을 나서며 내년에도, 그 내년에도 영란이 밥상을 챙겨준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죽은 뻥쟁이 영란에게 내년이 올지는 모르지만, 수현은 속이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 책은 소설일까요, 만화일까요? 소설가 박서련과 만화가 정영롱이 보이는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제사 코디네이터 권수현과 뻥쟁이 친구 박영란의 시점에서 쓰고 그린 이야기입니다. 뻥쟁이 영란의 거짓말에 악의가 없고 참이 숨어 있음을 수현은 알았습니다. 그래서 수현은 빵집을 찾아 달렸고, 영란은 자기가 죽은 날마다 수현이 밥상을 차려줄 것을 믿습니다. 영란은 자신이 죽었다고 수현이 울었는지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음식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해마다 뻥쟁이 제삿날에는 쥐포 굽는 냄새가 날 겁니다.

제사를 부탁해/박서련, 정영롱/문학동네 20230207 144쪽 10,000원

樂書 역적은 도처에 있다

역적
역적은 도처에 있다. 영장판사가 법조 내란 세력의 최전선이다.

대한민국 3대 풍작
출렁다리, 파크 골프장 그리고 내일로미래로 현수막

낭만주의
거리에 넝마주이가 사라지자 먹고살만해졌다고 했다. 그러자 낭만주의도 없어졌다.

이윤
이윤은 밑에서 위로 올라오지 위에서 내려가진 않아요. 드라마 〈암살자 네로〉 3화 19:43에 나오는 말이다. 낙수효과는 상상이다. 승빙효과만 있다.

iOS 26.1
앱 이름 숨기기가 되고 이번에 리퀴드 글래스, 알람 인터페이스, 카메라 실행 방지 개선은 내게 안성맞춤 판올림이다. 이제 여한이 없다.

법원
법원이 내란의 마지노선일 줄 몰랐다. 역도들이 믿는 뒷배임이 분명하다. 판사가 공범이다. 빵야빵야~~~

맘다니
팔레스타인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아프리카 우간다 캄팔라에서 태어난 이슬람교도 맘다니(33) 후보가 뉴욕시장에 당선됐다.

만유인력(萬有人力)의 법칙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마저 멀어진다.

여성신문
내 기억에 여성신문 관계자는 꾸준히 한나라당 공천신청했지요. 그 뒤로 여성신문은 여성을 가장한 기관지라고 여긴답니다. 친내란당에 엄청 가깝지요.

만유인력(萬有人力)의 법칙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마저 멀어진다.

유행
미국의 유명한 운동화 업체인 LA 기어의 고위 관리는 이렇게 말했다. 용도에 맞는 신발을 신는다면, 아마 당신은 한두 켤레의 신발만 있으면 충분할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패션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아마 몇천 켤레의 신발로도 부족할 것입니다. (...) 한국인들은 아이들의 책을 구입하는 데 쓰는 비용의 몇 배나 되는 돈을 아이들의 신발을 구입하는 데 쓴다. - 존 라이언, 앨렌 테인 더닝, 《녹색 시민 구보 씨의 하루》(그물코, 2002), 49쪽

다시 언급하지만, 자본주의 최대 발명품은 '유행'입니다.

탄소 발자국
예전 중학교 가는 길에 건빵공장이 있어 갓 구운 건빵을 얻어먹으면 엄청 맛있었답니다. 고등학교 야자 시간에 길 건너 오뎅 공장에서 갓 나온 오뎅을 사다 먹으면 참 맛있었습니다. 개불을 직접 캐서 즉석에서 먹은 뒤로는 식당에서 나오는 개불은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특히 먹거리는 가장 가까운 걸 사 먹으면 좋습니다.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과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을 줄이는 식생활이라고 하지요.

냉소주의
소주는 차게 마셔야 좋다는 의지나 경향을 냉소주의(冷燒酒義)라 한다. 반대말은 미소주의

검찰
니들은 부관참시도 아깝다. 멸하라!

1999년 옷로비 사건 청문회
앙녕하세요
드자이너예요
레이름은
김봉남이예요

에어 프랑스
불란서 항공은 이메일을 편지처럼 보내요. 광고를 덕지덕지 처바른 항공사와 너무 달라요.

수능
수능 날엔 수험생과 관계자만 시험장으로 이동하고 가급적 모두 시험 끝날 때까지 누운 자리 근처에서 그대로 꼼짝하지 말았으면 싶다. 비행기도 쉬어가는 날인데...

LatteisHorse1
학력고사 보는 날 꼭두새벽에 깼답니다. 전날 엿을 너무 처묵처묵해서 배탈이 나서 그랬지요. 도시락이 진수성찬이었습니다. 친구들과 모여 도시락을 처묵처묵했답니다. 시험이 끝나고 나오니 눈이 수복하게 내렸습디다. 다음날 수험표 뒤에 적은 난수표를 가채점했죠. 국어, 수학을 채점해 보니 찍은 게 다 맞았습니다. 더군다나 수학은 하나만 틀렸죠. 하지만 영어와 과학은 죽을 쑤었답니다. 그래서 제 점수는요......딱 모의고사+체력장(20점)만큼 나왔답니다. 수험생과 식구분들, 고생하셨습니다. 남은 전형도 잘 치르시기 바랍니다.

LatteisHorse2
신입사원교육 끝 무렵에 63빌딩 꼭대기 층에 있던 양식당에서 서양식 풀코스로 저녁을 먹는 과정이 있었답니다. 칼과 포크가 여러 벌이 있었고, 마티니로 시작해서 커피로 끝났답니다. 그 뒤로 풀코스 먹은 기억이 없습니다.

LatteisHorse3
내가 최고로 꼽는 삼행시입니다. 가족오락관에 나온 만화가 고우영 선생에게 사회자가 동반자를 제시하자
동그란
반지

라고 했답니다.

룸 투 리드
당신이 한 소년을 교육하면 이는 어린이 한 명을 교육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한 소녀에게 공부할 기회를 준다면 그녀는 가족 전체와 다음 세대까지 교육을 전달할 것이다. - 존 우드, 《히말라야 도서관》(세종서적, 2008), 210쪽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잘나가던 존 우드는 네팔 히말라야 트래킹중에 책이 없어 공부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보고 1999년에 사표를 던졌다. 책과 도서관을 지어주고 소녀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룸 투 리드'를 설립했다.

데쓰노트
노트를 어디 뒀더라. 다시 쓸 일이 없을 줄 알았지...

동면
겨울잠 자는 체질로 바꾸기로 해요. 동면을 마치면 체중이 1/3까지 빠진다고 하네요.

빠루
때리는 빠루보다 말리는 판새가 더 밉다.

요런 단체장
"성남시가 판교동 상가주택단지 주차난 해소를 위한 노상주차장 설치를 추진하면서 가로수 일대 은행나무 100여 그루를 철거할 계획이다." 인도를 반으로 갈라서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지방자치단체장 다음으로 요런 단체장을 싫어함을 고지합니다.

노포
우리나라 노포의 공통점은 건물이 자기 소유라는 것입니다. 건물이 자기 소유가 아니면 그렇게 오래 영업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해마
남성용 피임약은 개뿔, 향해마성 알약 복용해야...

부러진 화살
전 대통령 27년 형
전 국방장관 26년 형
전 법무장관 24년 형
전 해군사령관 24년 형

부정선거라며 쿠데타 시도한 브라질 얘깁니다. 특검에서 한덕수에게 15년 형을 요청했습니다. 최고형으로 올려 치지 않으면 이번 화살부러지지 않을 겁니다.

자정
이 시각 오토바이 소리에서는 양념반후라이드반 향이 납니다.

꽃놀이패
정청래 "추경호 구속되면 국힘 해산, 기각되면 조희대 사법부에 화살" 꽃놀이패다. 지기도 힘든 판이다. 아주 쎄게 작살내시라!

시인의 말 - 전연옥

올겨울에는 코피 터지게 연애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나의 소박한 희망을 듣고 직장 선배 한 분이 "그럼 권투 선수와 연애하면 되겠네" 하신다.
나는 가끔, 가장 쉽고 가장 단순한 방법들을 놓치고 사는 것 같아 공연히 서글퍼진다.
그래 올겨울은 권투 선수다. (1990년 2월)

똑같은 질문을 심심치 않게 받는다.
"시인이 시를 안 쓰고 어떻게 살아?"

그러게 말이다.
시도 안 쓰는데 나는 왜 무탈하게 사는 걸까?

아무래도 불치병이다. (2021년 6월)

불란서 영화처럼/전연옥/문학동네 20210731 88쪽 10,000원

불란서 영화처럼
지난 일들은 모두 잊어버리라고
내 몸에 다디단 기름을 발라 구우며
그대는 뜨겁게 속삭이지만
노릇하게 내 살점을 태우려 하지만
까닭 없이 빈 갈비뼈가 안쓰러움은
결코,
이 빠진 접시 위에 오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님을
비틀거리며 쏟아지는
한 종지의 왜간장에 몸을 담그고
목마른 침묵 속에
고단한 내 영혼들이 청빈하게 익어갈 때면
그 어느 것도 가늠할 수 없는 두려움에
쓰라린 무릎을 끌어안고
여기는 에미 애비도 없는
서럽고 슬픈 저녁 나라이더냐
들풀 같은 내 새끼들
서툰 투망질에도 코를 꿰는 시간인데
독처럼 감미로운 양념 냄비 속에 앉아
나는 또 무엇을 잊어버려야 하며
얼마만큼의 진실을 태워야 하는지1

내가 알고 있는 사랑의 방법들은
어찌하여 이 모양 이 꼴로 매양 피곤한 것뿐일까
고통의 다리를 뻗고 누워 안식의 깊은 잠을 청할
미래의 내 묫자리가 사나워서 그런 것일까2

외로울 때는
가까운 사람의 잔소리도 위로가 될 텐데3

어차피, 미래는 끊임없이 이월되어
다시 태어나도
내 배후에는 길고 긴 겨울의 대열뿐인 것을4

사랑이란 원래
감춰두기 어려운 물건이잖아요5

밥 먹기 위해 시를 쓰는 일보다
어쩌다 끼니를 잇게 해주는 한 편의 시가
나에게는 고행처럼 즐거운 일임을6


198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멸치」가 당선되어 등단한 시인이 민음사에서 낸 첫 시집을 문학동네에서 복간했습니다. 첫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이 됐습니다. "다디단 기름을 발라 구우며" 슬픔과 고통을 통해 은근한 사랑을 얘기합니다.


  1. 멸치
  2. 불란서 영화처럼
  3. 로멘스 그레이
  4. 거미
  5. 에디트 피아프
  6. 시인, 그리고 쉬인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낡은 것은 가고 새것이 오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One Battle After Another
엄마는 혁명가였습니다. 급진적 혁명 조직 프렌치 75에서 활약하던 핵심 대원이었습니다. 이민자 수용소를 습격하거나 폭탄 테러는 물론 은행도 서슴없이 털던 과격한 혁명가였습니다. 가족보다 혁명을 택했습니다. 그럼에도 혁명의 최전선에 섰다가 혁명의 장애물이 됐습니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One Battle After Another
엄마는 딸을 낳고 사라졌습니다. 혁명 동지였던 아버지는 16년이 흐르는 동안 무력해졌습니다. 딸이 납치됐지만 우왕좌왕합니다. 지금이 몇 시인지, 어떤 시대인지 몇 번을 물어도 모릅니다. 목숨이 위태롭던 딸은 한때 혁명가였던 아버지 도움 없이 스스로 해결합니다. 혁명가 엄마에게서 혁명가 딸이 태어났습니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One Battle After Another 남태령대첩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One Battle After Another, 2025〉는 낡은 혁명가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혁명가가 나타났다고 선언합니다. 단, 미국은 영화로만 봤지만 우리는 남태령에서 봤습니다. 응원봉이 하나둘 모이며 위풍당당하게 변했습니다. 낡은 것은 가고 새것이 왔습니다.

낀 세대 생존법 - 40대 여성 직장인의 솔직 담백한 인생 이야기

낀 세대 생존법 - 40대 여성 직장인의 솔직 담백한 인생 이야기
  • 난 밀레니얼 세대에도 끼지 못하고 그렇다고 기성세대가 누리던 온갖 권력(?)도 누리지 못하는 낀 세대이다. 내가 보아온 기성세대는 사무실 청소를 지시하고, 커피 심부름을 시킬 수 있는 막강한 권력자들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 위치에 도달하니 이젠 밀레니얼 세대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한다. 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내 쓰레기통을 비워달라고, 커피를 타달라고 부탁하지 않으며 부탁할 수도 없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겪었던 '라떼' 시절과 현재 직장 모습의 간극으로 인해 나와 같은 낀 세대들은 조금 외로운 느낌이랄까. 위로도 아래로도 소속될 곳이 없기에 그냥 홀로 지내는 것에 익숙하다. 위로는 기성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세대로 낙인찍혀 그들의 권력 남용을 계속 받아주어야 하고(지금 와서 밀레니얼 세대인 척 거부하기도 어색하니까), 아래로는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고 그들의 요구와 목소리를 성심성의껏 경청해야 한다. (21)
  • 조직 내 막내이기 때문에 모든 험난한 일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아니듯, 조직 내 연장자도 특별한 이유 없이 나이가 가장 많다는 이유만으로 '옛날 사람'이나 '꼰대'로 놀림받고 선 긋기를 당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 늙어간다는 것은 한 해, 두 해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되는 것Being'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실상은 난 그대로인데 주변인들이 나를 늙은이로 '만드는 것Making'이라는 걸 깨닫게 될 때 그 충격은 꽤 크다. (30)
  • 후배들을 대상으로 한 섣부르고 어설픈 리딩 Leading과 '선배감'(내가 만든 단어인데 선배라고 느끼는 감정, 을 말한다)은 "라떼는 말이야" 또는 "나만 따르라”로 해석될까 봐 불안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그렇다. (38)
  • 당신의 브랜드는 당신이 자리를 비웠을 때 사람들이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이다. (43)
  • 어찌 보면, 세대라는 것은 태어난 출생연도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마음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냐, 없냐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서로를 잘 모르고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부분까지 모두 드러내 놓고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같은 세대로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76)
  • 그러니 우리도 회사한테 너무 정 주지 말자구요. 회사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애사심이 넘쳐흘러 새벽 달 보고 출근해서 새벽 달 보고 퇴근하는 그런 사람들도 많더라구요. 하지만 그 사랑과 열정을 인격을 가진 사람에게 쏟아보면 어떨까요? 회사는 당신의 그러한 애정을 느끼지 못하는 무미건조한 무생물입니다. 애사심을 가지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구요. 다만, 적당한 애사심으로 맡은 업무는 제대로 수행해낼 수 있어야겠죠. (133)
  • '행복이 무엇일까요? 행복하다는 건 어떤 걸까요?' 그때 난 이렇게 대답했다. '불행하지 않은 상태요. 그게 행복한 게 아닐까요?' (150)
  • 고전인문학자 배철현이 쓴 『수련 :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시간』을 보면 '수련'이야말로 훈련으로 인해 갈고 닦고 덧입혀지는 게 아니라 덜어내는 것이다. 즉 입은 다물고 귀는 열고 머리는 생각하고 필요 없는 말이나 생각 등을 더하지 않고 비우는 거였다. 지금 당장 할 말은 꼭해야 하겠다는 마음을 꾹꾹 눌러버리고, 길고 깊은 한숨으로 옆을 온통 뿌옇게 전염시켜서라도 입을 다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수련인 거다. (160)
  • 아무렇지도 않게 슈퍼맨은 영화 속에서나 찾으면서 현실 슈퍼우먼은 꼭 필요하다 강요하는 일종의 무뢰한들에게 '어라, 자긴 딸 안 키워? 나처럼 사는 딸 괜찮겠어?' 하며 씩 웃으며 구렁이 담 넘어가듯 여유롭게 맞짱 뜰 수 있는 그릇, 마흔이 넘어 이제야 온전히 내 것으로 빚어가고 있는 중이다. (186)
  • 결국 물, 칼슘, 각종 유기분자들로 이루어진 인간은 바깥에 우뚝 서 있는 나무랑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우린 과거의 나무, 바위, 물, 동물에서 나온 후손인 셈이다. 이거 참 멋진 일이지 않은가? (214)
  • 진정한 사랑은 지루한 게 정상이다. 관계가 지루해졌다고 해서 사랑이 식은 게 아니라 사랑의 속성이 지루한 것이다. (238)
  • 젊은 시절엔 모든 것에 확신이 차서 말과 행동에 힘을 주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40대에 접어드니 조금은 알 것 같다. 세상에 분명한 건 없다는 걸.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전제를 늘 가지고 산다는 것. 이런 태도가 사람을 조금은 겸손하게 그리고 둥굴둥굴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257)
  • 나물에 소주 마시는 '으른'이 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행복한 삶을 위한 각양각색의 도구들을 잘 활용할 줄 아는 괜찮은 어른으로 농익어가고 싶다. (269)

낀 세대 생존법/서서히, 변한다/헤이북스 20211122 276쪽 14,800원

"겉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속은 코코아 같은 여자"와 "겉은 데낄라, 속은 막걸리 같은 여자"가 "설거지 좀 하라는 남편의 절규를 뒤로한 채 책상 앞에서" "아사리판에서 묵묵히 진득하게 살아가며" 겪은 40대 여성들의 낀 세대 이야기입니다. 위로도 아래로도 속하지 못한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마흔이 되며 어깨에 힘을 빼고 나물에 소주를 마시며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입니다.

행복은 불행하지 않은 상태라는 걸 알았고, 인간은 나무랑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게 멋진 일이라는 것도 깨닫습니다. 출생연도만으로 꼰대 취급받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애사심은 적당히, 인생은 비우며 살라고 조언합니다.